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적자엔 장사 없다" 日 르네사스, 타이밍 칩 사업 美 사이타임에 30억 달러 매각

김문기 기자

르네사스가 전시한 타입C 배터리 시스템 및 AI솔루션 킷(왼쪽)과 다이유 유덴이 전시한 MLCC 제품들(오른쪽)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Renesas Electronics)가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 사이타임(SiTime)에 '클럭 및 타이밍(Clock and Timing)' 사업부를 약 30억 달러(약 4조 1000억 원)에 매각한다. 최근 전기차(EV) 수요 둔화로 인한 실적 악화에 직면하자,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인 마이크로컨트롤러(MCU)에 집중하기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르네사스는 타이밍 디바이스 사업 부문을 나스닥 상장사인 사이타임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사업부는 전자 회로가 끊김 없이 작동하도록 기준 신호를 생성하는 핵심 부품을 다루며, 인공지능(AI)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알짜 부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업부가 르네사스가 지난 2019년 미국 IDT(Integrated Device Technology)를 인수하며 확보한 핵심 자산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당시 르네사스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거액을 들여 IDT를 품었으나, 불과 7년여 만에 그 일부를 다시 미국 기업에 되팔게 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을 두고 르네사스가 '확장'에서 '생존'으로 태세를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르네사스는 2025년 1~9월 누적 순손실 690억 엔(약 6200억 원)을 기록하며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EV 시장의 캐즘으로 인해 주력인 차량용 반도체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결국 르네사스는 당장 현금을 확보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익성은 좋지만 시너지가 적은' 타이밍 사업을 잘라내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수자인 사이타임 입장에서는 이번 딜이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단숨에 넓힐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될 전망이다.

김문기 기자
mo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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