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지도 반출, 韓 공간정보 흔든다…"공정경쟁 룰 마련해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오는 5일로 예정된 구글발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결정을 앞두고 산업계와 학계의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다.
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에서는 1:5000 축적의 고정밀 지도를 반출할 경우 겪을 수 있는 국내 공간정보 생태계의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25년 간 1조원의 혈세가 투입된 국가 인프라를 무상으로 내주는 것은 공정경쟁에 어긋나며 특히 사후 통제 장치가 전무한 상태에서의 반출은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종속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도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국내 공간 정보 사업자들이 대부분 영세한 규모를 보이고 있는 데다 혁신 역량도 크지 않은 상태"라며 "이렇게 취약한 상태에서 지도 개방이 이뤄질 경우 빅테크에 종속화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체력을 만들어 놓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포럼 참석자들과 취재진 간 일문일답.
Q. 구글·애플 등 해외 기업에 대한 정부의 사후 통제가 가능한가. 작년 포럼 이후 국토교통부와의 공식적인 논의 진전은 있었나.
A. 안종욱 대한공간정보학회장: 포럼 결과는 국토부에 전달됐으며 담당 사무관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 중이다. 다만 해외 기업 의사 결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 이번 반출 협의체 결과가 나오면 찬반 여부와 상관없이 하반기에 다시 토론의 자리를 만들어 학계와 산업계의 의견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할 계획이다.
Q. 애플은 국내 서버가 있다고 주장하며 구글과 차별화된 태도를 보이는데 실제 서버를 확인한 바가 있나. 정부가 확인한다면 어떤 점을 주시해야 하는가.
A. 박광목 이지스 대표: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는 걸로 안다. 애플은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임대 형태로 쓰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직접 시설을 구축하고 세금을 내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글로벌 기업들은 공간정보 자체보다 위치 정보와 융합한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를 원하는 것이다. 직접 구축할 비용은 아끼면서 우리 데이터를 공짜로 달라고 하는 이유를 되물어야 한다.
Q. 지도 반출이 국내 산업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대책은 무엇인가. 기업들은 허용될 경우 어떤 시나리오를 갖고 있나.
A. 정진도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제일 중요한 것은 산업 구조를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저도 API를 써서 연구를 진행하는데 아직 국내 API는 데이터 제공 체계 같은 부분에서 해외 플랫폼보다 불편하다. 이것들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 작업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종속성 문제를 완화할 수가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로는 국내 공간 정보 사업자들이 대부분 영세한 규모이기에 혁신 역량 등이 크지 않은 상태다. 이렇게 취약한 상태에서 지도 개방이 이뤄질 경우에는 종속화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 관련 산업 전반적인 구조를 훨씬 유연하게 만들어 놓고 최소한의 체력을 길러 놓는 것이 시급하다.
A. 윤준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부장: 첨언하자면 먼저 상호 운영성 측면에서 표준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두 번째로는 플랫폼 간 공정 경쟁 체계에서 우리만의 룰이 없다면 구글 등 빅테크가 빠르게 점유할 수 있다는 측면으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A. 위광재 지오스토리 최고비전책임자: 반출을 요구하는 기업들(빅테크)이 구축비 10%인 약 1000억원을 '상생 펀드'로 내놓게 해야 한다. 10년간 매년 100억원씩 중소기업 기술 개발에 투자하도록 조건부 협상을 해야 국민이 납득한다.
A. 박광목 이지스 대표: 저희 회사의 대비책은 미국보단 유럽을 공략하는 방법이다. 현재 '가이아-X(유럽연합 데이터 전략 플랫폼 프로젝트)'를 독일 우주항공청과 진행하고 있다. 매출은 미미하지만 조금씩 공간 연구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뚫고 들어가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진 않다. 국가가 정책적인 보호를 해줘야 하는데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반출되는 순간부터 보호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Q. 실제 구글 지도가 개방되면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A. 박창훈 웨이버스 대표: 지도 데이터 가 반출된다는 가정 하에 살아남기 위해 구글 API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법적 역량이 부족하다. 보안이나 개인정보 문제가 터지면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바로 문을 닫아야 한다. 리스크가 무서워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다가 결국 플랫폼 서비스를 포기하고 종속되는 흐름을 타게 될 것이다.
Q. 과거엔 국내 고정밀 지도 반출 시 18조원의 경제적 이득이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이번엔 왜 손실 결과가 나왔나.
A. 정진도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관점의 차이다. 과거 연구가 '편익'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연구는 산업이 입을 비용(피해)에 집중했다. 비용이 연간 수천억원씩 누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경제적 순효과는 훨씬 작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Q. 지도가 반출될 경우 갱신 데이터에 대한 관리와 정기 심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A. 신동빈 안양대학교 교수: 공간정보 산업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보면 지도 반출 금지 조항에 있는 '반출 금지'는 국내인이 외국에 나갈 때 특별한 목적으로 허락 받지 않고 지도를 들고 나갈 때 반출을 허가를 받는 조건이었다. 지도는 종이에서 디지털 데이터로 바뀌었는데 관련 조항은 그대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반출을 논의하는 협의체가 구성되고 외국업체가 한국 데이터를 가져가겠다는 신청을 한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반출의 개념이 혼동되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선 1년마다 갱신에 대한 부분 등이 존재하지만 관리적 측면에선 아직도 미비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 관련 사안에 대해 법·제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현실적인 답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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