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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급된 비트코인으로 인생 역전?… 빗썸, ‘배째라’ 이용자에 환수 가능할까

조윤정 기자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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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이른바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당첨금 62만 원을 지급하려던 직원의 사소한 ‘단위 입력 실수’가 수십조 원 가치의 비트코인 62만 개를 쏟아붓는 유례없는 금융 사고로 번진 것이다.

빗썸은 사고 발생 35분 만에 거래와 출금을 차단하며 대규모 인출은 막아냈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은 일부 이용자들은 이미 비트코인을 매도해 거액을 손에 쥐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때 바로 현금화했다면 인생 역전 아니었겠느냐”는 부러움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현재 오지급된 코인의 99.7%는 회수된 상태다.

그러나 정치권에 따르면 이미 오지급한 비트코인을 매도한 86명 중 27명이 약 30억원을 현금화해 출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은 이들을 상대로 한 자산 회수라는 거대한 법적 과제에 직면했다.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가 여전히 모호한 상황에서 과연 이들의 '횡재'가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있을지 회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지급 코인으로 호화 주택 구매… 호주 법원 "집 팔아서라도 전액 반환하라"

실제 해외에서는 유사한 사례에 대해 이미 엄중한 반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21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에서는 100호주달러를 환불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고객의 계좌번호를 입금액 칸에 적어 넣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고객에게 송금된 금액은 무려 1050만 호주달러(약 92억 원)였다.

거래소는 이 사실을 7개월간 인지하지 못했고, 그 사이 오지급 받은 고객은 약 60억원 상당의 호화 주택을 매입해 여동생 명의로 이전하는 등 자산을 은닉했다.

그러나 감사가 시작되면서 꼬리가 밟혔다. 거래소의 소송 제기에 호주 법원은 “원인 없이 취득한 자산은 명백한 부당이득”이라고 판결하며, 해당 부동산의 강제 매각은 물론 전액 반환과 이자, 소송 비용까지 모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오지급된 자금으로 취득한 제2의 재산 역시 환수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

◆비트코인은 '재물'이 아니다?… 형사 처벌 가능성은 '첩첩산중'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같은 결론이 가능할까. 법조계에서는 민사상 반환 의무와 별개로 '이들을 실제 형사 처벌할 수 있느냐'를 이번 사태의 쟁점으로 꼽는다. 가상자산을 임의로 사용한 행위를 처벌할 명확한 법리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은행 착오 송금의 경우 내 돈이 아님을 알면서 사용하면 판례상 횡령죄가 성립한다”면서도 “가상자산은 현금과 달리 형법상 ‘재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행 법체계에서 비트코인은 유체물인 '재물'이 아닌 무형의 '재산상 이익'으로 해석된다. 가상자산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가 없으므로 착오 전송된 코인을 반환하지 않더라도 재물을 객체로 하는 횡령죄 적용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안으로 배임죄 성립 여부를 검토할 수 있으나 가상자산 거래 관계의 특성상 법적 구성 요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착오 송금 관련 판례를 준용할 경우 형사 처벌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일률적으로 성립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이용자마다 환전 이후의 행태가 다르고, 해당 자금이 자신의 돈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는지에 대한 입증 책임에 따라 처벌 가능성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지급 환수, '배째라'면 답 없어… 빗썸 사태가 드러낸 법적 사각지대

민사적으로는 빗썸이 이용자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 가능성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판결 이후 실제 자산을 회수하는 문제는 또 다른 장벽이다.

이 교수는 “민사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상대방이 이미 자산을 처분해 소진했거나 재산이 없다고 버티면 강제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실에서는 형사 고소를 병행해 상대방에게 압박을 가하고 합의를 통해 자발적인 반환을 유도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호주 크립토닷컴 사례처럼 형사 유죄 판결과 별개로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 제도'가 있어 국가가 직접 자산을 몰수하거나 자산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반면 한국은 형사 유죄 판결이 전제돼야 몰수가 가능하다. 이 교수는 "만약 이번 빗썸 사태에서 가상자산의 법적 모호성 때문에 형사 기소 자체가 안 되거나 무죄가 나온다면 국가가 형사 절차를 통해 강제적으로 해당 자산을 몰수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분석했다.

이번 빗썸 사태는 단순한 운영상의 실수를 넘어 국내 가상자산 법제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민사 소송을 통한 자산 회수는 판결 확정부터 실제 강제 집행까지 통상 3년에서 5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여기에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마저 모호해 형사적 책임까지 명확히 묻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피해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향후 가상자산 분쟁의 선도적 판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윤정 기자
y.j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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