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주권 논의 빠진 국가 LLM, 오픈소스 운영 설계는 이제부터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국가 차원 대형언어모델(LLM) 확보가 현실 단계에 들어섰다. 정부는 해당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공공과 민간 확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를 전제로 한 설계와 준비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소스와 오픈소스 기반 AI 생태계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 없이 선언적 기술 확보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업계에선 독자 LLM 기술 확보 이후 이를 현장에서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지에 대한 기준 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현재 1차 평가가 진행 중이다. 조만간 정예팀 압축 결과가 나오면서 국가 LLM 윤곽도 보다 분명해진다. 그러나 공개된 일정과 관리 체계를 보면 정책의 초점은 모델 성능 고도화, 평가·선발 구조, 일정 관리 등 공급 측 성과 관리에 맞춰져 있다.
오픈소스 공개 역시 주요 단계로 포함돼 있지만 실제 수요자인 공공과 기업이 이를 어떻게 설계에 반영해야 하는지, 활용 범위와 운영 책임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최근 일부 정예팀을 둘러싼 오픈소스 활용 논란 역시 이러한 기준 부재가 현장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프롬 스크래치’ 기준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가 진행되다 보니 모델 구조와 학습 방식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 같은 공백은 공공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도 직접적인 제약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 중앙부처 서비스 시스템 통합 사업에서 AI 기반 서비스 설계를 자문했는데, 향후 출시될 국가 LLM 적용 가능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었다”며 “명확한 가이드가 제시되지 않다 보니 수요자 입장에서는 이를 전제로 한 사전 준비나 전략 수립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수요자에는 민간 기업뿐 아니라 공공 서비스 영역도 포함된다는 의미다.
공공 영역에서는 장기 시스템 구축 특성상 모델 선택, 데이터 연계 구조, 보안·책임 체계, 운영 비용 구조 등을 사전에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 AI를 오픈소스로 활용한다는 정책 방향만 제시된 채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제 사업 설계 단계에서 이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국가 AI가 등장하더라도 기존에 검증된 상용 클라우드나 해외 모델 중심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오픈소스는 라이선스와 거버넌스, 운영 구조에 따라 활용 가능성과 통제 범위가 달라지는 자산으로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의 AI 모델 역시 개발 결과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기술 주권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실제로 누가 어떤 조건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지,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설정할지, 운영 책임과 보안 통제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따라 정책 효과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오픈소스와 국가 기술을 ‘운영 인프라’ 관점에서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핵심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공공 인프라로 규정하고 유지·보수 인력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구조를 구축했고, 중국은 자국 코드 저장소 플랫폼을 국가 표준으로 육성하며 배포·통제 구조를 관리하고 있다. 단순 공개를 넘어 운영 주도권을 국가가 확보하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은 오픈소스 기반 국가 AI 전략의 방향성은 제시했지만 이를 공공 서비스와 산업 구조 속에서 어떻게 작동시킬지에 대한 운영 설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책 로드맵이 성능 경쟁과 일정 관리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실제 수요자가 준비해야 할 활용 기준과 책임 구조는 뒤로 밀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버린 AI 전략의 성패가 기술 개발 속도가 아니라 운영 체계 설계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국가 AI를 전제로 공공 시스템이 설계 단계부터 준비할 수 있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하고, 민간 기업 역시 예측 가능한 투자·기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정책 신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픈소스가 전략 자산으로 전환된 환경에서 소버린(주권) AI 역시 ‘만드는 정책’에서 ‘운영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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