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클리배터리] '한파' 찾아 온 4분기 실적…韓 ESS 입찰 경쟁 본격화

고성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소부장박대리 독자 여러분, 이번 주도 열심히 달린 박대리가 이차전지·에너지 이슈를 들려드립니다. <박대리보고서>에서는 금주에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뉴스를 선정해, 보다 쉽게 풀어드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박대리보고서와 함께 놓친 이차전지·에너지 이슈, 체크해보시죠. <편집자주>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얼티엄셀즈 배터리 공장. [사진=얼티엄셀즈]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한파가 찾아 온 겨울,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로 봄을 기대하던 국내 배터리 3사 실적에 다시금 추위가 덮쳐왔습니다. 국내 1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 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죠. 전기차 둔화에 따른 일시적 부진일지, 올해 전망을 어둡게 하는 또다른 추위일지 지켜봐야할 대목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9일 2025년 4분기 매출 6조1415억원, 영업손실 1220억원을 기록한 잠정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줄었고 전분기와 비교해 7.7% 늘었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5.9% 증가했으나 전분기보다 120.3% 급감하며 적자전환했습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어닝 쇼크'입니다. 금융정보업체가 집계한 4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인 615억원의 두배에 달하는 적자를 냈습니다. 북미 생산 공장에 현금성 세액공제를 제공하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45X)를 제외하면 그 규모는 더욱 큽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잠정 실적에 AMPC 세액공제 3228억원을 반영했으며, 이를 제외한 영업손실은 4548억원에 이릅니다.

이처럼 실적이 하회한 배경으로는 북미 전기차 시장 내 배터리 출하량 감소가 꼽힙니다. 주요 전략 거래선 전기차 업체로 향하는 배터리 물량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수익성이 감소한 것이죠. 특히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전기차 업체들이 선제적인 재고 감축과 더불어 로드맵을 내연기관 중심으로 선회하면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와 함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등에서 진행 중인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 증설과 지난 구금 사태로 멈춘 조지아주 현대차 합작공장 중단 등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배터리 업계는 이러한 수요 둔화가 단기간 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GM이 지난해 10월 얼티엄셀즈 가동을 이달부터 6개월 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어서죠. 얼티엄셀즈가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전기차 배터리 물량, AMPC 반영액 비중을 다수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른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의 작년 4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3조5121억원, 영업손실 287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적자 폭은 전분기 기록한 6108억원과 비교해 3500억원 가량 줄어들지만 적자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비상장사인 SK온은 별도 컨센서스가 집계되지 않으나, 배터리 부문 적자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SDI SBB(Samsung Battery Box). [사진=삼성SDI]

이 가운데 조만간 입찰 공고가 마감될 국내 ESS 프로젝트에 대한 귀추에도 이목이 쏠립니다. 삼성SDI가 기존 이력을 바탕으로 우위를 점할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반격에 나서면서죠. 특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갖춘 안전성과 강점이 이번 입찰에서 인정받을지 여부가 주된 경쟁 요소로 꼽힙니다.

전력거래소는 2025년에 실시한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2회차)에 대한 입찰제안서와 사업계획서 제출을 오는 1월 12일 오후에 마감합니다. 이후 증빙서류를 16일까지 제출 받은 후 입찰서류를 평가하고, 2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번 2회차 중앙계약시장 입찰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ESS 도입에 따라 2027년까지 육지와 제주에 각각 500MW, 40MW 규모 ESS를 구축하는 사업입니다. 국내 배터리 3사를 채택한 각 컨소시엄이 입찰 경쟁에 참여해 선정된 지역 내 ESS를 구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1회차 입찰과 달라진 점은 비가격 점수의 상향과 세부사항 조정입니다. 기존에는 가격과 비가격 점수 비중을 6대4로 설정했지만, 이번에는 비가격 점수 비중을 50%로 높여 진행하죠. 이 과정에서 계통 연계, 산업경제 기여도, 화재 및 설비 안전성 배점이 높아졌습니다.

1회차에서는 삼성SDI가 비가격 영역에서 강점을 보여 대부분의 수주를 가져갔습니다. 삼원계(NCA) 배터리임에도 울산에서 생산된다는 국산화 배점을 높이 평가받았고, 각형 셀 특유의 높은 안정성을 입증받은 덕입니다. 가격 측면에서도 프로젝트 특성에 맞춘 입찰가 제시, 컨소시엄과의 연계된 원가 절감 전략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삼성SDI는 이번 2회차 입찰에서도 유사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NCA 각형 배터리 기반으로 유연한 가격을 제시하되, 이를 채택한 컨소시엄이 많아질수록 단가를 낮추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죠. 이에 따라 기존에 삼성SDI를 채택한 이외 컨소시엄에서도 삼성SDI를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점쳐집니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사업장.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LFP 배터리 특유의 낮은 단가와 안정성을 바탕으로 경쟁에 나섭니다. 특히 LFP 파우치 배터리 생산지를 국내로 전환해 보다 적극적인 수주 경쟁을 이어나가겠다는 목표죠.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오창에 연 1GWh 규모 ESS용 LFP 배터리를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한편, 특유의 ESS 시스템통합(SI)과 소프트웨어 안정성을 바탕으로 경쟁에 나섭니다. 국내로 생산지를 전환해 국내 산업기여도를 높이고 화재 안정성에 대한 목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죠.

눈에 띄는 점은 실 운용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조하고 나선 점입니다. 통상 LFP 배터리는 충전 상태(SoC: State of Charge) 정확도 유지를 위해 주기적으로 100% 가까이 완충해 보정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솔루션에 자체 알고리즘을 적용해 완전 충방전 없이도 SoC를 정밀하게 추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수냉식 냉각 시스템을 통합식 칠러로 채택해 개별 칠러 대비 에너지효율을 높였고 냉각수 온도와 배터리 온도, 충방전 상태를 통합적으로 감지·제어해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였습니다. 아울러 화재 안정성이 높은 LFP 강점을 십분 활용해 복잡한 소화 설비 의존도를 낮추고, 전기저장시설 화재안전기준(NFPC 607) 시험에서 열폭주 조건에서도 화염 없이 연기만 관찰되는 등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밖에 대형 화재 모의 시험(LSFT)을 우선 검증해 시스템 단위 화재 안전성도 검증했죠.

SK온 서산공장 [사진=SK온]

SK온은 지난 1회차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실제 생산라인 확충에 나서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충남 서산2공장 내 연 3GWh 규모를 ESS용 LFP 배터리로 전환할 계획도 세웠죠. SK온이 제시한 연 3GWh 규모는 국내 ESS용 LFP 배터리 중 최대 생산능력 수준이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국내 산업경제 기여도를 고려해 채택하는 소재와 부품 국산화율도 높이는 추세입니다. 1회차 당시 활용했던 중국산 양극재를 배제하고 엘앤에프 등 국내산 LFP 양극재를 투입, 산업경제 기여도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했습니다.

한편, 시장이 악화된 전기차 부문 내 호재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SK온이 현대자동차에 탑재될 고전압 미드니켈(HVM) 파우치형 배터리 공급 논의를 본격화하면서죠.

SK온은 최근 현대차와 HVM 배터리 공급을 위해 서산 공장 2동 등 일부 공간에 HVM 배터리 라인을 구축해 차세대 모델향 개발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양사는 조만간 관련 협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수주 절차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SK온 측은 "고객사에 대한 정보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HVM은 니켈 함량이 50~60%인 삼원계 구조에 전압을 높여 성능·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린 배터리입니다. 통상 4.0V 수준인 충전전압을 4.3~4.4V로 높여 에너지밀도를 향상한 것이 특징입니다. 니켈 함량 80~90%인 하이니켈 대비 가격대가 낮으면서도 성능은 이에 근접한 수준으로 높일 수 있어 보급형·주류(Mainstream) 급 세그먼트 전기차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배터리 업계는 HVM이 LFP와 함께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의 성장 동력을 회복할 핵심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현 LFP 배터리가 초소형·준중형 일부 등 보급형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는 만큼, HVM이 이보다 상위 세그먼트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장기적으로 현대차가 계획 중인 EREV와 일부 보급형 모델에 HVM 배터리가 탑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현대차는 최근 정부와의 간담회를 거친 후 일부 모델에 탑재되는 중국산 배터리 비중을 낮추기 위한 가격 검토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현대차는 SK온을 포함한 국내 배터리 3사의 각형 HVM 배터리를 대안으로 고려 중입니다.

현대차를 넘어 타 글로벌 OEM 업체로 공급 판로를 확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LFP 배터리에 비해 낮은 입지로 뚜렷한 판로가 확정나지 않은 영향입니다. 실제로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은 이미 차세대 보급형 전기차에 LFP 중심의 EREV나 순수전기차(BEV) 로드맵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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