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메모리 가격 1년 새 600% 폭등… 라우터·셋톱박스 공급망 ‘비상’

김문기 기자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인공지능(AI) 서버 폭증이 불러온 메모리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소비자 가전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라우터와 셋톱박스 등 통신 장비의 메모리 비용이 1년 새 600% 이상 치솟으며 공급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11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메모리 가격 트래커’ 2월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소비자 가전용 D램(DRAM) 및 낸드(NAND) 가격이 6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익성 높은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SSD(eSSD)로 생산 능력이 집중되면서, 범용 레거시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진 탓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라우터, 게이트웨이, 셋톱박스 등 브로드밴드 제품군이다. 스마트폰용 모바일 메모리 가격이 약 3배 오르는 동안, 이들 소비자 가전용 메모리 가격은 9개월 만에 7배 가까이 폭등했다.

소비자 가전, 모바일에서의 DRAM 가격 변동 추이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메모리 가격 트래커, 2026년 2월호]
소비자 가전, 모바일에서의 DRAM 가격 변동 추이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메모리 가격 트래커, 2026년 2월호]

이로 인해 제품 원가 구조도 붕괴 직전이다. 카운터포인트의 부품 원가(BoM) 분석에 따르면, 1년 전만 해도 저가·중급형 라우터 원가에서 3% 수준에 불과했던 메모리 비중은 현재 20%를 넘어섰다. 삼성전자나 애플 같은 대형 스마트폰 제조사에 비해 공급망 협상력이 약한 라우터 OEM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러한 가격 급등세는 통신사들의 인프라 확장 계획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2026년 공격적인 광섬유 및 고정무선접속(FWA) 확장을 계획했던 통신사들은 장비 조달 비용 증가라는 암초를 만났다. 특히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탑재해 고용량 메모리를 요구하는 ‘AI CPE(고객 댁내 장치)’ 도입 전략은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번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적어도 오는 6월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상반기 중 가격이 정점을 찍더라도 공급 부족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통신사와 제조사들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김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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