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피지컬AI의 신경망 ‘AI-RAN’…0.2초가 모든 것을 가른다

[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모델]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0.2초”
전문가들은 로봇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위한 최소 반응 시간으로 0.2초를 제시한다. 로봇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연산한 뒤 행동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200밀리초(0.2초) 이내에 완료돼야 비로소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곧 물리 세상과 인공지능(AI)이 결합하는 ‘피지컬AI’ 개념까지 이어진다. 피지컬AI 세상의 AI는 복잡한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연산해 최적의 값을 도출해야 한다. 또 모든 과정은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빠르게 송수신돼야 한다.
정부와 업계 및 학계가 AI-RAN(무선접속망)에 집중하는 이유다. AI 모델이 제 아무리 뛰어나도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AI-RAN은 피지컬AI 세상에서 AI의 연산 데이터를 처리하고 송수신하는 ‘신경망’에 비유할 수 있다.
정영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 과장은 지난 19일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기자들과 만나 AI RAN 중요성을 강조하며 “피지컬AI 시대로 가게 되면 대규모 데이터를 송수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연이 적고 안정적인 통신 기술을 요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AI RAN은 어떤 역할? 기지국이 AI 연산 ‘거점’ 역할한다
현재까지 RAN의 역할은 주로 통신망 연산에 머무르고 있다. 통신망 구축과 유지·최적화 등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AI-RAN 시대에는 RAN의 역할 범위가 넓어진다. 단순히 통신망 관련 연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AI 연산 기능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RAN을 구성하는 기지국과 그 부속 장비들이 하나의 AI 컴퓨터 역할을 하며 로봇이나 차량, 휴대폰 등 단말기에서 요구하는 연산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AI-RAN 개념은 3가지로 구분된다. 첫번째는 ‘AI and RAN’이다. 하나의 RAN 인프라 자원 안에서 통신망 연산과 AI 연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번째는 ‘AI for RAN’이다. RAN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통신망 유지와 최적화다. 통신망 장애를 탐지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 해결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를 AI가 자동으로 연산해 해결하는 것이 AI for RAN 개념이다.
마지막으로 ‘AI on RAN’이 있다. RAN 인프라 위에서 AI 앱을 구동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로봇 내에 내장된 온디바이스AI 앱이 있다면 그 AI앱 연산을 통신망인 RAN에서도 가능하게 한다.
복잡한 개념같지만 쉽게 말하면 통신망인 RAN이 AI 연산 과정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간단한 연산의 경우 멀리 있는 데이터센터까지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없다. 비교적 가까이 있는 AI-RAN에서 자체적으로 연산하고 다시 단말기로 데이터를 내려보내면 그만이다. 데이터 송수신 과정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속도는 빨라진다.
최성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PM은 “로봇이나 차량 등 단말기 자체 내장된 온디바이스AI만으로는 피지컬AI 환경에서 요구되는 0.2초 통신 속도를 맞출 수가 없다”며 “AI-RAN을 통해 연산을 지원하게 되면 데이터 송수신 왕복 지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정영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과장이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출입기자 스터디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정부 “6G 상용화 시기 맞춰 2030년까지 AI RAN 500개 구축”
정부에서도 AI-RAN 중요성을 인지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주관으로 열리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하이퍼 AI네트워크 전략’을 의결했다. 하이퍼 AI 네트워크 전략은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상용화 로드맵과 AI RAN 구축, 유선백본망·해저케이블 증설 등 계획이 포함됐다.
AI-RAN은 6G 통신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현재 3GPP에서 RAN의 지능화 기술이 연구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6G 상용화 시점인 2030년에 맞춰 전국 주요 산업 및 서비스 거점에 AI RAN을 500개 이상 구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통신사 집중국사 200개와 산업단지 100개, 공항·항만·철도 100개, 교육·의료 거점에 100개를 구축한다.
연도별 로드맵도 제시했다. 우선 2026년과 2027년에는 5G 기반의 AI-RAN 초기 개념을 검증한다. 202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6G표준을 연계한 AI RAN 기반 피지컬 AI 실증 작업에 착수한다. 6G가 상용화되는 2030년에는 6G 표준 기반 AI RAN의 고도화와 전면 확산을 추진한다.
정 과장은 “6G에서는 전체적인 통신 성능의 향상 및 기능적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며 “기존의 통신뿐 아니라 기지국이 컴퓨팅 기능도 하고 센싱 기능까지 탑재가 되는 형태다. 피지컬 AI가 확산이 된다면 하면 6G가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과제도 산적…투자 이끌어낼 ‘킬러 콘텐츠’ 찾아야
AI-RAN에 대한 정부의 계획에는 한가지 선결 과제가 따른다. 이 모든 인프라를 정부 재원으로만 추진할 수는 없다. 6G를 기반으로 하는 AI-RAN 또한 피지컬AI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한 인프라이며 이는 기업의 투자가 필수적이다.
기업 역시 인프라 투자 비용에 대한 회수 비용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이 상용화된 시점에는 통신사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졌다. 스마트폰 단말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트래픽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5G 상용화 당시에는 이렇다 할 서비스가 부족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킬러콘텐츠로 지목됐지만 이는 LTE 환경에서도 충분히 작동 가능한 서비스였다. 더군다나 고대역 주파수를 활용하는 5G 특성상 회절성이 약해 통신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해결하려면 기지국을 더 촘촘하게 설치해야 하지만 서비스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투자 부담만 늘리는 셈이었다.
결과적으로 기업 입장에서 완전한 5G라 불리는 ‘단독모드(SA)’ 투자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국내 통신사도 아직까지 LTE 코어망을 연동한 5G ‘비단독모드(NSA)’에 머무르고 있는 형국이다. NSA는 기지국은 5G 기지국을 사용하지만 코어망은 LTE에 머무르고 있어 5G만의 핵심 기술(네트워크 슬라이싱) 등은 구현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 과정에서 5G SA 의무전환을 제시하면서 통신사들도 이제 5G SA 전환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SA 전환을 통한 실질적인 수익모델(BM) 구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6G 상용화 시대가 도래하고 AI-RAN 등 구체적인 기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같은 기업 투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에게 투자를 요청하기 위해서는 AI-RAN을 통해 더 나가 6G를 통해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인지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정 과장은 “기술의 진화는 시장에서 이끌어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와야 비로소 네트워크 기술 진화도 이뤄질 수 있다”며 “다만 정부는 시장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목표를 제시하고 또 사업자가 분발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해 끌고 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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