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TI, 자율주행의 '두뇌'부터 '신경망'까지 통합… "레벨 3 대중화, 칩 하나로 푼다"

[사진=TI]
[라스베이거스(미국)=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바퀴 달린 데이터센터'로 진화하고 있다. 수많은 센서가 쏟아내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 스스로 주행을 결정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전환점의 중심에는 고성능 반도체가 있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6에서 자율주행 레벨 3의 대중화를 앞당길 핵심 솔루션을 대거 공개했다. TI는 단순히 연산 속도만 높은 칩을 내놓는 것을 넘어, 센싱(감지), 컴퓨팅(연산), 커넥티비티(통신)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동차 제조사들의 가장 큰 고민인 '비용 효율성'과 '개발 복잡성'을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 10조 번에서 1,200조 번까지… 자율주행의 두뇌 'TDA5 SoC'
이번 발표의 백미는 단연 차세대 고성능 컴퓨팅 SoC(시스템 온 칩)인 'TDA5' 제품군이다. 자율주행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이 칩은 TI의 반도체 설계 역량이 총집결된 제품이다.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극강의 확장성(Scalability)'이다. TDA5 시리즈는 최소 10 TOPS(초당 10조 회 연산)의 엔트리급 성능부터, 고도의 자율주행 연산이 필요한 최대 1,200 TOPS(초당 1,200조 회 연산)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자동차 제조사는 저가형 보급 모델부터 최고급 플래그십 모델까지 단일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아키텍처를 공유할 수 있다. 개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성능의 비결은 TI의 독자적인 AI 가속 기술인 '차세대 C7 NPU(신경망 처리 장치)'에 있다. 이전 세대 대비 AI 연산 성능을 최대 12배 끌어올린 이 NPU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트랜스포머 네트워크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다. 차량이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 복잡한 상황을 추론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TI는 최근 반도체 업계의 핵심 트렌드인 '칩렛(Chiplet)' 기술도 적극 도입했다. UCIe(Universal Chiplet Interconnect Express) 인터페이스를 지원하여, 제조사가 필요한 기능 블록을 레고처럼 조합해 최적의 칩을 구성할 수 있게 했다.
전기차 시대의 필수 과제인 '전력 효율'도 놓치지 않았다. TDA5는 와트(W)당 24 TOPS 이상의 높은 전력 효율을 달성해, 고성능 연산 시 발생하는 발열을 최소화하고 전기차의 주행 거리 감소를 막는다.
또한, TI는 시높시스(Synopsys)와 협력해 '가상 개발 키트(Virtual Development Kit)'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엔지니어들은 실제 칩이 나오기 전부터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소프트웨어를 미리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어, 신차 출시 기간(Time-to-market)을 최대 12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다.

[사진=TI]
◆ "여러 개 연결하던 레이더, 칩 하나로 끝"… AWR2188의 혁신
자율주행의 '눈'인 레이더 센서 분야에서도 기술적 한계를 돌파했다. TI가 공개한 'AWR2188'은 업계 최초의 '단일 칩 8x8 4D 이미징 레이더 트랜시버'다.
기존에 4D 이미징 레이더와 같은 고해상도 센서를 구현하려면 여러 개의 레이더 칩을 직렬로 연결하는 '캐스케이딩(Cascading)' 방식이 필수적이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모듈의 크기를 키우고, 설계를 복잡하게 하며, 비용 상승을 유발했다.
하지만 AWR2188은 8개의 송신기와 8개의 수신기를 칩 하나에 통합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단일 칩만으로도 350m 이상의 장거리 물체를 감지할 수 있으며, 신호 처리 성능을 30% 향상시켜 악천후 속에서도 도로 위의 낙하물이나 근접한 차량, 보행자를 명확하게 구분해낸다.
TI 관계자는 "이제 소형차나 보급형 모델에도 고가의 장비 없이 4D 이미징 레이더를 탑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이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안전성을 전 차종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복잡한 전선 줄이고 '이더넷'으로… 존(Zone) 아키텍처 완성
자율주행차 내부는 수많은 센서와 제어기가 얽혀 있어 배선(와이어링 하니스)이 매우 복잡하고 무겁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TI는 차량용 이더넷 물리 계층(PHY) 신제품 'DP83TD555J-Q1'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10BASE-T1S' 규격을 지원하여, 차량 구석구석에 위치한 말단 센서와 액추에이터까지 이더넷 통신을 확장한다. 핵심은 데이터 전송 선 하나로 전력까지 동시에 공급하는 PoDL(Power over Data Line) 기술이다. 별도의 전원 선이 필요 없어 배선 무게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최근 자동차 설계의 대세로 자리 잡은 '존(Zone) 아키텍처' 전환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앙 컴퓨터와 차량 각 구역(Zone)의 제어기를 고속 이더넷으로 연결해,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용이하게 만든다.
마크 응(Mark Ng) TI 오토모티브 시스템 총괄 이사는 "미래의 자동차는 운전자의 개입이 점차 사라지는 자율주행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TI는 감지부터 판단, 통신에 이르는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을 제공하여, 자동차 제조사들이 더 안전하고 지능적인 차량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TI의 이번 신규 포트폴리오는 현재 샘플링 단계에 있으며, TDA5 SoC와 AWR2188 레이더 센서 등은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차세대 모델 개발에 이미 투입되어 올해 출시될 신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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