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가 AI 총력전 환영... 대신 사람은 태우지 말아야

[사진=Pixabay]
[디지털데일리 이건한기자] 일년이 저물어가는 12월, 올해 대한민국 정부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특히 새 정권 출범 이후 정부가 드러낸 국가 차원의 AI 총력전 의지는 박수를 보낼 만했다. 역대 어떤 정부보다 구체적인 AI 거버넌스 수립, 규제 합리화 논의, 파격적인 기업·인재 지원 행보 등이 숨가쁘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AI만큼은' 부처 간 낡은 칸막이를 걷어내려는 노력도 이색적이었다. 지난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참여한 '산업 전반의 AX 정책 협력' 업무협약(MOU) 체결 건이 좋은 사례다. 같은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 조직 간 MOU라니? 돌아보면 마치 어느 날 디지털데일리의 테크부와 산업부가 별안간 공동취재 협약을 맺고 악수하는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은 신선한 시도였다.
더불어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도 지난 9월 출범 후 대통령실과 부처, 정부와 기업을 잇는 오작교 역할과 정책 연구에 열심이다. 이쪽도 이전 위원회보다 검증된 실력의 민간위원 비중이 크게 늘어 국가 AI 발전에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이들 모두가 합심해 달린 지 3~6개월쯤 지났다. '아직 초기'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연말을 핑계 삼아 잠시 조직을 돌아보고 점검해볼 시기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전하는 한 가지 우려는 일부 정부 조직과 인재들에 관한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불태운 열의를 넘어 본의 아닌 '태움'으로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자들이다.
앞서 이런 저런 칭찬을 늘어놨듯 올해 우리 정부는 AI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며 관련 조직을 공격적으로 확대·신설했다. 이들 조직 간 협력 사업도 어느 때보다 봇물이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그 일은 실제로 누가 하는가? 사람이 한다. 하지만 막상 지금 현장에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신음성 메시지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업무 생산성을 높여 준다는 AI 도입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AI 시대에도 결국 대외적인 업무 기획, 소통, 추진, 결정은 여전히 사람의 손을 거쳐 한정된 시간 내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일을 지연 없이 해내기 위해 끝없는 야근과 주말근무가 필수라면? 어쩌다 보니 어떤 주말의 단 하루, 종일 핸드폰이 울리지 않았던 그날이 너무나 '힐링'이었다는 한 공무원의 쓴웃음도 뇌리에 스친다.
더불어 정부와 협력하는 민간 전문가들 중에서도 소위 '탈주'를 꿈꾸는 이들의 목소리를 종종 전해 듣는다. AI 3강을 향해 달리는 정부의 기조와 노력에 부응할 충정은 있으나 그것을 함께할 사람이 부족한 것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까닭이다.
물론 이들의 하소연 중 일부는 엄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해 좋은 성과를 낸 정부도 잠시 숨을 고르며 지속가능성을 점검해볼 때다. 어느 조직이든 새로운 이니셔티브 아래 미래지향적으로 일하는 건 환영할 일이다. 다만 그 일을 누가, 어떻게,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인지 고민하지 않고 일만 벌이는 조직은 언젠가 인재를 잃고 좌초한다.
안타깝지만 떠나간 인재들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다. 인재가 떠난 자리에 남은 소문은 다른 인재의 발걸음마저 돌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글로벌 AI 3대 강국과 민관이 상생하는 AI 생태계 구축이라는 목표는 더할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함께할 사람을 남기지 않으면 언젠가 모래성처럼 다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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