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비트코인 ETF ‘빗장’ 연 한국… 월가는 ‘이자 주는 코인’ 전쟁 중

조윤정 기자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새해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 월가가 가상자산을 향해 동시에 문을 열어젖혔다.

한국이 그간 굳게 닫혔던 ‘가상자산 현물 ETF’의 빗장을 풀기로 결정한 가운데,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IB)들은 단순 투자를 넘어 직접 상품 발행과 운용에 뛰어들며 이른바 ‘가상자산 2.0’ 시대의 주도권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증권계좌로 비트코인 산다”... 정부, 현물 ETF 도입 추진 공식화

국내에서는 지난 9일 기획재정부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자산 현물 ETF의 국내 도입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은 ‘실물 자산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현물 ETF 중개와 출시를 금지해 왔으나, 글로벌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과 시장의 거센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계획이 이뤄진다면, 그간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아 투자의 사각지대에 머물렀던 연기금과 법인 등 기관 자금이 제도권 안으로 유입될 수 있는 중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자자들이 기존 증권 계좌를 통해 간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면 거래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됨은 물론 시장 저변 또한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자산 운용의 투명성을 높여 시장 전반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국고금의 4분의 1을 디지털 화폐(토큰) 활용해 집행하는 인프라 구축을 목표하고 있는 만큼, 이번 ETF 도입 추진이 단순한 투자 수단 확대를 넘어 디지털 금융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는 핵심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 = 생성형 AI]

◆ 월가 공룡들, 비트코인 ETF에 ‘사활’

한국이 제도적 문턱을 낮추는 사이, 월가의 공룡들은 상품의 질적 진화에 집중하고 있다. 보수적 투자의 대명사였던 모건스탠리는 지난 6일 미 SEC에 비트코인과 솔라나(Solana) 현물 ETF 출시를 위한 증권신고서(Form S-1)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참전을 알렸다.

후발주자인 모건스탠리의 전략은 '차별화'다. 특히 솔라나와 이더리움 ETF에는 보유 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에 활용해 보상을 받는 ‘스테이킹(Staking)’ 기능을 포함시켰다. 단순한 시세 차익을 넘어 추가 배당같은 ‘이자 수익’ 개념을 결합한 상품으로 투자자를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인 'IBIT'에는 지난 금요일 하루에만 약 2억8740만달러(약 3800억원)가 유입되며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뱅가드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전통 금융사들이 잇따라 가상자산 관련 거래를 허용하거나 권유하기 시작하면서, 기관 자금 유입의 댐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최근의 지정학적 격변과 정책적 변화를 꼽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외교 정책과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등 글로벌 변동성이 커지면서, 비트코인이 ‘검열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이자 ‘매크로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토드 손 스트래티가스 증권 ETF 수석 전략가는 “디지털 자산은 이제 발행사 입장에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자산군이 됐다”며 “ETF 시장에 새로운 자산군이 진입하는 일은 드문 만큼, 대형 기관들의 추가적인 수용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국 정부의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추진은 국내 자본시장에 연기금과 법인 등 대규모 기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월가의 직접 발행 경쟁과 한국의 제도적 빗장 해제가 맞물리며, 올해 가상자산이 명실상부한 ‘주류 금융 자산’으로 안착하는 원년이 될 지 주목된다.

조윤정 기자
y.j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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