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탐방]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도는 활기…신성이엔지 증평공장 가보니
신성이엔지 증평사업장 [사진=신성이엔지]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설비 공사용 운반기를 쌓아두던 창고는 텅 비어 있었다. 운반기가 모두 외부 현장에 투입되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덕이다. 반도체 팹 설비 제작 공장 안은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부품과 금속 구조물이 다시 공정을 기다리며 놓였고, 한쪽에는 높이가 4미터를 넘는 외조기(OAC) 한 대가 완성된 채 세워져 있다. 그 옆으로는 조립을 앞둔 기초 하부 구조들이 줄지어 섰다. 상반기 내내 투자 지연으로 고요했던 공장이 다시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24일 찾은 신성이엔지 증평 공장에서는 반도체 공장 내 클린룸 공사에 활용되는 OAC 제조가 한창이었다. 조만간 내부 공사에 돌입하게 될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사의 공장으로 들어갈 물량이다. 이미 다른 고객사로부터 받은 물량이 한차례 나간 뒤 새로운 물량이 채워진 터라, 대부분 밑작업을 끝내고 조립을 준비하는 단계로 보였다.
증평 공장은 신성이엔지가 2022년 7월 준공한 공조·제습 설비 전용 제조 공장이다. 공장 면적은 약 1만3000평으로 축구장 6개 크기 수준의 넓이를 자랑하지만, 현재는 고객사 설비투자 속도를 고려해 4400평 정도를 실제 가동 면적으로 활용 중이다.
증평 공장이 2016년부터 가동한 용인 스마트팩토리와 다른 점은 설비에 대한 품종이다. 용인 스마트팩토리의 경우 주력인 팬필터유닛(FFU)만을 대부분 생산하는 구조다. 반면 증평 공장은 외부 공기와 내부 공기를 순환시켜주는 OAC를 비롯해 전산실용 항온항습기(THU), 배터리 공장용 제습설비(DHU)와 공기조화기(AHU) 등 다품종 설비 생산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자동화율은 상대적으로 용인보다 낮으나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는 전사 매출에 높은 기여를 하고 있다.

증평 공장 내 풀 오토메이션 판금 라인의 초입부. 나무 팔레트 위에 놓인 판금들이 적재되는 공간
공장 내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풀 자동화 판금 가공 라인이다. 설비 제작을 위해서는 설비 외관과 내벽 등을 형성하는 판금 패널이 다양한 형태로 양산돼야 하는데, 신성이엔지는 이 판금 가공을 전부 자동화 설비로 바꿔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이 덕에 판금 제작을 위해 필요한 인력이 오퍼레이터 단 한명으로 통상 3~5명이 필요한 타 경쟁사 대비 크게 효율성을 높였다.

펀칭&샤링 과정을 거친 판금을 분류하는 라인의 모습
판금 제조는 통상 5가지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나무 트레이 위에 놓여진 판금 판을 수직으로 쌓아 제조 전 투입 과정을 준비한 후 이를 원하는 형상에 맞게 펀칭&샤링을 거친다. 이후 판금을 가공된 형태에 맞춰 로봇이 분류·적재하고, 세밀한 가공을 위해 절곡기에 투입해 형상을 다듬는다. 마지막으로 절곡된 제품을 부품별로 쌓아 정리하는 식이다.
신성이엔지 현장 관계자는 "판금 가공 라인은 생산하려는 설비에 맞춰 도면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이에 맞춰 필요한 판금 자재를 자동적으로 만들어주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추후에는 (피막·내구성을 형성하는) 도장 라인 장비도 도입해 이 과정까지 자동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평 공장 내부에 완성돼 가고 있는 외조기 한 기 [사진=신성이엔지]
현재 증평 공장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것은 외조기인 OAC다. FFU가 천장에서 내부 공기의 습도와 먼지를 제거해 순환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OAC는 건물 한쪽에서 외벽에 붙여 배치돼 오염된 내부 공기를 외부로 배출, 외부 공기를 정화해 들여오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주요 공장에 가릴 것 없이 들어가는 핵심적인 설비 중 하나다.
지난해만 해도 간헐적으로 이어진 배터리 셀 제조사들의 설비투자로 공기조화시스템인 AHU와 제습기인 DHU가 주로 생산됐다. OAC 생산은 느려진 반도체 투자로 올해 상반기까지 다소 움츠러든 분위기였다. 그러다 올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SK하이닉스 청주, 삼성전자 평택 공장의 설비투자가 활발해지며 반도체 공장으로 향하는 OAC 제작이 늘어나게 됐다.
신성이엔지가 개발한 FWU. 뒷부분에 별도 칠러를 설치하고, 외부 공기를 열교환기로 변환해 보이는 전면의 문 부분에서 찬 공기를 쐬는 구조다 [사진=신성이엔지]
판금 라인, OAC 조립 라인을 지나 보인 것은 데이터센터용 공조 연구개발(R&D) 테스트베드다. 증평에서 생산할 수 있는 팬월유닛(FWU) 한대와 이를 테스트하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FWU는 서버 랙(Rack)이 모여있는 서버실 외벽에 설치되는 공조 설비로, 외부에서 들여 온 공기를 칠러로 냉각해 내부 서버실 공간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신성이엔지는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높아지는 연산량에 따라 서버실 내부 온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에 최적화된 설비를 준비했다.
이 테스트베드에서 주로 진행하는 것은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FWU를 서버실 환경에 맞게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작업이다. FWU는 한대당 2만5000CMH(시간당 입방미터)를 냉각할 수 있으나, 서버실의 구조와 크기에 따라 냉매나 전력 효율이 크게 달라지는 등 변수가 크다. 따라서 이곳에서 해당 서버실의 환경과 외부 날씨, 계절 등 요소를 고려해 적은 냉매·전력으로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설정을 찾아나가고 있다.
신성이엔지가 구축한 내부 서버실 테스트베드. 실제 환경과 유사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 랙 안에 열원을 집어넣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성이엔지]
신성이엔지는 이 목표에 따라 테스트베드에 실제 서버실과 같은 환경을 구축해두고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온도와 습도 등을 외부 모니터링실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해 최적의 조건을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현재는 국내 데이터센터 투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내년부터는 고객사 요청에 맞춰 이를 활용하는 것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공장을 나와 이동한 창고에서는 제법 커다란 크기의 운반장치가 눈에 띄었다. 신성이엔지가 자체 개발한 고성능리프트(HPL)가 그 대상이다. HPL는 통상 사다리, 소형 리프트로 천장에 설치하던 FFU를 지상에서 한데 묶어 한번에 올리는 데 최적화된 설비다. 통상 리프트보다 2~3배 이상 적재량이 많은 데다 양 옆으로 여러대의 HPL을 연결해 올릴 수 있어 생산성, 안전성 확보에 매우 유리하다.

신성이엔지가 개발한 FFU 설치용 HPL이 움직이는 모습. 좌우로 십여대를 나란히 붙여 운용할 수도 있다 [사진=신성이엔지]
현장 관계자는 "처음 HPL을 개발하게 된 건 FFU를 설치하는 작업자의 안전상 문제 때문이었다. 사다리나 소형 리프트로 작업하게 되면 낙하 등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라며 "이를 여러대 붙여 지상에서 작업 후 설치하게 되면 작업자의 안전이 보장될 뿐 아니라, 미리 만든 것을 올리기만 하면 돼 실제 시공 속도도 매우 빨라지게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창고에 배치된 HPL은 단 한대 뿐이었다. 최근 반도체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15대, 20대에 가까운 HPL이 실제 현장에 투입되면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덕분이었다. 신성이엔지가 상용화한 HPL은 국내 평택·청주 등에서 이력을 쌓은 것은 물론, 미국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의 해외 공장에서도 활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이엔지의 스마트 모바일 로봇(SMR)이 작업자를 자율주행으로 따라오는 모습 [사진=신성이엔지]
창고에는 신성이엔지가 로봇 소프트웨어 협력사 등과 공동 개발한 스마트 모바일 로봇(SMR)도 살펴 볼 수 있었다. SMR은 지게차 형태의 자율주행로봇(AMR)으로, 작업자 안전과 근골격계 질환 발생 요인을 줄이기 위해 개발됐다. 필요한 자재를 직원들이 큰 무리 없이 활용할 수 있게 무선 조종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또 설정을 통해 인식한 작업자 뒤를 정확하게 따라가기도 했으며, 작업자를 따라가던 중 장애물이나 다른 사람이 감지될 경우 즉각 멈추는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신성이엔지는 올해보다 내년 증평 공장의 활동이 더욱 바빠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청주·평택 시공 건에 이어 초기 투자가 이어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수주가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다. 반도체·배터리 투자가 동남아권과 유럽·미국 등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점이 가장 큰 기대 요소로 꼽힌다.
이밖에 공조 설비에 대한 인증도 점차 확대해갈 계획이다. 현재 신성이엔지는 공조 설비에 대한 미국냉난방공조협회(AHRI) 인증 AHRI 1350, AHRI 430 인증을 받아둔 상태다. 신성이엔지 현장 관계자는 "향후 프로젝트 권역 확대를 고려해 유럽, 국제공조협회 인증도 착실히 준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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