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 낙마한 흥국생명 "법적 대응" 반발… 절차적 투명·공정성 문제 제기

ⓒ이지스자산운용
[디지털데일리 강기훈기자]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고배를 마신 흥국생명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이번 인수전에서 실패한 한화생명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중국계 사모펀드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었다는 것이 흥국생명 측의 주장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지스운용 매각을 맡은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지난 8일 힐하우스를 경영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손화자 씨(지분 12.4%)를 포함한 지분 98.8%다.
힐하우스가 본입찰에서 9000억원대 중반을 제시한 만큼, 업계는 힐하우스가 중도 낙마할 것으로 봤다. 최고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매각 주관사가 제안한 프로그레시브 딜에 참여해 1조1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레시브 딜'이란 본입찰 이후 진행하는 2차 입찰 방식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인수 후보들이 추가로 인수 가격과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결국 2차 입찰 결과에서 인수자가 뒤바뀌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당초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흥국생명과 한화생명은 빈손으로 떠나게 됐다는 것이다.
관련업계는 이번 입찰에서 흥국생명이 1조500억원, 한화생명이 95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이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흥국생명은 전날(9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이지스운용 매각 절차는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았다"며 "당초 매각 주관사는 본입찰을 앞두고 프로그레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흥국생명은 지난달 11일 본입찰에서 최고액을 제시했는데 주관사 측에서 힐하우스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하며 인수 희망 가격을 본입찰 최고가 이상으로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흥국생명은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입찰 금액을 힐하우스에 유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이에 법적 대응을 포함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아직 매각 금지 가처분이나 손해배상에 관련해선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으며 확정된 게 없다"면서도 "이번 매각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모든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권과 법조계 반응은 다소 미지근한 편이다. 현재로선 위법성에 대한 의문 제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각 자체를 무효화하긴 힘들다는 견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다는 건 거래가 대부분 성사됐다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위법 사항이 있지 않는 이상 매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M&A에 정통한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의 최승재 변호사는 "언론에 나온 내용대로라면 실제로 매각 주관사가 자본시장법 상 위법을 저질렀는지, 절차에 하자가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본입찰이 끝난 뒤 프로그레시브 딜이 진행되는 경우는 M&A 업계에서 종종 있는 일"이라며 "이 행위 자체가 위법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부연했다.
결국 법적 공방보단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가 관전 포인트일 수 있다는 분석 또한 제기된다.
이지스운용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려면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한다. 적격성 심사는 정성적인 요건인 만큼, 금융위의 정무적 결단이 작용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선 힐하우스 창업자가 중국계라는 점 때문에 금융위가 쉽게 승인을 내주긴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물론 힐하우스가 컬리, 크래프톤 등 국내 기업에 다수 투자한 이력을 볼 때 별다른 결격 사유는 없다는 반론 또한 존재한다.
한편 이지스운용 인수 실패와 관련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법적 소송을 검토 중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한화생명은 이와 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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