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일반

[콘텐츠뷰] 원작없다는 ‘레이디두아’… 20년전, 강남 초상류층이 쉬쉬했다는 그 사건이 모티프?

조은별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디 두아'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디 두아' [사진=넷플릭스]

‘콘텐츠뷰’는 OTT시리즈, 영화, 드라마 등 국내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사회·문화적으로 해석하고 주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지만 이 드라마는 좀 심했습니다.

앞서 13일 공개된 신혜선, 이준혁 주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디 두아’는 MBC ‘미스리플리’(2011) 영화 ‘화차’(2012), 쿠팡플레이 ‘안나’(2022)를 연상케 하는 캐릭터 설정과 2006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빈센트 앤 코’ 시계 사기 사건을 떠오르게 합니다.

‘레이디 두아’는 청담동 하수구에서 의문의 시체와 명품 에르메스 백이 발견된 사건이 발단입니다. 유기된 시체의 사인은 ‘동사’였습니다. 관할 경찰서 박무경 형사(이준혁 분)는 청담동 한복판에서 CCTV를 피해 동사한 사체를 유기할 수 없다는 점에 착안, 에르메스백의 각인번호를 토대로 용의자를 좁혀가던 중 청담동 명품시장에 혜성같이 등장한 명품 브랜드 '부두아' 서울 지사장 사라킴(신혜선 분)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그런데 사라킴이라는 인물, 알면 알수록 놀랍습니다. 빼어난 미모, 세련된 매너, 사람의 속을 꿰뚫어 보는 화술로 만나는 이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으며 상대에게 원하는 걸 얻어내고 맙니다.

사라킴에게 에르메스백을 선물했다는 화장품 녹스 대표 정여진(박보경 분)은 회사 임직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두아에 무려 150억원을 투자합니다. 정작 사라킴이라는 인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죠. 마치 ‘화차’나 ‘안나’처럼요.

극 중 부두아는 상위 0.1% VVIP들을 위한 명품 브랜드로 포장됩니다. 에르메스, 샤넬처럼 한 번 들으면 척 하고 아는 그런 명품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인식하지 못하는 건 이 제품이 상위 0.1%에게만 알려진 브랜드이기 때문이라며 허영심을 자극합니다. 드라마는 정여진 대표와 삼월 백화점 회장 최재우(배종옥)의 대사를 통해 성공했어도 0.1% 계층에 들어가지 못하는 ‘결이 다른 계층’들의 내면의 결핍을 꼬집으며 상류층의 이중성을 비틉니다.

문제는 이 드라마의 핵심 소재인 ‘부두아’입니다. 극중 부두아는 사라킴의 촘촘한 마케팅으로 갑자기 명품시장에 진입한 초고가 명품으로 포장됩니다.

정여진에게 거액을 투자받은 사라킴은 청담동 한복판에 매장을 열고, 연예인을 비롯, 상류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도입합니다. 사라킴의 마케팅 비결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제품을 팔지 않는 것이죠. 입소문은 났는데, 돈을 내도 갖지 못하는 명품이 있다는 소문에 전국 각지에서 명품족들이 몰렸고 부두아 매장 앞에는 연일 긴 줄이 늘어서게 됩니다. 그 어떤 바이럴 마케팅보다 강력한 마케팅이 된 셈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디 두아'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디 두아' [사진=넷플릭스]

실은 20년 전에도 이와 유사한 ‘가짜 명품’사태가 있었습니다.

2006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빈센트 앤 코’ 시계 사건이죠. 당시 청담동에서 1억원 가까이 판매되던 시계가 알고보니 방수도 안되는 중국산 짝퉁 시계였던 사건입니다.

‘빈센트 앤 코’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다이애나 왕세자비, 모나코의 그레이스 켈리 왕비 등 유럽왕실에서만 판매되던 명품시계이며 스위스 시계 장인들이 제작한 명품이라고 홍보했죠. 청담동의 한 고급 바에서 억대 진행비를 들여 성대한 론칭파티를 열기도 했습니다.

실상을 들여다보니 그런 명품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 시계 유통업자 이모씨가 부품을 홍콩이나 중국 등에서 들여온 뒤 경기도 시흥의 한 시계회사에서 조립한 시계를 부품 분리 상태로 스위스로 가져가 현지에서 재조립, 정상적인 수입절차를 거쳐 수입신고필증을 교부받은 ‘짝퉁’이었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구설에 노출을 꺼리는 상류층, 연예인들이라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고 합니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부두아’의 제조 및 마케팅 수법은 ‘빈센트 앤 코’ 사건과 놀랍게도 흡사합니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첫 회부터 “창작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단체, 사건, 장소, 브랜드, 상표. 제품 및 서비스는 모두 상상에 기반해 극적으로 구성한 것이며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라고 고지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디 두아'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디 두아' [사진=넷플릭스]

차라리 실제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했다면 고개를 끄덕였을텐데 말이죠. 드라마 속 사라킴의 대사인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데 가짜라고 볼 수 있나요?”라는 대사는 실제 사건을 모방한 이 드라마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 같아 실소가 터집니다.

이외에도 드라마는 촘촘하지 못한 타임라인과 개연성 실종으로 초반의 몰입감을 허탈하게 만듭니다. 예컨대 사라킴의 과거 행적을 쫓을 때도 시간 순으로 나열하지 않았기에 과한 ‘드라마적 허용’을 요구합니다. 저수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해골의 정체는 끝내 드러나지 않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디 두아'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디 두아' [사진=넷플릭스]

단점이 많은 드라마지만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힘은 욕망을 넘어선 인간의 내밀한 허영의 어휘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실제 명품족들이 사용하는 “압현, 압갤 동시 대기 탔다”, “롯본 넘어간다”, “클미 은장 풀렸다고 단톡 터졌다”, “우수리는 됐으니까 똥꼬 맞는 것 좀 꺼내줘요” 등의 대사도 흥미진진합니다.

tvN ‘비밀의 숲’(2017) 이후 8년만에 만난 신혜선과 이준혁의 힘도 한 몫 했습니다. 신혜선은 정체가 묘연한 사라킴 역을 통해 한 인물의 밑바닥을 보여줍니다. 어디서부터 인생이 잘못됐을지 모를, 우아함을 가장한 생존을 쟁취하려는 인간의 처절한 욕망을 표현해내죠. 이준혁 역시 차분하게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역을 무난하게 소화합니다. 다만 다소 단조로운 연기톤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서동재를 연기했을 때 통통 튀었던 매력이 SBS '나의 완벽한 비서' 이후 물오른 미모에 묻힌 느낌입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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