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현장] "코인 넣어 소스 뽑고 로봇이 버거 나르고"…교촌의 낮 시장 공략처 '소싯' 가보니

최규리 기자

소싯 대표 메뉴. [ⓒ교촌에프앤비]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지난 26일 방문한 판교 교촌그룹 사옥 1층. 유난히 밝은 오렌지색이 시야를 사로잡았다. 간장·허니·레드 등 교촌 고유 소스에서 출발한 색채라는 설명처럼 이곳은 치킨보다 소스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브랜드명 '소싯(SAUCIT)' 역시 소스(Sauce)에 Eat(먹다)을 결합한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은 교촌이 34년간 쌓아온 소스 노하우를 한 끼 식사로 풀어낸 첫 실험 매장이다.

이날 교촌에프앤비 임영환 전략스토어사업본부장은 "소싯은 사내 공모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교촌의 소스 정체성을 일상의 한 끼로 확장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며 "소스를 중심축에 둔 메뉴와 공간을 처음부터 기획 단계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소싯 매장 내부.

소싯 매장 시스템에 대해 설명 중인 교촌에프앤비 임영환 전략스토어사업본부장.

◆ "저녁 치킨 넘어 점심까지"…교촌, '소싯'으로 낮 시장 정조준

눈에 띄는 지점은 콘셉트 자체가 아예 저녁·야식이 아닌 점심·이른 저녁용 치킨 델리, 버거·보울·프라이즈 등이 주요 메뉴라는 점이다. 임 본부장은 "직장인이 많은 판교라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낮에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치킨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교촌이 추진 중인 매출 구조 전환과 부합해 보인다.

이어 그는 "저녁 치맥뿐 아니라 낮 시간대에도 교촌의 맛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캐주얼한 브랜드 접점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비대면 무인 픽업 설비

조리된 메뉴를 이송하는 서빙 로봇.

소싯의 주방은 '테크랩'에 가까웠다. 고객이 QR을 스캔해 주문하면 자동 튀김·성형·토출 설비가 일정한 품질로 음식을 완성하고 서빙 로봇이 자동문을 열고 주방에서 매장 전면 무인 픽업함까지 메뉴를 이송한다. 조리·이송·픽업 전 과정에 디지털·자동화 기술이 적용됐다.

임 본부장은 "카운터 대기 시간을 없애고 생산성·일관성을 극대화하는 푸드테크 포맷"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로봇의 이동선, 자동문 열림 타이밍 등은 세밀하게 조정돼 있었다. 그는 "소싯은 IT 자동화 기반의 차세대 매장 실험이기도 하다. 편의성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소싯 매장에 설치된 소스 자판기.

딥소스 자판기에 사용되는 코인. [ⓒ교촌에프앤비]

눈길을 끈 건 '소스 자판기'였다. 일정 금액 이상 주문하고 코인을 받으면 자판기에 코인을 넣어 7가지 딥앤딥 소스 중 하나를 선택해 뽑을 수 있다. 이는 고객이 소스를 직접 골라 뽑는 행위가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경험이다. 임 본부장은 소싯의 공간과 서비스 곳곳에 소스를 직접 체험하도록 설계한 장치를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소싯을 소스 조합과 활용 방식을 실험하는 플랫폼으로 기획했다는 취지다.

메뉴 역시 소스를 중심축으로 재구성했다. 버거·샌드위치·보울·프라이즈 등 기본 포맷은 단순하지만 여기에 쌈장 디핑·고추장 크림·레드마요·청양고추 치미추리·콰트로치즈퐁듀 등 7가지 딥앤딥 소스를 조합하면 150가지 이상의 맛이 구현된다. 토핑을 많이 얹지 않고 치킨·시즈닝·소스의 조합만으로 풍미를 다층적으로 설계한 방식이다.

임 본부장은 "버거 하나가 시즈닝이나 소스 조합만 바꿔도 전혀 다른 맛이 된다"며 "메뉴 하나하나의 개발 과정도 쉽지 않았다. 하루 중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데일리 치킨이라는 방향을 정해두고 버거·샌드위치 5종, 라이스볼 4종, 텐더 2종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트리플 레드 핫 치킨 버거 세트'. [ⓒ교촌에프앤비]

'소싯 치킨 버거 세트'.

7가지 딥앤딥 소스.

또 이번 소싯 매장의 시그니처로 앞세운 '트리플 레드 핫 치킨 버거 세트'는 "맵다", "두껍다"는 사내 의견이 적잖았던 메뉴였다고 한다. 하지만 오픈 후에는 고객 판매 1위를 기록 중이다. 맛있게 매운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임 본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보울 메뉴에는 파로·귀리·현미 등을 넣어 가벼우면서도 포만감을 주는 구성을 만들었다. 음료에서도 단맛·산미·텍스처 균형을 강조하며 총 4종의 원두와 자체 연구한 너티허니 크림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7가지 딥소스·3가지 시즈닝·3가지 드레싱을 모두 선택할 수 있게 설계해 메뉴의 확장성을 키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시식한 '소싯 치킨 버거 세트'는 7가지 소스와 함께 조합해 먹는 방식이 특히 돋보였다. 기본 버거 구조는 단순하지만 감자튀김과 소스를 바꿔가며 맛을 달리할 수 있어 기존 버거류와는 다른 구성 경험이 있었다. 메뉴는 하나지만 풍미 변주 폭이 넓어 가성비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느껴졌다.

인테리어도 '소스'를 중심으로 풀어냈다. 매장 구조물 대부분이 곡면이고 천장·테이블·벽면까지 소스의 질감과 흐름에서 따온 곡선 형태를 반복했다. 기존 교촌 매장이 밤 시간대에 어울리는 다소 어두운 톤이었다면 소싯은 낮 시간대 직장인 유입을 겨냥한 밝고 생동감 있는 라이트 콘셉트다.

임 본부장은 "치킨을 낮 시간대에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며 "자유롭고 캐주얼하게 앉을 수 있는 구조를 의도적으로 구현했다"고 말했다.

소싯 매장 외관.

치킨만으로는 부족하다…'소싯'으로 외식 다각화 승부

소싯은 교촌 입장에서 생존 구축을 위한 방향 전환의 실마리로 보인다. 앞서 교촌은 가격 인상 전 치킨업계 1위였지만 이후 bhc와 제너시스BBQ에 선두를 내주며 현재 3위에 머물러 있다. 이 구조가 고착되면서 교촌은 최근 몇 년간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치킨 메뉴 강화 외에도 수제맥주, 소스 PB, 메밀단편 등 신사업을 병행하고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F&B 전반으로 확장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사 bhc가 아웃백,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 라인업을 확보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실적 개선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한다. 교촌에프앤비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76억원) 대비 47.2% 증가한 수치로 순이익도 76억원으로 68.9% 뛰었다. 매출은 1352억원으로 6.0% 늘었다. 이는 2021년 3분기(영업이익 150억원·순이익 112억원·매출 1307억원) 이후 4년 만의 최고 실적이다. 누적 기준으로도 영업이익 313억원, 순이익 18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각각 3.2배, 5.3배 증가했다. 수익성이 정상화되며 성장 여력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교촌의 과제는 치킨 단일 품목 중심의 사업 구조만으로는 경쟁이 심화된 외식 시장에서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낮 시간대 고객층 확보와 메뉴 다변화가 필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매장 내 코인 기반 소스 자판기, 자동문과 연동된 서빙 로봇, 소스 조합을 활용한 메뉴 확장 등은 이러한 전환을 검증하기 위한 운영 실험이다. 소싯은 이 같은 전략적 방향성을 시험하기 위해 교촌이 마련한 파일럿 브랜드다.

임 본부장은 "매장에서 나오는 고객 반응과 소스·메뉴 데이터를 기반으로 포맷을 계속 개선할 것"이라며 "소스 IP 확장성과 낮 시간대 메뉴 포트폴리오 구축은 앞으로도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소싯은 교촌이 34년 동안 쌓아온 소스 아이덴티티를 한 끼 식사 형태로 풀어보는 첫 파일럿 브랜드"라며 "점심 시간대에 치킨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만큼 매장에서 축적되는 고객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메뉴와 운영 방식을 계속 다듬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소싯을 통해 검증된 치킨 델리 포맷과 K-소스 경험을 교촌의 다양한 브랜드와 접점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규리 기자
ggg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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