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다이브] TSMC가 2나노 성능 비밀로 꼽은 공정…배선 식각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식각의 막질과 형태. [사진=SK하이닉스]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반도체에서 식각(Etching)은 웨이퍼 위에 그려진 회로를 실제로 깎아내는 공정입니다. 설계도대로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하고 필요한 부분만 남겨 미세한 회로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 이 식각 공정 안에서도 조용하지만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실리콘 산화막처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를 깎는 식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구리·텅스텐 같은 금속 배선을 깎는 전도체 식각 쪽이 시장의 성장과 기술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TSMC가 2나노(N2) 공정의 성능 향상 요인으로 'BEOL 금속 배선 개선'을 직접 언급하면서, 진짜 승부처는 배선 식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 절연체 식각과 전도체 식각 무엇이 다른가
식각 공정은 크게 절연체 식각과 전도체 식각으로 나뉩니다. 절연체 식각은 말 그대로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을 깎는 공정입니다. 실리콘 산화막(SiO₂) 같은 절연막을 정해진 패턴대로 제거해 트랜지스터 주변 구조를 만들거나 층과 층 사이를 나누는 층간 절연막을 가공할 때 활용됩니다.
반면 전도체 식각은 구리(Cu), 텅스텐(W), 알루미늄(Al)처럼 전기가 흐르는 금속 배선을 깎아 회로를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 소자와 소자를 잇는 배선의 폭과 모양, 연결 구조를 실제로 구현하는 단계입니다.
지금까지의 미세화 경쟁에서는 트랜지스터, 즉 스위치 역할을 하는 소자의 성능이 더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게이트 주변 절연막, 채널 구조, 소자 간 간격 등을 정교하게 다듬는 절연체 식각이 자연스럽게 공정 경쟁의 전면에 서게 됐습니다. 전도체 식각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공정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고 '중요하지만 주인공은 아니다' 정도의 위치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상황은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크게 달라졌습니다. 고성능 AI 칩 안에는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가지만 이 트랜지스터는 혼자 일하지 않고 서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연산을 수행합니다. 이때 전체 속도를 제한하는 병목이 어디에서 생기느냐가 관건입니다.
예전에는 트랜지스터 하나의 성능이 전체 연산 속도를 좌우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소자 하나의 성능보다 수십억 개의 소자를 얼마나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미세 트랜지스터 자체보다 이들을 이어주는 배선(Interconnect)이 더 큰 제약 요인이 된 것입니다.
수십 나노미터 수준이던 라인이 한 자릿수 나노미터대로 접근하는 가운데 배선 층 수까지 계속 늘어나면서 전체 배선 구조는 자연스럽게 고종횡비(HAR·High Aspect Ratio) 형태가 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주 깊은 구멍을 파고 그 안에 가는 금속을 균일하게 형성해야 합니다. 전도체 식각은 이 과정에서 금속만 선택적으로 깎고 주변 절연체는 가능한 건드리지 않으면서 옆면 손상과 플라즈마로 인한 손상까지 모두 관리해야 합니다. 층이 수십 개씩 쌓이기 때문에 위·아래 라인이 정확히 맞도록 형상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식각 장비. [사진=램리서치]
여기에 구리뿐 아니라 코발트, 루테늄 같은 새로운 금속 소재가 도입되면서 금속마다 전혀 다른 식각 레시피와 공정 제어 기술이 요구됩니다. 결과적으로 전도체 식각은 더 이상 ‘배선을 다듬는 후반부 공정’이 아니라 칩의 속도·전력·신뢰성을 동시에 좌우하는 고난도 핵심 공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식각 시장의 무게 중심이 트랜지스터 주변에서 배선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 입니다.
◆ 장비 패권도 움직인다…램리서치 vs 도쿄일렉트론
이런 변화는 장비 업체 구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절연체 식각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 왔습니다. 반면 전도체 식각 분야에서는 미국 램리서치(Lam Research)가 50%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앞으로 배선 공정, 특히 금속 배선을 다루는 단계의 투자 비중이 커질수록, 전도체 식각 장비를 주력으로 하는 램리서치의 영향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TEL은 여전히 절연체 식각·증착·세정 등 다양한 공정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식각 영역만 놓고 보면 성장률 측면에서 다소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이 구도 변화는 삼성전자·TSMC·SK하이닉스 같은 주요 칩 업체들의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줍니다. 어느 공정에 장비 예산을 더 배분할지, 어떤 장비사와 장기 협력을 강화할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2나노 이후 공정에서 배선 단계 장비 투자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전도체 식각 장비 수요가 함께 커지게 됩니다.
앞으로의 성능 경쟁은 단순히 트랜지스터 선폭을 줄이는 경쟁을 넘어 배선 구조·배선 소재·배선 식각 기술까지 포함한 '연결성 경쟁'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큽니다. 식각 시장 역시 절연체 중심에서 금속 배선 중심으로 서서히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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