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가는 '디지털 적자'…"고정밀지도 반출, 생태계 악영향"
2011년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나 반출을 신청한 구글을 비롯해 국내 공간정보 산업을 확장하려는 미국 빅테크들로 인해 한국 고정밀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논의가 글로벌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두고 우리 정부도 신중론을 취하고 있는 만큼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이하 협의체)'는 지도 해외 반출 여부에 대해 유보 결정을 내린 상황이다. <디지털데일리>는 'K-로드-맵'을 통해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이 갖는 함의를 ▲정책·안보 ▲산업·경제 ▲사회·윤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해 보고, K-맵 산업에 대한 비전과 경쟁력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구글·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 고정밀지도 반출을 요구하는 가운데 반출 허용 시 국내 공간정보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에 고정밀지도 반출까지 허용할 경우 이미 10조원에 육박하는 한국의 디지털서비스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26일 다자 간 경제협력 기구인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디지털 제공 서비스 국제 수지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디지털서비스 적자는 65억달러(약 9조4172억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또한 지식서비스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무역수지 적자 폭은 2024년 38.8억달러(약 5조6206억원)로 집계됐고 지난해 상반기에만 22억달러(약 3조1869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이런 상황 속에서 고정밀지도 반출까지 허용된다면 국내 공간정보산업과 플랫폼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 공간정보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경우 99%가 영세한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며 "구글과 애플 같은 빅테크가 국내 정밀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경우 공간정보산업과 연계된 타 산업까지 연쇄적으로 구조적인 악영향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공간정보기업으로 구성된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가 발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 국내 공간정보 업체 중 90%가 구글의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에 반대 입장 표명했다. 해당 기업들은 국가 안보 위협·국내 산업 붕괴·중국 등 다른 빅테크 요청 시 부정적 선례 등 측면을 우려점으로 꼽았다. 구글의 독점 형성 및 국내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택시업과 대리운전업을 비롯한 소상공인 측에서도 고정밀 지도 반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1:5000 고정밀지도를 기반으로 웨이모 등 국내 자율주행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택시업 등이 큰 피해를 본다는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라 구글 지도 등에 광고 노출이 필요한 음식점 등 소상공인들 역시 구글이 갑작스레 광고비를 인상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도 "택시업·대리운전업 등 소상공인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국가 중요 자산을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한 서울시 역시 "관내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고정밀지도 반출과 관련한 의견을 취합한 결과 반출 시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자율주행·위치기반 등 모든 사업 영역들이 구글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고정밀지도 반출로 자국 내 관련 생태계가 타격을 입은 해외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구글 지도에 데이터를 제공하던 현지 공간정보 분야 유니콘 스타트업 '젠린'은 당국의 개방적 데이터 정책 영향으로 2019년 돌연 구글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계약이 해지된 다음 날 젠린의 주가는 도쿄 증시에 상장된 1996년 이후 최대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현재 젠린의 기업가치는 2019년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또한 일본은 디지털 적자 규모 또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의 디지털 적자는 2014년 2조엔(약 18조7078억원)에서 2023년 5조3000억엔(약 49조5656억원)으로 늘어난 이후 지난해 6조8000억엔(약 63조5290억원) 규모로 늘었다. 현재 일본은 급속히 커지는 디지털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장단기 대책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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