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일반

“프로그램 운명도 못 맞히면서”…순직소방관 ‘사인 맞히기’ 디플 무속인 예능 논란

조은별 기자

디즈니플러스 '운명전쟁49'의 한장면 [사진=디즈니플러스]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디즈니 플러스 무속인 예능 ‘운명전쟁49’가 화재 현장에서 참사를 당한 소방관의 사주를 제시하고 사인(死因)을 알아내라는 과제가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유족 측은 “제작진이 프로그램 취지를 실제 방송과 다르게 설명했다”고 주장했지만 제작진은 “가족의 동의를 구했다”는 입장이다.

‘운명전쟁 49’는 무속인 49명이 출연해 실력을 겨루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11일 공개된 2회에서 참가자들이 제작진이 제시한 특정인물의 사망 원인을 추리하는 과제를 받으며 비롯됐다. 참가자들은 사망자의 이름, 얼굴 사진, 출생 시각, 사망 일자 등 신상정보를 받은 뒤 사인을 알아내야 했다.

사망자는 지난 2001년 3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참사’ 당시 건물 내부에서 숨진 고(故) 김철홍 소방교다. 자신을 고인의 조카라고 밝힌 누리꾼 A씨는 SNS를 통해 “고인의 누나에게 확인해 보니 제작진에게 동의는 받았는데 저런 내용은 아니었다면서 당황스러워했다. 저런 거였다면 동의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A씨는 “유족들이 제작진으로부터 영웅이나 열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취지라고 설명해 동의한 것으로 안다”며 “제작진은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한 취지로 방송을 제작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딜 봐서 그게 공익의 목적성을 가진 방송인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또 “무속인들이 삼촌이 어떻게 죽었는지 맞히고 방송인 패널들은 자극적인 워딩과 리액션을 하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났다. 내 가족이 사고로 순직했는데 그런 식으로 방송하면 화 안 날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했다.

A씨는 댓글에 “방송에 나온 내용은 고인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맞히고 출연진은 신기해하면서 웃더라. 이게 어딜 봐서 삼촌의 희생을 기리는 거냐. 다른 사람 구하다 순직한 사람의 죽음을 왜 저런 식으로 폄훼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A씨의 지적에 제작진은 공식입장문을 통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개인 이야기는 당사자 본인 또는 가족 등 그 대표자와의 사전 협의와 설명을 바탕으로 이해와 동의하에 제공됐다”며 “이 과정에서 점술가들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라는 기획 의도와 구성에 대해 안내했고, 관련 정보 제공 및 초상 사용에 대한 동의도 함께 이뤄졌다. 사안의 민감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관련 내용을 제작 전 과정에 걸쳐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해명에도 누리꾼들의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누리꾼들은 “프로그램 운명도 알지 못하면서 무슨 운명전쟁인가”,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위해 숭고하게 희생한 의인의 순직을 어떻게 오락거리로 만들 수 있는지 분노가 치민다”, “무속을 배척해도 모자를 판에 저런 걸 소재로 예능을?”이라고 지적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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