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지분 낮추는 LG화학…'전략' 전환 속내 따로 있다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LG화학이 핵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율을 향후 5년에 걸쳐 70% 수준까지 낮추는 '중기 자산 유동화 전략'을 공식화했다. 현재 79.3%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분율을 단계적으로 희석시켜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자산 매각을 넘어선 고도의 재무적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공격적인 외형 확장보다는 '현금 완충장치(Cash Buffer)'를 마련해 기초 체력을 다지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 "지분 10%면 약 9조원"…LG화학, 5년의 시간을 산다
2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컨퍼런스콜과 투자자 소통을 통해 현재 80%에 육박하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2030년까지 7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핵심은 '속도 조절'이다.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단기간에 지분을 털어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 이슈를 차단하기 위해 5년이라는 긴 호흡을 택했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매년 1~2%포인트 안팎의 지분을 정교하게 유동화하겠다는 셈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현재 시가총액을 고려할 때 지분 약 10%를 매각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대략 9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재 LG화학 시가총액의 약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LG화학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에 전혀 지장이 없는 70%대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조 단위의 현금을 매년 안정적으로 곳간에 쌓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LG화학의 이번 결정은 그룹 전반에 흐르는 기류 변화와 무관치 않다. 그동안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공격적인 설비 투자(CAPEX)를 집행해왔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급변했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무리한 투자보다는 재무 건전성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LG화학의 차입금 규모는 지난 몇 년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꾸준히 증가해왔다.
◆ 왜 지금인가?…'투자'에서 '생존과 관리'로의 태세 전환
증권가 관계자는 "LG화학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이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수익 창출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배터리 소재 부문의 이익 개선도 지연되고 있다"며 "지금은 빚을 내 투자를 늘리기보다 보유 자산을 활용해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신용등급을 방어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즉 이번 지분 유동화는 위기 상황을 버텨낼 '재무적 방파제'를 쌓는 작업인 셈이다.
그렇다면 확보된 9조원은 어디로 향할까. 시장의 관심은 이 자금이 대규모 M&A(인수합병)나 신규 공장 증설에 쓰일지에 쏠려있으나 당분간은 '재무구조 개선'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 확보한 유동성을 우선적으로 고이율 차입금 상환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 비율을 낮춰 이자 비용을 절감하고 재무지표를 안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투자가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니다.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분야의 필수적인 증설은 지속되겠지만 그 속도와 규모는 철저히 시장 수요에 맞춰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선제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확실한 수요가 담보된 프로젝트에 선별적으로 자금을 집행하는 '핀셋 투자' 기조가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이 당장 확보된 현금으로 공격적인 M&A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오히려 5년간 분할 매각을 통해 들어오는 현금을 운영 자금과 필수 케펙스에 충당하며 외부 차입 의존도를 낮추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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