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경고에도… 중국, 캐나다·영국에 일방적 무비자 개방

이안나 기자
지난달 베이징에서 만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 연합뉴스]
지난달 베이징에서 만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중국이 미국 핵심 우방인 캐나다와 영국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일방적 무비자 입국 정책을 시행한다. 미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진 양국을 겨냥한 ‘유화 제스처’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중국과 외국의 인적 왕래를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중국은 오는 17일부터 캐나다·영국의 일반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비자 면제 정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캐나다·영국 일반여권 소지자는 비즈니스, 여행, 관광, 친지 방문, 교류 방문, 경유를 목적으로 최장 30일 동안 중국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게 된다. 이 정책은 올해 12월31일까지 적용된다.

일방적 무비자는 상대국이 무비자를 적용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중국이 입국 비자를 면제하는 정책이다. 중국은 그간 무비자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중국은 2023년 11월 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스페인 등 유럽 5개국과 말레이시아에 일방적 비자 면제 조치를 내놨다. 2024년 6월에는 호주·뉴질랜드로 무비자 범위를 늘렸고 미국 대선 직전인 2024년 11월에는 한국과 유럽 8개국을 추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결정된 뒤에는 일본과 다른 유럽 8개국에 대해 무비자를 허용했다. 지난해에는 중남미 5개국과 중동 4개국으로 다시 무비자 범위를 확대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1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이뤄졌다. 스타머 총리의 방중은 8년 만에 이뤄진 영국 정상의 중국 방문으로 양국 관계의 해빙을 상징했다.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스카치위스키 관세 인하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150억 달러 규모 투자 유치 등의 성과를 거뒀다.

카니 총리의 방중도 캐나다와 중국 관계 정상화 발판이 됐다. 화웨이 창업주의 딸 멍완저우 체포 사건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는 이번 합의로 전환점을 맞았다. 캐나다는 자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던 100% 관세를 대폭 낮추는 대신 중국은 캐나다산 카놀라유 등 핵심 농산물에 대한 보복 관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영국과 캐나다의 적극적인 대중국 외교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니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보다 더 예측 가능해졌다”며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 정책에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월 영국·캐나다 총리들의 방중 당시 양국의 대중국 접근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영국과 중국의 관계 심화를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으며 캐나다를 향해서는 “중국 상품의 환적항이 될 경우 100%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제 영향력 확대와 서방 동맹 균열을 노리는 전략이라는 분석과 함께 내수 침체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방문객과 소비를 늘리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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