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동률 저하·투자 연기…예정된 수순 밟은 SK온-포드 합작 [소부장박대리]

고성현 기자

SK온-포드 합작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 SK온]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SK온과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가 합작한 '블루오벌SK(이하 BOSK)'가 사실상 해산 수순을 밟기로 했다. 포드가 BOSK 지분 50%를 감자하는 대신 켄터키 1·2공장을 양도받기로 하면서다. 업계에서는 포드의 F-150 라이트닝 단종 검토와 물량 감소,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조치로 해석했다.

11일 SK온은 포드와 블루오벌SK의 생산 시설을 독립적으로 소유 및 운영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온은 테네시 주에 위치한 공장을, 포드는 자회사를 통해 켄터키 주에 위치한 공장을 앞으로 각각 운영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50:50 구성이던 BOSK 지배구조에서 포드가 50%의 지분을 유상감자해 SK온 미국 법인(SKBA)의 100%로 보유한 뒤, 켄터키 1공장과 2공장에 대한 자산을 포드에 양도하는 식으로다. BOSK의 공장 중 하나인 테네시 공장은 SKBA 자회사로 SK온이 단독 운영하게 됐다.

◆차량 단종 검토·늘어나는 부채가 배경…테네시 공장 활용안은

당초 SK온은 지난해 말 가동 연기가 지속돼왔던 BOSK 켄터키 2공장에 대한 자산 매각을 검토해왔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F-150 라이트닝 등 포드 주요 차종에 대한 배터리 생산이 어렵게 된 데다, 전동화 전략이 수정되면서 장기적인 비중 변화가 불가피해서다. 포드는 내연기관 중심의 차량 모델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반 보급형(Affordable) 픽업트럭·전기차 출시로 전략을 수정한 바 있다.

그랬던 결정이 가속화된 것은 포드가 F-150 라이트닝 단종안을 검토하면서부터다. F-150 라이트닝은 픽업트럭 수요가 높은 미국 현지 시장을 겨냥해 출시됐지만, 판매량이 지속해 급감하면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생산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BOSK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포드로부터 받은 배터리 물량은 SKBA 조지아 1공장 등으로 다시 이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의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차원의 '리밸런싱 효과'도 주요한 결정 원인 중 하나다. SK온의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00%로 1, 2분기와 비교해 줄었으나, 경쟁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125%), 삼성SDI(80%)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번 유상감자·자산처분으로 포드에 부채와 자산을 모두 양도하면서 부채비율에 대한 개선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자산 처분 결정에 따라 SKBA 자회사로 편입된 테네시 공장 활용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테네시 공장은 향후 포드가 출시할 보급형·메인스트림 전기차 출시 대응을 위한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생산이 예정돼 있었다. 이에 따라 장비 입고도 대부분 완료된 후 내년 양산 가동을 목표로 세웠다. 현재는 포드의 전기차 출시 계획 변동에 따라 별다른 수주가 없는 상태다.

배터리 업계는 SK온이 테네시 공장을 활용해 일본 닛산향 물량을 생산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닛산향 배터리 물량은 BOSK 켄터키 1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었다. 다만 닛산의 재정난으로 예정된 양산 일정이 다소 밀렸던 만큼, 실제로 이를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할 지에 대한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SK온이 보유한 조지아 1, 2공장은 총 연간 22GWh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향후 전기차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 될 미국 배터리 생산에 대응하기는 어렵다"며 "이에 대한 안전장치로 연산 45GWh 규모의 테네시 공장을 남겨둔 것으로 보이며, 향후 ESS와 전기차 추가 수주 상황에 따라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포드, 배터리 내재화 가능성도…"경험 부족으로 가능성 낮아"

포드가 인수한 켄터키 1공장, 2공장에 대한 운영 방침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포드는 SK온과 합작할 당시 배터리 생산을 위한 기밀정보를 요구하는 등 내재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왔다. 다만 SK온이 BOSK의 실질적인 생산을 담당해온 바 있어 이를 정상 가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포드가 CATL을 통해 기술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안도 거론된다. 포드가 이미 중국 CATL 기술을 라이선스 받아 내년부터 연 20GWh의 LFP 배터리 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다만 실질적으로 이를 활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CATL은 대부분 각형, LFP 배터리를 생산해온 탓에 SK온 공급망 중심의 삼원계 파우치 생산 설비에 대해서는 접근성이 낮다. 켄터키 2공장 역시 일부 설비가 입고 대기 중인 만큼, 이를 당장 활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포드가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의지가 있었던 만큼 해당 설비를 그대로 운용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숙련 인력이 없는 데다 각형·LFP 전환도 쉽지 않아 다른 형태의 접근 방식이 이뤄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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