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일반

“시대인 안성기로 책임 다해” 故안성기, 영화인 동료 참석 속 눈물의 영결식

조은별 기자
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배우 안성기의 장례 미사가 끝난 뒤 배우 정우성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배우 안성기의 장례 미사가 끝난 뒤 배우 정우성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선생님께서는 배우 안성기를 넘어 시대를 잇는 시대인 안성기로 스스로에게 그 책임을 다 하려 하셨습니다.” (정우성 조사 中)

평생을 영화계 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국민배우’ 안성기가 이승을 떠나는 날, 한국 영화계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배우, 감독, 제작자 등 고인과 연이 있는 사람들은 눈물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9일 오전 7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출관이 진행된 이후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집전으로 고인의 안식을 기원하는 추모 미사가 열렸다.

9일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가 서울 중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고 안성기 배우의 장례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9일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가 서울 중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고 안성기 배우의 장례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후배 배우이자 소속사대표인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가 다소 수척해진 얼굴로 영정과 금관문화훈장을 들었으며 설경구, 박철민, 유지태, 박해일, 조우진, 주지훈이 굳은 표정으로 운구했다.

영결식에서 첫 번째 추도를 맡은 정우성은 “선배님께서는 한국 영화를 온 마음으로 품고 그 정신을 살리고 이어주려고 무던히 애써주셨다. 배우 안성기를 넘어 시대를 잇는 시대인 안성기로 스스로에게 그 책임을 다 하려 하셨다. 당신 스스로에게 참으로 엄격했던 분이었다. 그 엄격함은 곁에서 보기만 해도 무거웠다”며 “한없이 고독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배님은 오히려 늘 의연하셨다. 그런 모습이 제게는 항상 철인처럼 보였다. 지치지 않는 정신으로 확고한 가치관을 온화한 미소로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으셨던 성정도 참으로 숭고하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을 진실된 이해와 사랑으로 대하며 배우의 품위를 넘어 인간의 품격을 지켜내신 선배님, 무색무취로 자신을 지키려던 선배님은 찬란한 색으로 빛나셨다. 지나간 가치를 잊은 시대에 지나간 수많은 가치를 안성기의 언어로 표현하셨던 선배님은 혹시 오늘 누군가가 선배님께 '어떠셨냐' 여쭤보면 '응, 난 괜찮았어'라고 정갈한 미소로 답하실 모습이 선하다. 언제까지나 존경하고,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9일 서울 중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고 안성기 배우의 장례미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9일 서울 중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고 안성기 배우의 장례미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우성에 이어 마이크 앞에 선 배창호 감독은 “안형(안성기) 집에 자주 놀러가 연기와 영화에 대해 논의하고 같이 할 다음 작품을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우리집에 불쑥 찾아와 유명 커피 광고를 찍게 됐다며 영화 일에 집중할 수 있을지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어 “어느덧 안 형은 국민배우가 됐다. 그 무게감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이 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자이자,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이었다”라며 “지금 이 순간, 너무 일찍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이 가슴 아프지만 엄숙한 심정으로 보내드리려 한다. 영화를 사랑하고, 신중했던, 투병의 고통도 말없이 감내했던 안형과 그동안 함께 해 즐겁고, 든든하고, 고마웠다. 안형의 지난 세월은 그냥 흘러간 것이 아니라, 우리를 울고 웃게 해준 주옥같은 작품 속에 살아있다”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안성기의 장남 안다빈 씨는 어린 시절 고인이 남긴 편지를 공개했다. 5세 무렵 유치원 과제로 남겼던 편지같다고 추측한 다빈 씨가 공개한 편지 내용은 “다빈아, 네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던 날. 아빠를 빼어닮은 주먹보다 작은 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아빠는 눈물을 글썽거렸지. 벌써 이만큼 커서 의젓해진 모습을 보면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다. 다빈이는 어떤 사람이 될까?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지킬 줄 알며, 평화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거라. 무엇보다 남자는 야망과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도전해 보아라, 그러면 네가 나아갈 길이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배우 안성기의 장례 미사가 끝난 뒤 영결식을 위해 고인의 영정과 금관문화훈장을 든 배우 정우성, 이정재가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배우 안성기의 장례 미사가 끝난 뒤 영결식을 위해 고인의 영정과 금관문화훈장을 든 배우 정우성, 이정재가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지를 읽는 동안 눈시울을 붉힌 다빈 씨는 “동생 필립이 있다는 것을 항상 기쁘게 생각하고, 함께 기도할 줄 아는 형이 되거라. 내 아들 다빈아,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착한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1993년 11월 아빠가”라는 말로 편지 낭독을 마쳤다.

이어 “아버지는 천국에서도 영화만을 생각하고 출연할 작품의 연기를 준비하며 영화인의 직업정신을 지켜갈 것”이라며 “다시 한번 모든 어른들께 감사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은 양평 별그리다에서 영면에 들게 된다.

고 안성기는 지난 5일 오전 5시께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중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향년 74세. 고인은 지난 2019년부터 혈액암 판정을 받고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조은별 기자
mulg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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