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TI, 실리콘랩스 70억 달러 인수 임박…아날로그·무선통신 결합해 '초격차' 시동

김문기 기자
CES 2026 TI 부스 전경 [사진=김문기 기자]
CES 2026 TI 부스 전경 [사진=김문기 기자]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가 사물인터넷(IoT) 칩 전문 기업 실리콘랩스(Silicon Laboratories)를 약 70억 달러(약 9조 6600억 원)에 인수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에 돌입했다. 그동안 대형 인수합병보다는 자체 설비 투자에 집중해 온 TI가 이례적인 '빅딜'에 나서면서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TI가 실리콘랩스를 70억 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인수 규모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인수설이 돌기 전 실리콘랩스의 시가총액은 약 47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TI는 여기에 약 50%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70억 달러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실리콘랩스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4%나 폭등하며 기대감을 반영했다.

업계에서는 TI의 이러한 과감한 행보를 두고 경영 전략의 대전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TI는 전통적으로 현금을 쌓아두고 공장을 짓는 '내실 경영'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이번 딜은 TI가 AI와 엣지 컴퓨팅 시대의 핵심 경쟁력인 '연결성' 확보를 위해 '시간을 돈으로 사는' 전략을 택했음을 시사한다.

실리콘랩스는 지그비(Zigbee), 블루투스, 스레드(Thread) 등 IoT 무선 통신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적재산권(IP)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TI는 전력 관리 반도체(PMIC) 등 아날로그 하드웨어에서는 최강자지만, 급변하는 무선 통신 표준 대응에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TI가 실리콘랩스를 품음으로써 '전력 제어(TI)'와 '데이터 전송(실리콘랩스)'이라는 IoT 디바이스의 양대 핵심 축을 모두 장악하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AI 인프라 확장이 데이터센터를 넘어 온디바이스 AI로 확산되는 시점에서, 기기 간 연결을 담당하는 실리콘랩스의 기술력은 TI의 방대한 포트폴리오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마지막 퍼즐 조각'인 셈이다.

만약 이번 거래가 성사된다면, 아날로그 및 임베디드 반도체 시장에서의 TI의 지배력은 높은 수준으로 격상될 전망이다.

김문기 기자
mo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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