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AI 가전, 어렵냐고요?"…베스트바이 현장에서 본 삼성 '홈 컴패니언' 전략 [CES 2026]

라스베이거스(미국)=배태용 기자

150여개 '숍 인 숍' 확대… 데이코 빌트인으로 프리미엄 고객도 동시 공략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스트바이 매장. [사진=공동기자단]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스트바이 매장. [사진=공동기자단]

[라스베이거스(미국)=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예전엔 AI 가전이 어렵다고 느끼는 고객이 많았는데 요즘은 AI를 '당연히' 묻고 들어와요. 스마트싱스로 연결했을 때 전기요금이 줄어드는지까지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남서부 쇼핑지구 '아로요(Arroyo)' 인근 베스트바이(Best Buy) 매장. CES 기간 '신제품 테스트베드'로도 쓰이는 이 대형 매장 가전 코너 정중앙에는 삼성전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와 북미 주택 구조를 겨냥한 '비스포크 AI 벤트 콤보', 톱 로드 방식 '비스포크 AI 세탁기'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베스트바이가 기술 수용도가 높은 고객을 겨냥해 'AI 세탁' 라인업을 전면 배치한 셈이다.

매장 초입을 통과하자 축구장 절반 크기 공간에 TV·가전·IT 기기가 빼곡했다. 동선은 계산돼 있었다. 현지 가전 브랜드의 톱 로드 세탁기를 안쪽에 길게 늘어놓되 높이가 낮은 제품군을 앞세워 시야가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전용 쇼룸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브랜드 코너'가 아니라 매장 안에서 또 하나의 매장처럼 꾸민 '숍 인 숍(shop in shop)' 구조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스트바이 매장의 삼성전자 제품. [사진=공동기자단]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스트바이 매장의 삼성전자 제품. [사진=공동기자단]

삼성과 베스트바이의 협업은 오래 이어져왔다. 삼성은 스마트싱스 인수 이듬해인 2015년부터 베스트바이 내 전용 쇼룸을 운영해 왔다. 2016년 대형 스크린을 단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앞세워 연결 가전 경험을 확장했고 지금은 샌프란시스코·댈러스·휴스턴 등 미국 각지에서 150여개 전용 쇼룸을 굴린다. 라스베이거스 매장 쇼룸에도 9형·32형 패밀리허브 냉장고, 북미 특화 조리기기(슬라이드 인 레인지·더블 오븐), 세탁·건조기가 한 세트로 들어서 있었다.

이번 CES 2026에서 삼성이 제시한 키워드는 '홈 컴패니언(Home Companion)'이다. 보고(카메라) 듣고(음성) 말하는(스크린) 가전으로 집안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매장에서는 그 메시지를 '체험형 판매'로 바꿔 놓았다. 냉장고 스크린에서 식재료를 확인하고, 세탁건조기 스크린에서 코스를 추천받고 음성으로 작동을 제어하는 흐름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제품 스펙보다 '내가 쓰는 장면'을 먼저 설계한 전시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스트바이 매장의 삼성전자 제품. [사진=공동기자단]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스트바이 매장의 삼성전자 제품. [사진=공동기자단]

삼성 쇼룸 옆에는 베스트바이 컨설턴트가 상주하는 상담 공간이 붙어 있었다. 설명도 'AI가 뭘 해준다'가 아니라 "어떤 생활 패턴에서 시간이 줄고 전기요금이 줄어드나"로 맞춰졌다. 베스트바이 직원 그레이스 살라스(Grace Salas) 씨는 "매장을 찾는 고객이 AI에 확실히 익숙해졌다"며 "새 기능을 묻는 사람이 늘었고 특히 스마트싱스와 연결했을 때 에너지 절감과 편의성이 얼마나 커지는지에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삼성은 스마트싱스를 '확장형 생태계'로 밀고 있다. 미국 내 스마트싱스 이용자는 2025년 12월 기준 8100만명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사용 빈도가 높은 서비스로는 스마트싱스 에너지가 꼽힌다. 지난 1년간 미국에서 1.6기가와트시(GWh) 에너지 절감량을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CE부문 마이클 맥더못(Michael P.McDermott) 부사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삼성전자 AI 가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기자단]
삼성전자 미국법인 CE부문 마이클 맥더못(Michael P.McDermott) 부사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삼성전자 AI 가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기자단]


프리미엄 공략도 같은 공간에서 이뤄졌다. 매장 한쪽에는 삼성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데이코(Dacor)'가 미국 럭셔리 빌트인 브랜드들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데이코 역시 스마트싱스 연결을 지원한다. '대중형 AI 가전'과 '초프리미엄 빌트인'을 한 매장에서 동선으로 이어 붙여 삼성식 생태계를 프리미엄 고객층까지 확장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월풀(Whirlpool), 지이(GE) 같은 전통 강호의 본고장이다. 공간이 넓고 '직접 요리' 문화가 강해 대용량·내구성·성능 요구가 뚜렷한 시장이기도 하다. 그 한가운데서 삼성은 초대용량 냉장고, 버블 엔진 기반 세탁 기술을 쌓아 올린 뒤 'AI·스크린·연결'로 다음 단계를 밀어붙이고 있다. CES에서 던진 신제품이 전시장에서 끝나지 않고, 유통 매장 한복판에서 바로 ‘검증’에 들어가는 이유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CE부문 마이클 맥더못(Michael P. McDermott) 부사장은 "첨단 AI 가전과 스마트싱스 연결성, 제품 신뢰성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가전이 스스로 판단하고 작동하는 전략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라며 "개별 제품을 넘어 소비자 삶의 질을 높이는 AI 제품 솔루션 회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CES 2026 특별취재팀 = 라스베이거스(미국) 김문기 부장·배태용·옥송이 기자·취재지원 최민지 팀장·고성현 기자

라스베이거스(미국)=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