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현장] "도·개·걸·윷·모!"… 외국인들이 외친 'K-명절' 환호성

유채리 기자
이스라엘에서 온 투숙객 욥(Yoab)씨 일행이 지난 11일 한마루 이벤트 체험 후 입구 장식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유채리기자]
이스라엘에서 온 투숙객 욥(Yoab)씨 일행이 지난 11일 한마루 이벤트 체험 후 입구 장식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유채리기자]

[디지털데일리 유채리기자] "Ready to win!(이기는 것만 남았어!)."

설 명절을 며칠 앞둔 지난 11일 오후 7시29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 20층 클럽 라운지에는 왁자지껄한 환호성이 공간을 채웠다. 이스라엘에서 온 투숙객 욥(Yoab)씨는 윷가락 네 개를 힘차게 던지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윷놀이는 처음인데 박진감 넘친다"며 "지금의 경험이 호텔에서 머문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일행인 탈(Tal, 50)씨도 "한국의 명절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어 즐겁다"며 주변에 추천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열린 '한마루 신년마당-福(복)을 던져라'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이그제큐티브 객실 이상 투숙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다.

정기적으로 테마를 바꿔 라운지 해피아워 시간에 맞춰 진행한다. 이날은 전통 놀이와 함께 도착지에 적혀 있는 프로그램에 따라 캘리그라피 아티스트의 한글 덕담 책갈피, 복주머니, 캐리커처 증정 등을 곁들여 재미를 더했다. 또한 LA갈비, 막걸리 등 K-푸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1일 한마루 이벤트를 기념해 한국 먹거리 LA갈비가 준비돼있다. [사진=유채리기자]
지난 11일 한마루 이벤트를 기념해 한국 먹거리 LA갈비가 준비돼있다. [사진=유채리기자]

◆ 전통과 트렌드의 결합…"문화 플랫폼으로의 진화"

한마루 이벤트는 지난 2023년 처음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국인 고객의 방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이들이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기획한 것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호텔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고 싶어 마련하게 됐다"며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입구 장식과 직원 의상, 소품 하나까지 콘셉트에 맞춰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라운지 입구는 복주머니로 꾸며졌으며, 행사를 진행하는 직원 역시 한복을 입고 고객을 맞이했다.

올해로 112주년을 맞이한 국내 최고(最古) 호텔인 웨스틴 조선 서울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헤렌디(Heritage+Trendy)' 전략에 맞춰 전통과 유행을 융합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설 진행한 명절 한복 체험 뿐만 아니라 옛날 교복을 입고 레트로 게임과 뽑기를 즐기는 '조선 문방구', 가야금과 해금 연주를 감상하는 '조선 K-Pub', 김장 문화를 배우는 체험 등 프로그램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김도현 객실팀 GRO(Guest Relations Office) 파트너는 "지난해 이벤트 때 고객들에게 한복과 세배 문화 등을 설명하자 모두 흥미로워했다"며 "한복 입고 찍은 사진을 고국의 가족에게 전송하는 등 현장 호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서 온 투숙객 욥(Yoab)씨 일행이 지난 11일 한마루 이벤트 체험을 위해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유채리기자]
이스라엘에서 온 투숙객 욥(Yoab)씨 일행이 지난 11일 한마루 이벤트 체험을 위해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유채리기자]

◆ 시설보다 사람, 숙박보다 경험바뀌는 호텔 선택 기준

이러한 시도는 '재방문'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해당 이벤트를 또 즐기기 위해 호텔을 다시 찾은 이도 있다. 4박5일 머문 한 투숙객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며 "한국 역사와 문화가 굉장히 흥미로운데 이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건 물론, 투숙 경험을 더욱 특별하게 해주는 좋은 기획인 것 같다. 이 프로그램 때문에 여기서 머무는 걸 고려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콘래드 호텔에 장기 투숙 중이라는 이현제(50)씨도 "다음날이 생일인데 더욱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줬다"며 "시설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벤트 덕에 북적북적한 명절을 오랜만에 즐겼다"고 했다.

최근 호텔 업계의 화두는 단연 '경험'이다. 미국 호텔 체인 힐튼 그룹이 발표한 '2025 힐튼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여행객의 76%가 숙박 시설 선택 시 '다양한 경험 제공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걸로 나타났다. 또 4600명의 힐튼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88%가 "고객은 독특한 경험과 모험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에 아난티, 워커힐, 파라다이스 등 국내 주요 호텔들도 민속놀이존이나 스파 프로그램, 아트투어 등 프로그램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호텔 내 문화 체험 프로그램은 외국인 고객의 만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며 "앞으로도 음악 감상, 전통 키링 만들기 등 세분화된 취향을 만족 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호텔 선택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채리 기자
c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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