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올림픽 단독 중계, 시장 구조적 위기 결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이번 동계올림픽이 국내에서 흥행에 실패한 것은 결국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박세진 한양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12일 한국방송협회가 FKI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스포츠 중계권과 미디어 주권의 위기’ 세미나에서 이번 JTBC 단독 중계 논란을 급변한 미디어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 제도 문제의 결과로 진단하며 “방송사들에게 올림픽·월드컵·프로야구 중계권 확보는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 OTT가 끌어올린 중계권 전쟁…방송사 생존 위기 현실화
이번 논란은 JTBC의 올림픽 단독 중계에서 시작됐다. JTBC가 2026~2032년 동·하계 올림픽과 2026~2030년 FIFA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 확보한 가운데 지상파 3사와의 재판매 협상이 결렬되면서 올해 동계올림픽은 JTBC와 네이버에서만 시청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보편적 시청권이 침해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JTBC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했는지, 지상파가 과도하게 가격을 낮추려 했는지 등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번 사안을 사업자 간 갈등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OTT 중심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들의 수익 기반은 빠르게 약화됐고, 이번 결정 역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몇 년간 방송사 매출은 감소한 반면 스포츠 중계권 가격은 OTT 경쟁으로 급등했다. 수익은 줄고 비용은 급증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이번 올림픽 중계 논란은 국내 방송 산업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교수는 “방송사들은 생존을 위해 고가의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결국 이번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워너브라더스가 유럽 스포츠 중계권을 선점하면서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일부 중계권을 재구매해야 했고, 하루 약 2시간만 제한적으로 방송할 수 있었다. 또 넷플릭스는 2026년 일본 WBC 독점 중계권을 기존 대비 약 5배 수준의 가격에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2015년 워너브라더스의 유럽 올림픽 중계권 확보 이후 디스커버리 채널의 경영이 악화되며 유료방송 연합이 중계권을 재구매하는 등 과거 모델로 되돌아가는 흐름이 나타났다”며 “단일 사업자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한국 상황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사진=한국방송협회]
◆ “정부도 책임 자유롭지 않아”…광고 규제 완화 지연 지적
이처럼 중계권 비용 급등과 수익 기반 약화가 동시에 진행됐지만, 제도 개선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예고된 문제였던 만큼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현장에서 이어졌다.
방송업계는 오래전부터 방송광고 규제를 OTT 수준으로 완화해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규제 체계는 여전히 포지티브 방식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광고 유형이 등장할 때마다 정부가 허용 여부를 판단하고 법을 개정해야 하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시장 대응이 늦어졌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방송산업의 핵심 재원인 방송광고 매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번 논란은 특정 사업자의 잘못이라기보다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맞는 법·제도 개편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방송 광고 수익 감소와 산업 침체는 10년 넘게 지속된 문제”라며 “중계권 협상 난항 당시 정부가 개입할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 논의는 사후 약방문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 보편적 시청권, 방송 사업자만의 책임인가…해법은 ‘확장된 코리아 풀’과 ‘정부 지원 ’
대안으로는 ‘확장된 코리아 풀’ 모델이 제시됐다. 코리아 풀은 국제 스포츠 중계권 공동협상체로 기존엔 지상파 3사로 구성됐지만, 앞으로는 OTT·IPTV·포털 등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하는 국가 단위 공동 구매 모델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는 “단독 중계는 다양한 경기 편성을 어렵게 만든다”며 “보편적 시청권을 지키려면 공동 구매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보편적 시청권 의무가 특정 사업자에게만 집중된 현실도 이야기됐다. 보편적 시청권은 방송 사업자의 책임을 넘어 국가가 보장해야 할 공적 서비스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지원 방안이 논의되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다.
노 소장은 “보편적 시청권이 처음 논의되던 시점에는 전국 90% 이상 커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자가 지상파뿐이었다는 전제가 있었다”며 “중계권 비용이 급등한 상황에서 특정 사업자에 부담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제도 운영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종성 교수는 이날 보편적 시청권 대상 이벤트의 재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유럽은 A·B·C 등급으로 나눠 4~5년마다 이벤트 가치를 재평가한다”며 “이벤트 별로 광고 규모 등 상업적 가치에는 큰 차이가 있는 만큼 동일 기준으로 묶기보다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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