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맥주 등 日 주류 수입 역대급 증가… 위스키, 이젠 '숫자'보다 '서사'를 판다

[사진=이마트]
[디지털데일리 유채리기자] 숙성 년수가 가장 주요한 구매 기준이었던 위스키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몇 년' 숙성인지가 소비의 주요 척도였다면 이제는 제품에 담긴 스토리나 고유한 브랜드 콘셉트가 소비자의 선택을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했다. 고숙성 위스키 공급이 대중화된 가운데 사케, 맥주 등 대체 주종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는 특히 일본산 주류의 공세가 두드러진다.
2일 관세청 수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맥주 수입액은 7915만 달러로 전년 대비 17.35% 증가했다. 일본산 사케(청주)는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2784만달러 어치 수입됐다. 전년도와 비교해 19.6% 늘어난 수치다.
과거 일본 불매 일본 맥주와 일본산 사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2억2685만달러(약3200억원)으로 전년보다 9.0% 줄었다.
이런데는 주류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한 몫한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류 유행이 저도주와 RTD(Ready to Drink), 일본 주류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위스키 업계는 단순한 고도주 이미지를 넘어 소비자에게 새로운 '마실 이유'를 제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의 소비 트렌드인 '프라이스 디코딩(Price Decoding)'과 궤를 같이 한다. 프라이스 디코딩이란 소비자가 단순히 가격표를 보는 것을 넘어 제품의 원가, 제조 공정, 브랜드 철학 등 이면의 이야기를 파악하고 스스로 가치를 부여해 소비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단순히 가격의 싸고 비쌈을 떠나 제품이 담고 있는 가치를 '해독'해 자신만의 취향을 소비하려는 것이다.

[사진=GS리테일]
유통업계는 이러한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전국 트레이더스 매장에서 '조니워커 블루'와 '조니워커 블루 말띠 에디션' 선물세트 구매 시 각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조니워커 블루 말띠 에디션의 경우, 지난해 설 '뱀띠 에디션' 동일 상품 대비 매출이 12% 늘어났다. 이마트는 "차별화된 와인위스키 선물세트에 색다른 쇼핑 경험을 더하기 위한 노력"이 유효했다고 풀이했다.
롯데백화점도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불의 기운과 도약, 번영을 상징하는 붉은 말의 의미를 담은 '김창수 위스키 붉은말 에디션'을 30병 한정으로 판매했다. 국내 증류소의 자부심과 신년의 서사를 결합해 소장 가치를 극대화한 사례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위스키 브랜드 '기원'과 셰프 에드워드 리가 함께 기획한 '기원 레드 페퍼 캐스크'를 선보였다. 이는 재미교포 2세인 에드워드 리의 이야기처럼 한국적인 요소를 위스키에 담아 '글로벌에 선보여도 통할 로컬 서사'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는다.
저가 위스키도 마찬가지다. 세븐일레븐이 재출시한 '블랙서클 위스키'는 방송인 신동엽과 함께 기획한 것이다. 1800년대에 위스키는 술병에 색깔별로 다른 원형 라벨을 부착해 맛이나 등급을 기억했다. 블랙서클 시리즈는 시청자들로부터 오랜 기간 인기 있는 방송인 신동엽처럼 모든 색의 등급을 뛰어넘어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술을 선보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스토리텔링을 담당하는 팀이 별도로 생길 정도로 서사 구축에 주력하는 분위기"라며 "고숙성 위스키 출시가 비교적 잦아져 '이야기'가 차별화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이제 위스키를 마시는 행위를 단순히 미각적 만족을 넘어 제품 이면에 담긴 철학을 향유하는 하나의 '경험적 체험'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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