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일반

[DD 문화人]'케데헌' 루미 아덴조, "어린 시절 인종차별 상처, 루미 연기로 치유받았죠"

조은별 기자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 루미 역 목소리를 연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아덴 조.[사진=웨이브나인]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 루미 역 목소리를 연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아덴 조.[사진=웨이브나인]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차별 받는 전세계 아시안 청소년들에게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을 것, 가장 큰 약점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 루미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아덴 조(한국명 조세진·40)는 인종차별에 시달렸던 자신의 10대, 20대 시절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광고 촬영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는 지난 달 30일 서울 삼성동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나 힘들었던 10대 시절과 달리 확연히 달라진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전했다.

미국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교포 2세인 아덴 조는 학창 시절부터 배우 활동 초창기까지 지독한 인종차별을 겪었기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더욱 소중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만약 내가 어릴 때 이런 영화가 있었다면 좀 더 건강하고 자신감있게 지냈을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동양인들은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저는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지만 어릴 때부터 한식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한국 음식을 먹으면 아이들이 많이 놀렸죠. 그때는 제가 살던 지역 인근에 동양인이 저희 가족밖에 없어서 폭행도 당하고 병원에도 서너 번 입원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예전과 달리 ‘그 김밥 어디서 사먹어요’라는 질문을 받곤 해요. ‘오징어게임’같은 K드라마와 BTS같은 K팝 가수들 덕분이죠.”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 루미 역 목소리를 연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아덴 조.[사진=웨이브나인]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 루미 역 목소리를 연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아덴 조.[사진=웨이브나인]

일리노이대학에 진학한 아덴 조는 18살이던 2004년, 미스코리아 시카고 진으로 선발돼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았다. 한국어로 자기소개조차 하지 못했던 그는 미스코리아가 되면 한달동안 한국합숙대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말에 출전을 결심했다. 특히 한국음식과 재미있는 한국드라마에 푹 빠져 한국배우 데뷔까지 고려했다.

“미스코리아 출전을 위해 한국에 온거데 한국음식이 너무 좋아서 한달동안 10Kg이 쪘어요.(웃음) 한국에서 배우 데뷔 이야기도 나왔는데 살이 너무 찌니 체중도 감량하라 하고, 성형 권유도 받았죠. 아무래도 한국의 미적 기준과 제가 안 맞았나봐요. 부모님도 연기가 하고 싶으면 대학을 졸업하라 말씀하셔서 일단 미국으로 돌아갔어요. 그 뒤 30Kg을 감량했죠.”

배우로 발을 내디딘 후에도 할리우드의 인종차별은 계속됐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준비하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MTV ‘틴울프’(2016)시리즈와 넷플릭스 ‘파트너 트랙’(2022)은 무명의 아덴조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이 됐다. 오랜 시간 기다린 기회를 그는 놓치지 않았다. ‘틴 울프’ 출연 당시 일본인 캐릭터에 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설정을 추가했고, ‘파트너트랙’은 당초 원작에서 중국인이었던 설정을 한국인으로 바꾼 후 촬영을 시작했다.

‘케데헌’에는 헌트릭스의 스승 셀린(김윤진) 역으로 오디션을 봤으나, 주인공인 헌트릭스 리더이자 메인보컬 루미에 캐스팅됐다. 그는 루미 역을 연기하며 40년간 인종차별로 받은 상처를 치유받기도 했다. 아덴조는 “교포 출신이라 한국어 발음이 완벽하지 못한데 루미가 한국어로 얘기할 때는 완벽한 발음을 위해 노력했다”며 “한국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 루미 역 목소리를 연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아덴 조.[사진=웨이브나인]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 루미 역 목소리를 연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아덴 조.[사진=웨이브나인]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지만 아덴조는 자신에게 흐르는 한국인의 혈통을 자랑스러워한다. 그의 소셜미디어계정에는 한국관광과 한국음식을 먹는 사진이 가득하다. 아덴조가 가장 잘하는 음식은 김치볶음밥과 김치찌개. 그는 “김치를 오래 볶으면서 육수를 준비해야 맛있고 통김치와 삼겹살을 써야한다”고 자신만의 요리비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는 ‘도깨비’, ‘시크릿가든’, ‘태양의 후예’ 등 주로 김은숙 작가의 로맨틱코미디드라마를 꼽았다. 그는 “김은숙 작가님에게 러브콜이 온다면 꼭 출연할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케데헌’ 이후 아덴조는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이자 전소미 등이 출연한 K팝 소재 스릴러 ‘퍼펙트 걸’로 다시 한번 K팝과 인연을 맺었다. 아덴조는 “모두가 K콘텐츠, K뷰티, K팝을 얘기하지만 이게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었으면 한다. 세계인이 한국문화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소망을 전했다.

‘케데헌’은 2일 제 68회 그래미어워즈에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 부문을 수상하며 K팝 최초로 그래미를 들어올렸다. 오는 3월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 아카데미(오스카상)에서는 애니메이션과 주제가상 등 2개 부문 수상을 노린다.

“오스카를 받는다면 전세계 위너가 될 것 같아요. 꼭 수상하고 싶어요.”

조은별 기자
mulg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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