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리보고서] 캐즘·규제 완화에 LG엔솔·SK온 타격…희망 된 ESS
디지털데일리 소부장박대리 독자 여러분, 이번 주도 열심히 달린 박대리가 이차전지·에너지 이슈를 들려드립니다. <박대리보고서>에서는 금주에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뉴스를 선정해, 보다 쉽게 풀어드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박대리보고서와 함께 놓친 이차전지·에너지 이슈, 체크해보시죠. <편집자주>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이번주 최대 이슈는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의 계약 해지였습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 장기화, 유럽 내 내연기관 규제 축소에 따라 포드가 전기차 계획을 수정하면서 배터리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죠.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이 전환하려던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심 배터리 사업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17일 오후 포드와 체결한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번에 해지된 계약은 2024년 10월 맺은 7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으로, 금액 환산 시 약 9조6000억원에 이릅니다.
지난해 10월 양사는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 동안 75GWh, 2026년부터 5년 동안 34GWh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전량 생산돼 포드의 차세대 전기 상용차에 탑재될 예정이었죠. 총 109GWh에 달하는 계약은 당시 배터리 가격 기준 13조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번 계약 해지는 포드의 전동화 전략 수정 발표가 이뤄진 후 공개됐습니다. 포드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전기 픽업트럭 'F150-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하고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 'T3'와 전기 상용 밴 개발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비전을 밝혔습니다. 대신 보급형 전기차와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포드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지속된 전기차 사업 적자와 유럽연합(EU) 내 내연기관 퇴출 계획 철회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포드 전기차 부문은 주력인 머스탱 마하-E의 부진과 F-150 라이트닝, E-트랜짓 판매량 급감에 따라 크게 주춤하는 흐름을 보였죠. 이 가운데 EU 집행위원회가 2035년 신차 배출 탄소량을 100% 감축하는 내연기관 차량 퇴출 계획을 수정키로 하면서 포드의 전략이 바뀐 겁니다.
SK온 역시 포드의 전기차 전략 수정 여파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SK온은 포드와 미국에서 합작한 '블루오벌SK'을 사실상 해산하기로 했고, F-150 라이트닝 단종에 따라 배터리 공급도 멈추게 됐습니다. 이밖에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던 중저가 EV 개발도 멈춘 상태입니다.
배터리 업계는 이번 포드의 전략 수정에 따라 수주를 확보해 온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양사가 이미 계약 해지·개발 중단에 따른 피해를 입은 데다 추가적인 감산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에 포드가 해지한 75GWh 계약 당시 함께 맺은 34GWh 규모의 계약도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해당 물량이 E-트랜짓 사륜구동을 비롯한 신규 모델로 추정되는 만큼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입니다.
업계는 당장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의 추가 계약 해지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의 EREV 모델과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개발을 진행 중인 덕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주 랜싱 공장 [사진=얼티엄셀즈]
높아진 ESS 수요가 부진 흐름을 상쇄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내년 영업이익 중 절반 수준이 ESS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죠.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중 랜싱 공장 내 ESS용 각형 LFP 배터리 생산을 위한 라인 전환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최종 장비 협력사 선정에 나선 상태로, 일부 중국 장비사 등이 조립·활성화 장비 라인에 채택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와 비교해 에너지밀도가 낮지만 소재 구조 안정성, 충방전 수명이 높은 배터리입니다. 높은 무게와 낮은 에너지밀도가 최대 단점으로 꼽혀왔으나, 전기차 시장 둔화로 보급형 모델이 늘면서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죠. 아울러 고정된 장소에서 오랜 기간 충방전을 하는 ESS용도로 특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를 주력으로 삼원계 배터리를 납품해왔으나 장기화된 수요 부진에 따라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러다 AI 데이터센터 증설 등 분산형 전력망 수요가 늘자 ESS용 배터리 생산 확대로 전략을 변경한 상황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의 라인을 ESS용 LFP 파우치 라인으로 전환해 가동 중입니다. 이와 함께 폴란드 브로츠와프·캐나다 온타리오주(스텔란티스 합작)·미시간주 랜싱 등 공장의 ESS용 배터리 전환투자도 확대키로 했습니다.
삼성SDI도 울산에 ESS용 LFP 마더팩토리를 설치하는 한편,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의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 라인 전환 투자에도 돌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중 삼원계 ESS용 배터리 라인 가동을 시작했고 내년부터는 1기를 추가로 LFP 배터리 라인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또 최근 확보한 3년간 총 2조원 이상의 수주 확보, 테슬라와의 협의 완료 시점에 맞춰 스텔란티스 추가 라인 전환 및 인디애나주 뉴칼라일 제너럴모터스(GM) JV에 대한 라인 변경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교적 ESS 진출이 늦었던 SK온도 LFP 파우치 배터리를 바탕으로 본격 전환에 나섭니다. 올해 확보한 플랫아이언 에너지 수주를 바탕으로 조지아주 공장에 ESS 배터리 라인을 배정했고, 추가 수주를 확보하는대로 라인을 확대할 방침을 세웠죠.
㈜엘앤에프플러스 LFP 양극재 공장 신축공사 현장. [ⓒ엘앤에프]
배터리 3사의 전략 변화에 따라 국내 양극재 업계의 북미용 소재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이 OBBBA 발효로 금지외국단체(PFE) 요건을 강화하면서 중국 업체 진입이 어렵게 된 덕입니다. PFE 요건 강화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받으려면 내년부터 중국 자본 지분율 25% 이상이 아닌 업체로부터 조달 비중을 60% 이상 늘려야 합니다.
LFP 양극재 수요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는 엘앤에프가 꼽힙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LFP 양극재 사업 계획 구체화에 나선 뒤 관련 투자 행보를 확대하고 있죠. 올해 8월 8일 LFP 전담 자회사인 '엘앤에프플러스'를 설립하는 한편, 대구 구지 국가산업단지에 초기 연산 3만톤·중장기 6만톤으로 확대 가능한 LFP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실질 가동 목표 시점은 내년 2~3분기입니다.
미국 진출도 고려 대상이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미국 스타트업 미트라켐과 합작해 미시간주 내 LFP 양극재 공장을 짓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진출을 위한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로, 미트라켐이 미국 정부로부터 받기로 한 보조금을 수령한 시점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와 함께 소재 공급망(SCM) 구체화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엘앤에프는 CNGR과 한국 법인인 피노로부터 LFP 전구체를 조달 받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인산철((FePO₄) 원료를 CNGR이 모로코에서 합작해 세운 공장으로부터 받기 위한 협의도 진행했죠. 장기적으로는 LS와 합작할 LLBS로의 전구체 조달 전환도 추진, 해마다 높아지는 조달 비중 요건을 맞추겠다는 방침입니다..

포스코퓨처엠 포항 양극재 공장. [ⓒ디지털데일리]
포스코퓨처엠도 최근 CNGR과의 협의를 마무리하며 LFP 양극재 사업 진출 속도를 높였습니다. 이와 관련 15일 사회를 열고 포항 영일만4일반산업단지에 LFP 양극재 전용 공장을 짓는 안건을 승인했죠. 내년 착공해 2027년 하반기 양산할 계획으로 전량 ESS 전용 LFP 양극재가 생산될 예정입니다.
이번 승인으로 포스코퓨처엠은 2023년 CNGR과 합작한 씨앤피신소재에 추가 투자해 LFP 양극재 공장을 짓게 됩니다.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최대 연간 5만톤까지 규모를 확대한다는 목표죠. 포스코퓨처엠은 CNGR, CNGR 한국 자회사 피노와 3자 협약(MOU)을 맺고 LFP 양극재 사업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LFP 시장 조기 진입을 위해 기존 포항 삼원계 양극재 라인 일부를 LFP 양극재 라인으로 개조합니다. 이를 통해 2026년 말부터 공급을 개시하기로 했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은 CNGR과 협상 당시 자체 LFP 양극재 생산을 위해 CNGR로부터 공법, 기술 라이선스를 획득하기 위한 협상을 벌여온 바 있습니다.
에코프로비엠도 연 4000톤 규모의 준양산 라인을 운영하며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수주 확보에 따라 관련 투자를 확대할 방침을 세웠습니다.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모로코에 LFP 양극재를 양산키로 했으나 2027년으로 계획을 미뤘습니다.
LFP 양극재 수주 확대의 분수령은 삼성SDI가 추진할 프로젝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미 상주 리원으로부터 2028년까지의 양극재 수주를 확보한 만큼, 내년 첫 양산에 돌입하는 삼성SDI발 수주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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