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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쿠팡 유출사고, 누구를 위한 설전인가

김보민 기자
서울 소재 쿠팡 캠프 [사진=연합뉴스]
서울 소재 쿠팡 캠프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둘러싼 정부 민관합동조사단과 쿠팡 간 설전이 길어지고 있다.

'내정보 이름·이메일 3367만건 유출'과 '배송지 목록 수정 페이지 5만여회 조회'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양측은 피해 규모와 책임 범위를 두고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누구의 설명이 더 정확한지, 유출·조회 수치가 몇 만 건인지에 초점이 쏠린 사이 정작 이번 사태가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은 흐릿해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단순한 숫자 경쟁으로 돌리는 순간 본질은 가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내부 통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다. 배송지 정보와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민감 정보에 대한 접근권한은 적정했는지, 이상징후를 조기에 탐지할 시스템은 갖춰져 있었는지, 사후 대응은 충분히 투명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쿠팡은 과장과 오해를 주장하기에 앞서 이용자 신뢰 회복을 위한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경쟁 기업이 없어 '탈팡'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자만도 내려놓아야 한다.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쿠팡 유출 사고가 수면 위로 드러난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대형플랫폼 보안 체계를 상시 점검하고 제도적 보완에 나섰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쿠팡 고객은 "이미 털릴 대로 털렸고, 이젠 지겹기까지 하다"는 말한다.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자조 섞인 말은 이제 심각성 없는 농담으로 사용되기까지 한다.

조사단과 쿠팡 간 논쟁이 단순 진실공방으로 끝날지, 아니면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지는 지금부터의 태도에 달려 있다. 고객과 국민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기 위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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