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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생존기로 왓챠, 매각 될까… 냉혹한 시장 평가 “구독자·콘텐츠 매력도↓”

오병훈 기자
[사진=왓챠]
[사진=왓챠]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왓챠가 생존기로에 섰다. 지난해 9월 회생절차 개시 이후 최근 기업 존속 전략으로 매각을 택한 모습이다.

왓챠는 매각 원매자 찾기에 집중하는 동시에 기업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구독자 결집 행보에도 힘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 10주년을 맞아 대규모 구독자 행사 ‘영화주간’을 개최했다. 독립영화·예술영화 중심 콘텐츠 강점을 한차례 더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 시선은 냉혹하다.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물론 오리지널콘텐츠 기술력 등 특출난 매력이 없어 원매자와 왓챠 간 매각 금액 괴리가 상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복잡한 지분구조는 원활한 인수합병(M&A)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지난달 서울회생법원에 ‘인수합병 추진 및 매각주간사 선정 기준에 대한 허가 신청’을 제출했다. 이에 따른 회생계획안 제출기간 연장 신청도 같은날 함께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매각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예술·독립영화 매니아 정조준 ‘시청 데이터 강점’

왓챠는 지난 2016년 1월31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2억4천만개 사용자 별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국내 1세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주목을 받았다. 왓챠피디아 등을 통해 확보한 영화 콘텐츠 평점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콘텐츠 제공 사업으로 확장한 것이 왓챠 OTT 서비스였다.

이후 왓챠가 택한 전략은 예술영화와 독립영화 등 매니아 층을 겨냥하는 것이었다. 대중적인 영화 뿐 아니라 고전 영화, 인디 영화, 제3세계 드라마 등 희귀 콘텐츠를 수급해 ‘영화광들의 놀이터’라는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러한 왓챠 기조는 현재까지도 공고히 유지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4일간 개최된 10주년 영화 상영회 ‘다를 수도 있지:왓챠 영화 주간’은 이름에서 알수 있듯 개인의 취향 존중 콘텐츠에 집중한 행사였다. 다양한 취향의 총합이 플랫폼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부각한 셈이다.

그러나 대중성에서 벗어난 왓챠 전략이 경영난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추가적인 자금 유치에 실패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발행된 전환사채(CB) 490억원 규모 만기 연장에 실패했으며 금융 비용 부담(연 15% 지연이자)이 지속됐다. 이후 약 3년 이상 자본잠식 상태에 놓이게 되면서 2024년까지 누적 결손금은 약 2670억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경영난 상황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은 주요 투자자인 인라이트벤처스다. 인라이트벤처스는 지난 8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면서 관리인으로 박태훈 왓챠 대표를 관리인으로 선정했다. 투자자와 기업 대표 간의 협의를 통해 회생 전략을 도모하라는 시그널로 풀이된다.

그 결과 현재 박 대표와 투자자들은 왓챠의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하기보다는 매각을 전제로한 회생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수합병 추진 계획과 주간사 선정 기준을 법원에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한 상황이다.

매각을 두고는 다양한 평가가 교차한다. 긍정적인 평가로는 왓챠의 콘텐츠 평가 플랫폼 ‘왓챠피디아’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가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인공지능(AI) 전환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OTT 시장에서는 시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추천 AI 알고리즘 고도화가 기본 핵심 역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왓챠가 보유 중인 원천 데이터는 다양한 AI 기능에 도입될 수 있는 원료로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장점 찾기 쉽지 않네…복잡한 지배구조도 난관

문제는 왓챠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매력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왓챠는 독립·예술 영화 팬층을 타기팅하는 틈새 전략으로 명맥을 이어왔으나 이것이 오히려 대중성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다.

특히 오리지널 콘텐츠 공급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OTT 시장의 핵심 역량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 여부에 달렸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대표 OTT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기묘한이야기’ ‘오징어게임’ ‘케이팝데몬헌터스’ 등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 파워에 기반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CJ ENM의 OTT 플랫폼 티빙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및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물론 왓챠에서도 지난 2021년부터 외부 콘텐츠 공급 한계를 느끼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당시는 HBO 맥스 콘텐츠 재계약 실패가 맞물리면서 외부 콘텐츠에 의존하는 전략의 위기감이 극에 달했을 때다. 왓챠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시맨틱 에러’ ‘좋좋소’ 등 몇몇 흥행작을 내놓기는 했지만 분위기 반전에는 실패한 모습이다.

기술적인 장점도 희미해졌다. 서비스 초기 당시 ‘개인화 콘텐츠 추천’ 기술은 업계가 주목한 왓챠 핵심 기술이었다. 왓챠피디아 등을 통해 시청자들이 직접 남긴 평점과 감상 데이터는 왓챠 서비스의 핵심 원동력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어떤 콘텐츠를 추천하고 시청 시간을 늘릴지 전략을 구상하는데 강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다양한 사업자들이 OTT 시장에 뛰어든 지금 개인화 콘텐츠 추천 기술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기술이 됐다. 오랜 기간 동안 경쟁사에서도 다수 구독자를 확보하면서 경쟁력 있는 데이터 축적에 집중했다.

그 결과 MAU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왓챠 MAU는 39만9707명으로 40만명 선이 무너졌다. 2년 전인 2023년 12월 65만5611명보다 약 40% 감소한 수치다.

업계 전문가는 “오리지널 콘텐츠 부족에 따른 활성 구독자 감소 등 핵심역량에서 매력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기술적인 이점이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협상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이마저도 차별점이 없어 왓챠가 매각 주도권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복잡한 지배구조도 매각 과정의 난관으로 꼽힌다. 현재 왓챠 지분은 박태훈 대표(14.54%) 최대주주를 필두로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7.63%)과 컴퍼니케이 고성장펀드(5.14%), 카카오그로스해킹펀드(3.86%), 한국산업은행(3.38%), 원지현 공동창업자(3.01%) 등 다수 주주가 보유 중이다.

우선협상자가 등장해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하더라도 다수 주주의 동의를 얻어야 최종적인 매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가치 산정 등 주요 안건에서 이견이 발생할 경우 최종적인 인수합병도 지연될 수 있다. 유사한 사례로 티빙과 웨이브 합병 과정에서도 웨이브 주주 중 하나인 KT스튜디오지니의 의사 결정이 지연되면서 합병절차가 개시된지 한참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연되고 있는 양상이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주주 간 의견 조율이 최종 매각 여부의 핵심 과제로 부상할 수 있다”며 “원매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주주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딜 클로징(거래 종결)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인수를 주저하거나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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