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SK온, 자산 효율화 노선 확대…이용욱표 리밸런싱 첫 발 [소부장박대리]

고성현 기자

타운홀 미팅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이용욱 대표 [사진=SK온]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SK온이 사업 구조 개편과 재무 구조 안정화를 위해 지분 효율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 공장 자산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사업 적자 해소를 과제로 선임된 이용욱 대표 부임 이후 첫 조치로, 헝가리 공장 등 남은 비주력 자산에 대한 추가 재편 가능성이 거론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주요 공장 자산 효율화를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비효율 자산을 최소화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취약한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전날 11일 발표된 SK온, 포드 미국 합작법인(JV) '블루오벌SK'의 해체가 대표적 사례다. SK온은 포드와 블루오벌SK의 생산 시설을 독립적으로 소유 및 운영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50:50 구성이던 BOSK 지배구조에서 포드가 50%의 지분을 유상감자해 SK온 미국 법인(SKBA)의 100%로 보유한 뒤, 켄터키 1공장과 2공장에 대한 자산을 포드에 양도하는 식으로다. 이에 따라 켄터키 1·2공장은 포드가, 테네시 공장은 SK온이 각자 나눠 갖는 구조로 전환하게 됐다.

지난달 20일에는 중국 내 합작법인 정리가 이뤄졌다. SK온과 EVE에너지는 중국 장쑤성 옌청시에서 합작공장 SKOJ를, 광둥성 후이저우시에 합작공장 EUE를 운영해왔다. 지분 맞교환에 따라 SKOJ는 SK온이, EUE는 EVE에너지가 각각 지분 100%를 보유하기로 했다.

SK온-포드 합작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 SK온]

◆ 늘어나는 빚에 가동률 회복도 묘연…재무구조 개선 초점

SK온이 합작법인 지분 조정·자산 양도에 나선 것은 높은 부채 비율 해소와 수익성 회복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둔화 이래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공격적 투자로 커진 재무 악화가 사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SK엔무브를 차례로 합병하며 체력을 키웠으나 핵심인 배리 사업 적자로 부담을 떨치지 못했다.

이번에 포드로 양도된 켄터키 1공장, 2공장은 SK온에게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곳이다. 1공장과 2공장은 각각 연산 37GWh, 45GWh 규모로 수조원대 자본과 대출 자금이 투입됐다. 전기차 시장이 꺾인 후부터는 2공장 가동이 무기한 연기에 돌입했고, 가동 중이던 1공장은 포드용 F-150 라이트닝 배터리를 생산해오다 그마저도 조지아 공장으로 생산 물량이 이관됐다. 더군다나 포드가 전동화 전략을 축소키로 하면서 사실상 대규모 투자비가 투입된 비주력자산 신세가 됐다.

이는 중국 후이저우 공장인 EUE도 마찬가지다. EUE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분율(49%)로 연결 실적으로의 기여도가 낮았던 데다, 유틸리티 비용에 비해 자산이 노후화돼 수익성이 낮은 곳으로 꼽혔다.

그러다 포드, EVE에너지로의 자산 양도·교환이 이뤄지며 재무 구조 개선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증권가에서는 SK온이 이번 양도에 따라 6조원의 부채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현재 SK온의 3분기 말 기준 연결 부채는 12조원 수준으로 부채 비율은 200%다. 같은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125%), 삼성SDI(80%)와 비교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EVE에너지와 지분 교환으로는 2억위안(약 412억원)의 차익을 얻었으며 연결 실적상 개선도 가능해졌다.

이용욱 SK온 각자대표 [사진=SK이노베이션]

◆ '투자 전문가' 이용욱 대표 선임 효과…지분 조정 기조 지속

배터리 업계는 이번 포드 자산 양도와 EVE에너지 지분 맞교환 계획이 11월 3일 선임된 이용욱 신임 각자대표가 부임한 이후 속도를 탄 것으로 봤다. SK그룹 내 포트폴리오 투자·운영 전문가인 이 대표가 수익성 확대를 목표로 SK온 대표직에 임명됐고 이러한 계획에 힘을 실어주면서 추진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1967년생인 이용욱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2015년 포트폴리오3실장으로 SK에 입사했다. 2018년 PM2부문장, 2019년 투자2센터장을 거쳐 2020년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 2024년에는 SK실트론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투자와 소재 분야 전반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경영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그는 SK실트론 대표 역임 당시 미국 자회사 SK실트론CSS의 생산라인 수율 안정화 등 수익성 확대에 기여한 성과를 냈다. 2020년 SK머티리얼드 대표를 맡을 때는 코스닥 상장사였던 회사를 물적분할 후 존속 지주회사 상장폐지를 거쳐 SK㈜에 흡수합병하는 등 구조개편을 수행한 이력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대표가 SK온의 지분·자산 정리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이은 합병으로 재무 안정성이 다소 보강됐지만, 정작 배터리 사업 내 분기 적자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SK온은 올해 3분기 통합법인 기준 영업이익 179억원을 기록했으나 배터리 사업 기준으로는 12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온 헝가리 코마롬 2공장 [ⓒSK온]

◆ 재무 안정화 분기점은 헝가리…지리차 JV 결실에 집중

이 대표가 추진하는 포트폴리오 효율화의 전환점으로는 헝가리 코마롬 1·2 공장이 꼽힌다. 두 공장이 사실상 마지막 비주력자산으로 평가 받고 있어 분기 적자 탈출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헝가리 코마롬 1공장과 2공장은 각각 2020년과 2022년 상업 가동을 시작한 곳으로 각각 연산 7.5기가와트시(GWh), 10GWh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포드, 현대차 및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 등의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다만 인근 이반차 공장과 비교해 노후화된 설비와 미비한 자동화로 실적 이점이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견해다.

SK온은 이를 중국 저장지리그룹 산하 지리자동차와의 합작법인(JV) 자산으로 활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리차와 협상을 거쳐 JV로 설립한 후, 코마롬 1·2 공장 지분을 매각해 공동 운영하는 식으로다. 해당 안이 통과되면 SK온은 지리차향 각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이 공장을 JV 자산으로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가동 시점을 앞당기고 추가 투자 비용도 낮출 수 있다. 지분 매각으로 대금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각형 투자 시 일부 설비를 개조·변경·반입하면 되는 덕이다. 만약 비야디(BYD)와 같은 블레이드 타입의 각형 채택 시 파우치 타입과의 유사성으로 해당 비용을 더욱 줄일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코마롬 공장은 지리차와 JV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매각이 유력한 비주력자산 중 하나"라며 "아직 SK온 내부에 자동화율 향상과 같은 과제가 산적한 만큼, 발빠르게 자산을 정리해야만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