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와 함께 만든다"…K-게임, 출시 전 '오픈 개발' 대세로
[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완성도 제고와 소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출시 전 데모 테스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순한 사전 공개를 넘어 개발 단계부터 이용자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초기 흥행 리스크를 줄이고, 충성도 높은 팬덤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은 신작 출시를 앞두고 데모 버전을 잇달아 공개하며 이용자와의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식 출시 시점에 맞춰 완성된 게임을 선보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테스트와 데모를 통해 완성도를 사전에 점검하고 커뮤니티 반응을 반영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먼저 크래프톤은 지난 4일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너바나나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액션 다중접속배틀아레나(MOBA) '프로젝트 제타'의 테스트를 실시했다. 프로젝트 제타는 3명의 이용자가 한 팀을 이뤄 총 5개 팀이 하나의 전장에서 오브젝트 '프리즘'을 목표로 경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크래프톤은 프로젝트 제타 개발에서 '오픈 디벨롭먼트(공개 개발)'을 표방하며 이용자들이 영상 공개를 포함해 자유롭게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매 테스트 결과를 커뮤니티에 공개하면서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종료 예정이었던 테스트를 연장해 오는 3월6~8일 커뮤니티 테스트 전까지 매주 토요일 추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이용자 의견 수렴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도 본격적인 테스트 공세에 나선다. 이 회사는 이날(20일)부터 자회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오픈월드 좀비 생존 시뮬레이터 게임 '갓 세이브 버밍엄'의 클로즈드 알파 테스트(CAT)를 실시한다. 1차 테스트는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진행되며, 2차 테스트는 27일부터 3월3일까지 열린다. 참가 신청은 스팀 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같은 날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엑스엘게임즈도 익스트랙션(탈출) 액션 게임 '더 큐브, 세이브 어스'의 테스트를 시작한다. 이번 테스트는 오는 23일까지 스팀에서 진행된다. 엑스엘게임즈는 이번 서버 슬램 테스트에서 나온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까지 완성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두 신작 모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이번 테스트는 카카오게임즈가 글로벌 경쟁력을 점검하고 흥행의 초석을 놓기 위한 선제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드림에이지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통해 글로벌 이용자 공략에 나선다. 이 회사는 오는 23일부터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 본파이어 스튜디오의 팀 기반 PvP(이용자 간 대전) 게임 '알케론'을 선보인다. 글로벌 무대에서 자사 라인업의 경쟁력을 확인하고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행사에 앞선 21일부터 데모 버전을 선공개하며 행사 열기를 예열한다.
넥슨도 오는 3월 자회사 민트로켓이 개발 중인 '낙원: 라스트파라다이스' 데모 버전을 공개한다. 낙원: 라스트파라다이스는 멀티플레이 PvPvE(PvP와 PvE가 결합된 장르) 기반의 좀비 생존 게임이다.
정확한 테스트 일자는 추후 공개될 예정이며 참가 신청은 스팀 상점 페이지에서 진행된다. 지난 프리 알파 테스트 참가자는 자동으로 참여 가능하다. 넥슨은 테스트를 통해 다양한 권역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완성도를 검증하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내달 13일부터 21일까지 미국, 브라질 등 북남미 8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타임 테이커즈'의 첫 번째 글로벌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를 실시한다. 타임 테이커즈는 시간 생존 슈터 게임으로 시간 에너지를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이 회사는 이번 테스트를 통해 글로벌 운영 방안과 서버 안정성을 점검하고 이용자 의견을 확인한 뒤 개발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처럼 게임사들이 데모 테스트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이를 활용해 출시 전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흥행 방정식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스케이프 프롬 덕코프', '볼x핏', '디스패치' 등 데모 공개를 통해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흥행의 물꼬를 트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데이브 더 다이버'·'P의 거짓'를 비롯해 '셰이프 오브 드림'까지 데모 공개를 통해 글로벌 이용자 관심을 끌고 흥행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는 데모 테스트가 단순한 점검을 넘어 하나의 마케팅 도구로 진화했다고 분석한다. 게임 출시 전 스트리머나 유튜버들이 데모 버전을 플레이하며 생산하는 2차 콘텐츠가 홍보 효과를 낸다.
나아가 개발사와 이용자와 소통하며 게임을 다듬는 태도 자체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이용자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점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물론 초기 이용자 유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개발사가 단독으로 게임을 완성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데모 테스트는 이용자가 원하는 바를 더 정확히 파악하고 출시 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확실한 방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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