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사용료’ 갈등 반복… 멈춰선 방미통위 가이드라인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콘텐츠 사용료(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싼 유료방송사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케이블TV(SO)가 콘텐츠 사용료 지급액을 낮추는 방향의 자체 산정안을 마련하자 PP업계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이 과정에서 ‘정부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관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며 갈등 조정의 역할을 미뤄온 반면, 정작 요금 규제 등으로 시장이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여지는 제한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방송 재원을 둘러싼 부담은 사업자 간 협상으로만 전가됐고 문제는 내부 조정의 한계를 넘어선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 PP업계 “케이블TV 산정안 수용 불가” 의견서 전달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와 ‘한국방송채널사용사업협회 PP협의회’는 최근 케이블TV 업계가 마련한 콘텐츠 사용료 대가산정 기준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케이블TV는 지난해 콘텐츠 사용료 자체 산정안을 발표하고 올해 초 SK브로드밴드와 아름방송을 제외한 전 사업자가 해당 산정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산정안의 핵심은 콘텐츠 대가 총액에 유료방송사의 매출액(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액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액)의 증감률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PP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산정안에 포함된 ‘보정옵션’이다.
케이블TV는 콘텐츠 대가 지급률이 다른 유료방송사 평균보다 5% 이상 높은 사업자에 대해 향후 3년간 콘텐츠 대가 총액을 점진적으로 감액하는 조건을 신설했다. PP업계는 이 조항이 사실상 대부분의 MSO에 적용될 수 있어 콘텐츠 사용료 총액이 연쇄적으로 줄어드는 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다 보고 있다.
PP업계는 유료방송사가 그간 지급해온 콘텐츠 사용료의 절대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번 산정안이 콘텐츠 대가 총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사용료가 콘텐츠의 질이나 인기보다 플랫폼의 재정 여력에 따라 결정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수신료 매출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 없이 콘텐츠 비용 절감만을 목적으로 한 대가산정 기준을 제시하며 PP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수년간 콘텐츠 사용료 동결 또는 감액을 감내해온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폭 감액을 전제로 한 기준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유료방송사업자들도 유사한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 유료방송사가 PP에게 지급하는 콘텐츠 사용료 총액이 연쇄적으로 줄어드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PP의 콘텐츠 제작·수급 재원 축소로 이어지고, 다시 유료방송 콘텐츠 품질 저하로 연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매출의 90% 지급하는 케이블TV…플랫폼 붕괴가 부를 구조적 위기
케이블TV는 유료방송 시장 성장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개별 협상을 통해 기존 수준의 콘텐츠 사용료를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케이블TV가 처한 경영 여건은 녹록지 않다. 전체 케이블TV 매출액은 2014년 3조2459억원에서 2024년 2조7272억원으로 16%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9억원으로 96.3% 급감했다. 적자 기업 수도 2014년 15개에서 2024년 52개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료방송 사업자 가운데 매출액 대비 콘텐츠 대가 지급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케이블TV다. 2024년 기준 케이블TV의 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액은 5719억원으로 이 가운데 90.2%에 해당하는 5160억원을 지상파를 포함한 PP에 지급하고 있다.
보정옵션이 대부분의 MSO에 적용된다는 점 역시 케이블TV의 콘텐츠 대가 총액이 다른 유료방송 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책정돼 왔음을 방증한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개별 사업자 간 분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플랫폼 붕괴는 곧 콘텐츠 유통 경로의 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상생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지만 생존 위기에 직면한 사업자들로서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제작 현장에서는 작품을 제작하더라도 편성할 수 있는 플랫폼이 줄어들면서 지식재산권(IP)을 해외 플랫폼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넘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콘텐츠의 주요 수출 거래처 가운데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 비중은 71.3%로 가장 높았다.
◆ 정부 규제 속 방임…작동하지 않는 ‘시장 자율’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와 관련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부분을 지적한다. 방송 시장 침체 속에서 한정된 재원을 둘러싼 갈등은 이미 수차례 예고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CJ ENM과 딜라이브 간 갈등 당시에도 유사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당시 정부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중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학계와 업계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콘텐츠 사용료 산정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이야기됐지만 관련 가이드라인은 구체화되지 못했다.
이후 정부는 콘텐츠 사용료 문제를 사업자 간 계약 사안으로 보고 조정 역할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지만, 현재 방송시장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접근이 현실과 맞지 않다고 이야기된다. 같은 유료방송 사업자 간에도 협상력은 균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케이블TV가 매출의 약 90%를 PP에 지급하고 있는 반면 IPTV는 약 30% 수준에 그치면서 유료방송과 PP 간 콘텐츠 사용료의 적정 배분 비율엔 의문이 제기된다. IPTV 사업자 중 LG유플러스는 오히려 지난해 8월 일부 중소 PP를 대상으로 콘텐츠 사용료를 대폭 조정하고, PP와의 상생협의체에 탈퇴한 상황이다.
PP 간에도 협상력 차이는 크다. 케이블TV가 지급하는 콘텐츠 사용료 중 상당 부분이 지상파와 종편에 집중돼 있음에도, 이들을 논의 구조에 포함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욱이 이 같은 시장 구조에서 PP가 협상 결렬 시 블랙아웃(송출 중단)을 선택하기 어렵고, 유료방송 사업자 역시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요금 인상으로 전가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시장에 맡긴다’는 정부의 접근은 자율보다는 방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학계에선 지속 가능한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위해 소관 부처인 방미통위의 명확한 의지와 정책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콘텐츠 사용료의 금액을 직접 정하기보단 협상이 이뤄지는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사업자 간 상생을 위한 ▲콘텐츠 사용료의 최소보장액을 두는 한편 ▲유료방송 사업자로 하여금 콘텐츠 사용료 산정 시 반영해야 할 필수 요소와 산식 구조를 명시하도록 하고 ▲PP 사업자가 채널 묶음 판매의 기준과 이를 입증할 책임을 두며 ▲협상 결렬 시 중재 절차 등을 제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현재 시장은 개인 간 거래가 아닌 집단 간 거래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제작자·플랫폼·이용자 등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정부가 개입해 적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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