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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판단은 플랫폼, 책임은 국가가"…EU DSA 규제 본질은?

채성오 기자
이권일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2일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판 DSA 입법을 위한 독일과 EU 법제의 시사점'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채성오기자]
이권일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2일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판 DSA 입법을 위한 독일과 EU 법제의 시사점'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채성오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유럽연합(EU)이 디지털 플랫폼 규제의 판단 권한을 국가가 아닌 사업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법제화를 마쳤다는 점이 국회 토론회에서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과 ‘사인에 의한 검열’ 문제에도 불구하고 EU는 제도적으로 받아들였지만 한국은 이를 뒷받침할 법적 이론과 헌법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이주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안전한 디지털 환경 조성을 위한 한국형 디지털서비스법 입법방향 국회 토론회'에서 이권일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판 DSA 입법을 위한 독일과 EU 법제의 시사점' 발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 교수는 "DSA의 본질은 규제가 아니라 규제 주체의 이동"이라며 "국가가 해야 할 불법성 판단과 긴급 조치 권한을 플랫폼 사업자에게 넘긴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DSA는 플랫폼을 중개 서비스, 호스팅, 온라인 플랫폼,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으로 구분해 책임을 차등화한다. 특히 월평균 이용자 수 4500만명 이상인 초대형 플랫폼에는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한 위험을 스스로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 공개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문제가 발생한 뒤 국가가 개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플랫폼이 선제적으로 판단·조치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이 같은 방식은 독일의 네트워크 집행법에서 시작됐다. 해당 법은 SNS 게시물에 이의가 제기되면 사업자가 직접 불법성을 판단해 명백한 경우 24시간 이내 삭제·차단하도록 했다. 이 교수는 "행정 절차로는 확산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긴급 조치를 사업자에게 맡긴 것"이라며 "국가는 사후 점검과 과태료로만 개입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구조가 갖는 헌법적 긴장이다. 그는 "플랫폼이 게시물을 삭제하는 순간 표현의 자유 침해와 사인에 의한 검열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며 "국가의 규제 권한을 기업에 위임할 수 있느냐는 공법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독일은 이를 '보장국가론'과 '기본권의 상황적 구속력'이라는 이론으로 정당화해 왔다. 공권력에 준하는 영향력을 가진 사기업은 사인이더라도 기본권 보호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독일 헌법재판소는 공항·대형 플랫폼 등 민간 주체에도 집회·표현의 자유 보호 의무를 인정해 왔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이 교수는 "한국은 보장국가론이나 제3자 기본권 효력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태에서 규제된 자율 규제를 도입하면 강한 위헌 논란과 사회적 반발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DSA는 단순한 플랫폼 규제가 아니라 국가와 기업의 역할 경계를 다시 긋는 법"이라며 "한국이 이를 논의하려면 기술 규제 이전에 헌법적 질문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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