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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포는 옛말... '관리형 질환' 된 에이즈, 편견이 더 아프다

이건한 기자
HIV 바이러스 형상 [사진=Pixabay]
HIV 바이러스 형상 [사진=Pixabay]

[디지털데일리 이건한기자] 매년 12월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질병관리청도 3일 세계 에이즈의 날 기념식을 열고 대국민 감염 예방 캠페인을 벌였다. 이날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매년 1000여명이 발생하는 에이즈 신규 감염 환자를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더불어 연말연시 모임이 잦아지고 한파로 인해 면역력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에이즈(AIDS)에 대한 차가운 편견과 막연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20세기의 흑사병'으로 불리며 죽음의 병으로 인식됐던 에이즈는 이제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위험한 것은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검사를 기피하게 만드는 사회적 시선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 'HIV'와 '에이즈'는 다르다... 조기 발견 시 수명 차이 없어

흔히 혼용해서 사용하는 HIV와 에이즈는 명확히 다른 개념이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는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이며,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면역체계가 파괴되어 각종 감염증이나 암 등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HIV가 몸에 들어오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CD4 림프구를 파괴한다. 하지만 감염됐다고 해서 곧바로 에이즈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조기에 감염 사실을 발견하고 꾸준히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혈액 내 바이러스 수치를 검출 한계치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 이 경우 타인에게 전파력이 없다는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약물로 조절하며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국내 신규 감염인 2030세대 집중... '자발적 검진' 필수

문제는 숨겨진 감염이다. 질병관리청의 'HIV/AIDS 신고 현황'을 살펴보면, 국내 신규 감염인은 매년 1000명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20~30대 젊은 층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성 접촉이 활발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지내다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HIV 감염 초기에는 발열, 인후통, 몸살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수년에서 10년 이상 아무런 증상이 없는 '무증상 잠복기'가 이어진다. 증상이 없더라도 바이러스는 체내에서 증식하며 면역 기능을 서서히 망가뜨린다. 따라서 의심스러운 성 접촉이 있었다면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 익명 검사 가능... '4주 후' 보건소 찾으세요

보건 당국은 조기 발견을 위해 문턱을 낮췄다. 전국 보건소에서는 거주지와 상관없이 누구나 무료·익명으로 HIV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대신 정확한 검사 결과를 위해서는 감염 의심일로부터 약 4주(신속검사 기준)에서 12주가 지난 시점에 검사받는 것을 권장한다.

일상 속 예방을 위한 핵심 수칙은 다음과 같다. (1) 올바른 콘돔 사용: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하면 HIV뿐만 아니라 매독, 임질 등 다양한 성매개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 (2) 주기적인 검진: 새로운 파트너와 관계를 시작하기 전이나 감염이 의심될 때는 주저하지 말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3) 안전한 성생활: 익명의 파트너와의 무분별한 성 접촉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질병관리청은 HIV 감염인은 꾸준한 치료를 통해 건강하게 살 수 있으며 일상적인 식사, 악수, 포옹, 가벼운 입맞춤 등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정확한 정보 습득과 예방 수칙 준수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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