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호 칼럼] '설탕 부담금' 서민 피해없게 정교하게 설계해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 등 당류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설탕 과다 사용에 대한 부담금 문제가 이른바 설탕세(Sugar tax) 논쟁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8일 SNS에 글을 올려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고 국민 의견을 물었다.
이 대통령은 하루 뒤인 29일 야권의 비판이 나오자 증세 또는 과세 추진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 관계의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재정에 사용되는 세금과 특정 용도를 위해 그 필요를 유발한 원인에 부과하는 부담금은 다른데도 '설탕세 시행 비난'은 여론조작 가짜 뉴스라는 것이다.
설탕세가 되었든 부담금이 됐든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 시행의 효과다.
설탕세가 뜬금없는 주제는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6년 설탕세 도입을 권고했고, 많은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다.
노르웨이(1981년), 사모아(1984년), 피지(2006년), 핀란드·헝가리(2011년), 프랑스(2012년), 멕시코·칠레(2014년) 등은 WHO가 권고하기 이전 도입했다.
WHO 권고 이후엔 아랍에미리트·태국(2017년), 필리핀·영국·아일랜드(2018년) 등으로 도입이 확산돼 다양한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
이런 국제 추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후발 주자라 할 수 있다.
설탕과의 전쟁으로 설탕세 또는 소다세(Soda tax)를 도입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인데, 이제 와서 용어 문제로 왈가 왈부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설탕에 대한 세금이든 부담금이든 섣불리 도입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저소득층에 대한 부담 문제 때문일 것이다.
가령 설탕세를 도입한다면 부가가치세처럼 간접세여서 비용은 제조업체들이 떠안게 된다. 하지만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서민들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소득이 낮을수록 소득 대비 세(稅) 부담이 커지는 조세 역진성 때문이다.
담배의 경우처럼 세금이 아니라 설탕에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을 매긴다고 해도 준(準)조세에 해당되기 때문에 도입 초기엔 증세 논쟁으로 비화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설탕 사용을 줄여 국민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 손에 잡히는 객관적 수치를 제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업체들이 각종 음료 등에 투입하는 설탕 함량을 줄일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설탕 사용량에 따라 부담금은 달라지게 설계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입 초기 2년 동안 설탕 사용량이 50% 줄었다는 해외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는 청소년들의 당류 섭취가 전 연령 평균보다 1.2배 가량 높다고 한다. 빵이나 과자 등을 많이 찾는데 따른 현상일 것이다.
오랜 기간 추적 관찰을 해야 가시적인 효과도 있는 만큼 설탕 부담금의 건강 타겟팅을 청소년으로 명확히 해 호응을 얻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설탕 제품은 가격 비탄력적인 특성이 있어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더라도 소비 성향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고 본다면 물가에 미칠 영향은 제도 도입에 불리한 요소다.
설탕 건강부담금으로 하게 되면 세금과는 달리 사용처가 명확히 정해지기 때문에 논쟁할 필요가 없다. 건강증진법에 의해 설치된 건강증진기금으로 공공보건의료 등 제한된 용도로만 쓰이게 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탄산음료 대신 당류가 적은 탄산수를 마시거나 설탕을 섞은 믹스 커피 대신 블랙 커피를 많이 섭취하는 추세다.
이런 소비 패턴의 변화로 최근 5년간 당류를 많이 소비하는 통로인 음료류 소비가 30% 가량 늘었는데도 음료를 통한 당류 섭취량은 증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은 2018년 하루 36.4g에서 2022년 34.6g으로 5년 간 비슷한 추세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설탕 섭취량은 31.8kg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2.3kg, 선진국 평균 32.0kg과 비슷하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21년에는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담배에만 부과하고 있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가당음료에도 부담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국민의 식습관 개선을 유도해 당뇨, 비만, 고혈압 등을 예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9월에는 같은 당 정태호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설탕 과다 사용세 토론회'에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지만 입법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2018년 4월 설탕세를 도입한 영국은 2019년 새 총리를 뽑는 선거를 앞두고 당시 보리스 존슨 전 외무부 장관은 자신이 선출되면 설탕세를 없애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설탕세가 비만 예방에 효과가 있는 지, 확실한 근거가 없다면 저소득층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운동을 권장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존슨이 당선되면서 설탕세를 없애지는 못했지만 적용 품목을 초콜릿 등으로 확대하려던 기존 정책은 중단됐다.
덴마크는 1930년대부터 설탕과 탄산음료에 일정액의 세금을 부과했으나 2013년 없앴다. 국경을 넘는 저가 상품 구매 등의 부작용이 생겼기 때문이다.
세금이 됐든, 부담금이 됐든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와 국회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 소모적인 논쟁을 끝장내기 바란다.

디지털데일리 주필
서울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아리랑국제방송 시사보도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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