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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쿠팡 美투자사들의 '감정적' 압박에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 [사진=연합뉴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한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조사와 관련해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제도'(ISDS) 중재 절차에 동참하는 미국 투자사들이 2곳에서 5곳으로 늘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재인상 카드를 들이대며 우리나라를 압박하는 바람에 대응책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쿠팡 사태가 또 다른 통상 분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투자회사 에이브럼스 캐피털, 두라블 캐피털 파트너스, 폭스헤이븐은 11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에 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을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들 3개 회사는 다른 두 회사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청원한 조사에 대해서도 공식 지지 입장을 표명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앞서 쿠팡의 주요 주주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지난달 22일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고, 그로 인해 주가 하락 등 손실을 입었다며 ISDS 제기 의향서를 보낸 바 있다.

ISDS는외국인 투자자가 상대 국가의 법령이나 정책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 중재기구를 통해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제도이다.

또 중재 의향서는 국제 소송을 제기하기 전 90일의 냉각 기간 동안 협의해 보자고 제안하는 단계로 소송 최후 통첩 성격이 강하다.

미국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가 유독 쿠팡에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며 차별적 규제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보장하는 최소대우 기준 위반이라는 논리도 편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에게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표적화를 증언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한 데 이어 로저스 대표에게 오는 23일 출석해 한국 정부와의 문건 및 소통 기록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법무부는 지난 12일 미국 투자사들이 중재 의향서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중심으로 체계적·전문적 대응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론스타 분쟁 소송에서 이긴 사례가 많은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

미국 의회와 USTR도 이 사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만큼 소송전이나 통상 마찰로 번지지 않도록 외교적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소송전에서 승소한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정부는 2022년 8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 판정에서 패소해 론스타에 이자를 포함해 2억 1650만달러(약 4000억원 규모)를 배상할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2023년 9월 취소 신청을 하기 전후 2년 4개월 간 취소위원회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지난해 11월 정부의 취소 신청이 모두 인용되는 쾌거를 올렸다.

론스타와의 분쟁을 매듭짓는데 무려 13년이나 걸렸다는 사실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제투자분쟁은 지리한 싸움을 해야 하는 예가 많아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에 소송 이전 냉각 기간에 타협점을 찾는 노력도 해야 한다.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 정부를 우습게 보지 않도록 치밀한 논리와 증거로 ISDS 대응 능력을 기르는 한편 감정을 자제하고 법과 원칙을 견지하며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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