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대사 한계는 정해져 있다…'괜찮다'는 착각 가장 위험

맥주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연말이 되면 송년회와 모임이 이어지며 음주 빈도와 음주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술은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기호식품이지만, 습관적 음주는 개인의 건강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알코올은 신체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간이다. 국내 만성 간질환 환자의 약 15~20%는 알코올 간질환이 원인으로 만성 B형 간염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상당수 환자가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지 않거나 동네 의원 수준에서만 관리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실제 알코올 간질환 유병률은 통계보다 훨씬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습관성 음주는 지방간을 시작으로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 간세포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술과 간질환의 연관성은 역사적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는 와인 배급제를 시행해 개인별 소비를 제한했는데 이 시기 간경변증 사망률은 배급제 이전보다 약 80% 감소했다. 이후 규제가 해제되자 사망률은 다시 상승했다. 미국 역시 1920년대 금주령 시행 기간 동안 간경변증 사망자가 급감했다가 금주령 폐지와 함께 다시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술이 간을 망가뜨리는 이유는 알코올의 대사 방식에 있다. 알코올은 위와 소장에서 흡수돼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며, 이 중 90% 이상이 간에서 처리된다. 간에서는 알코올이 알코올 탈수소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환되고, 다시 알데히드 탈수소효소를 거쳐 아세테이트로 분해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가 강한 독성을 지닌 물질이라는 점이다.
간의 알코올 대사 능력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일반적으로 체중 70kg 성인 남성 기준, 한 시간에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은 약 7g 수준으로 소주 한 잔 정도에 불과하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져도 대사 속도는 빨라지지 않는다. 독한 술을 짧은 시간에 마실수록 간에 부담이 급격히 쌓이는 이유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고 두통이나 구역질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이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기능이 낮기 때문이다. 이런 체질을 가진 사람은 술이 괴로워 자연스럽게 음주를 피하는 경우가 많아 알코올 간질환 위험이 낮은 편이다. 다만 이런 증상을 참고 계속 술을 마신다면 적은 양에도 아세트알데히드가 쉽게 축적돼 오히려 간 손상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연말 음주를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양과 속도'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빈속 음주는 피하고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간 손상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의들은 "연말 음주는 일시적인 기분 전환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간은 그 부담을 그대로 기억한다"라며 "술을 줄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간 건강 관리이자, 연말 이후의 삶의 질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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