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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할당 이니셔티브]② AI 네트워크 외치는 한국, 현실은 기금 우선

강소현 기자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 세부정책방안을 공개했다. 이번 재할당은 6G 상용화를 불과 5년 앞두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이에 정부도 재할당에서 ‘이용자 보호’뿐 아니라 6G 대비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2.6기가헤르츠(㎓) 대역을 제외하면 이동통신3사 모두 재할당 대가에는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다만 사업자 간 낙찰가 격차가 부각된 2.6㎓ 논란에 관심이 쏠리면서 정작 이번 재할당 정책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논의는 가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편집자주>

[사진=챗GPT 이미지생성 모델]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주파수 재할당이 이뤄질 때마다 산정 방식의 불투명성과 비일관성은 꾸준히 지적돼 왔지만 제도 개편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6G 상용화 직전 5G 재할당이 예정된 만큼 현 체계를 유지한 채 논란을 방치하기에는 정책적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가 산정 방식의 원칙과 기준을 재설계할 협의체 구성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그렇다면 재할당 대가 산정의 핵심은 무엇이어야 할까. 학계는 재할당의 목적이 ‘기금 확보’보다 ‘사업자의 투자 여력 확보’에 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보통신기술(ICT) 기금과 연동된 현재 구조상 기획재정부의 영향에서 독립된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관부처의 정책적 결단이 제도의 전환점을 만들 관건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 재할당 대가 개선 논의 제자리…‘임박 논의’ 구조가 문제

현행 전파법 시행령은 ‘할당’과 ‘재할당’에 명확한 구분을 두지 않고 대가 산정 시 경제적 가치 기반 산식과 기존 경매 사례 반영 방식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재량이 넓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2016년 재할당 당시 SK텔레콤과 KT의 2.1㎓ 대역은 전파법 시행령 별표3 단위가격과 과거 낙찰 단위가격의 ‘평균값’이 적용됐다. 반면 2021년 KT의 1.8㎓ 35㎒폭 중 15㎒폭은 KT의 과거 경매 이력이 있었음에도 SK텔레콤의 낙찰가가 기준으로 참고됐다.

이 같은 들쭉날쭉한 산정 방식은 2021년 국정감사에서도 비판을 불러왔다. 당시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기정통부가 추계해 정부 예산안에 반영한 재할당대가는 명확한 기준 없이 산출된 수치로 기업의 경영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국가재정 관리에도 혼선을 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LTE 재할당에서도 제도 개선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는 이번 정부 발표가 지난 재할당 때보다도 늦어지면서 국감을 통한 제도 점검과 논의의 기회조차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전파법상 정부는 사업자에게 이용기간 만료 1년 전 주요 변경사항을 통보해야 하지만 3G·LTE 이용기간이 각각 내년 6월과 12월까지임을 고려하면 전체 일정이 지연된 셈이다.

이처럼 재할당 시점이 임박한 뒤에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반복되는 현재 구조로는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재할당 직전이 아니라 이제부터 산정 체계를 검토할 협의체를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학계 전문가는 “재할당이 6개월~1년밖에 안 남은 시점에 산정 방식 논의를 시작하면 아무도 손을 못 댄다”며 “미리 여러 안을 마련하고 그중에서 선택하도록 해야지 매번 재할당 직전에 논의를 시작하니 이해관계자 로비만 과열되고 정책 부담은 정부에 집중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 3년, 5년 뒤를 대비해 전파법 시행령이나 해석 중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한 안을 지금부터 마련해두면 된다”며 “그렇게 보고서를 만들어놓아야 다음 재할당 때는 그 기준을 기반으로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 6G 앞두고 5G 재할당도 임박자칫하면 국가 경쟁력까지 위협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일 서울 아이티스퀘어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 공개설명회’를 통해 향후 재할당 기준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이번 5G 주파수 재할당에서도 사실상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앞서 5G 3.5㎓ 대역 할당 당시 SK텔레콤이 100㎒를 1조2185억원, KT가 100㎒를 9680억원에 확보한 반면 LG유플러스는 80㎒를 8095억원에 낙찰받은 뒤 20㎒를 추가로 1521억원에 확보했다.

단순 ㎒당 단가는 ▲SK텔레콤 121.85억원 ▲KT 96.8억원 ▲LG유플러스 96.16억원으로 SK텔레콤이 가장 비싸 보인다.하지만 이용기간을 반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LG유플러스가 추가 확보한 20㎒의 이용기간은 6년에 불과해 ㎒·연 기준으로는 12.675억원으로 가장 높다.

특히 이번 2.6㎓ 대역에 대해 정부가 각사의 직전 할당대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기로 한 점을 고려하면 동일한 방식이 적용될 경우 LG유플러스가 가장 큰 비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꼭 특정 사업자의 문제라기보다, 6G 상용화를 앞두고 네트워크 투자가 확대돼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재할당대가는 통신 3사 모두의 투자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결국 국가 차원 네트워크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라도 학계는 이러한 소모적인 논의를 종결하고 국내 재할당 대가 수준이 과연 정당한지 재평가돼야 한다고 말한다.

◆ ICT 기금에 묶인 주파수 정책…“세수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업계에 따르면 일부 국가들은 실적 기반 사후 정산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영국처럼 기본료는 낮추고 실제 매출에 연동해 대가를 납부하는 수익 배분 방식은 예측 실패 위험을 정부와 기업이 공동 분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내의 경우 주파수 대가가 ICT 기금과 연동되는 현 구조 자체를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ICT 기금의 수입이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정 과정 전반에 기획재정부의 재정 기조가 개입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동안 정부는 주파수 할당 대가나 대출 등을 통해 기금 부족분을 메워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LTE 연구반에선 재할당 대가 할인율별 산업 파급 효과 시뮬레이션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공청회에서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신기술 확산 예측 모형(Bass)을 기반으로 향후 이동통신시장 전체와 세대별 매출액을 추계했다.업계 일각에서 할인율을 먼저 설정해 두고 시뮬레이션 근거를 사후적으로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일 서울 아이티스퀘어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 공개설명회’를 통해 향후 재할당 기준을 발표했다.사진은 5G 인빌딩(실내무선국) 투자옵션에 따른 할당대가.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반대로 일각에선 소관부처가 기재부의 재정 기조를 고려해야 하는 조건 속에서도 사업자 부담을 완화하려고 고심한 흔적도 보인다고 평가한다. 기재부가 요구한 대가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인빌딩 투자를 할인 조건으로 추가해 실질적인 대가 인하 효과를 만들어내려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한 번만 넘기자”는 식의 미세 조정으로는 어떤 혁신도 나올 수 없다고 단언한다. 기재부 영향 아래 놓인 현 구조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되며, 통신사의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소관 부처가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6G 시대를 앞두고 대통령 공약인 ‘AI 네트워크’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느냐는 관행을 깨고 구조를 바꾸겠다는 정부의 실행 의지에 달려 있다.

또 다른 학계 관계자는 “이제는 재할당의 목적을 ‘세수 확보’가 아니라 ‘투자 여력 확보’에 두어야 한다”며 “정부가 통신사에 최대 대가 납부와 대규모 투자를 동시에 요구하는 구조는 결국 기업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프랑스는 2018년 재할당 당시 대가 수입을 포기하는 대신 음영 지역 해소에 투자하도록 하는 ‘모바일 뉴딜’ 모델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우리도 단기 세입보다 디지털 인프라 고도화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관점에서 기업이 실질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유인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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