"뺄수록 더해진다" 럭셔리부터 애슬레저까지 '비움' 경쟁 [트렌D]

더로우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더로우]
[디지털데일리 유채리기자] 본격적으로 추위가 풀리기 전부터 패션업계는 일찍이 2026 S/S(봄·여름) 시즌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00년대 전후의 향수를 자극하는 'Y2K' 스타일과 모리걸 룩 등이 주목받으며 과감한 장식, 액세서리 믹스매치, 레이어드 등이 거리를 수놓았다면 올해는 '절제된 디테일'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테일 절제' 흐름의 정점에는 '더 로우(The Row)'가 있습니다. 더로우는 최근 진행한 2026 S/S 파리 패션위크에서 옷의 본질에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었는데요. 이번 컬랙션은 장식적 요소를 극단적으로 배제한 채 완벽한 테일러링과 빈티지 벨벳 등 소재가 주는 감성에 집중하게 만들었다는 평을 받습니다.
글로벌 브랜드 유니클로 역시 지난 20일 발간한 '라이프웨어 매거진 14호'를 통해 이번 시즌의 주제 '새로운 컬러, 새로운 실루엣(New Colors, New Silhouettes)'을 소개했습니다. 이들은 컬러는 생동감있게 사용하되 패턴과 디자인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불필요한 디테일을 덜어낸 균형감 있는 실루엣을 제안했습니다.

르베이지. [사진=삼성물산패션]
국내 브랜드들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삼성물산패션부문의 '르베이지'는 올해 봄·여름 시즌 캠페인의 주제를 '소성(蘇醒)'으로 정했습니다. 죽은 듯 잠잠하다 다시 깨어나는 동적인 이미지를 한국적인 미학인 여백과 절제로 풀어낸 것입니다. 르베이지는 이번 디자인 콘셉트인 '정적 속의 움직임(Flourish in Silence)'을 울 실크 소재의 코트와 스커트, 플라워 프린트 블라우스 등에서 풀어냅니다. 소재와 실루엣에는 변주를 주되 겉으로 드러나는 디테일을 최소화해 우아한 스타일링을 완성했습니다.
최혜진 르베이지 팀장은 "여백과 절제 속에서 살아나는 르베이지만의 정제된 디자인과 아름다움을 통해 새로운 계절의 생기를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레시피그룹이 전개하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문선(MOONSUN)'도 26 S/S 캠페인에서 절제된 미학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시즌 테마인 '아머리 쿠튀르(Armory Couture)'는 밀리터리 특유의 포켓과 스티치를 무분별하게 노출하는 대신 기능적 위치에 정교하게 배치하고 전체적인 실루엣을 매끄럽게 다듬었습니다. 특히 대표 아이템인 '노카라 자켓'은 자켓의 상징인 '옷깃'을 과감히 삭제해 미니멀한 실루엣을 직관적으로 제시합니다.

[사진=안다르]
이러한 흐름은 활동성을 강조하는 애슬레저 업계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안다르는 배우 전지현과 함께한 26년 S/S 화보에서 장식이나 화려한 패턴보다는 근육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안정적인 지지력과 깔끔한 핏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새틴 스트레치 하프 집업', '에어쿨링 지니 시그니처 레깅스' 등 신제품들은 세련된 무드를 강조하는 동시에 스포츠웨어 본연의 기능을 절제된 디자인으로 강조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실용성과 미니멀리즘이 결합한 '유틸리티 미니멀리즘(Utility Minimalism)'으로 정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기 불황 속에서 '실패 없는 소비'를 지향하는 심리와 맥시멀리즘의 시각적 피로도를 덜어내려는 흐름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최근 삼성물산패션연구소가 발표한 올해 패션 시장 전망 리포트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연구소는 "미니멀 트렌드 부상과 더불어 에센셜 아이템이 중심이 되고 있다"며 "클래식한 오피스웨어의 디테일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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