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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만큼 중요한 주파수 재할당…정부 결정에 ‘네트워크 경쟁력’ 기로 [IT클로즈업]

강소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두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핵심은 2.6기가헤르츠(㎓) 대역이다. 이 대역의 과거 경매 낙찰가가 사업자 간 크게 차이 나는 만큼 더 많은 대가를 치른 SK텔레콤에 맞출지, 더 낮은 비용으로 확보한 LG유플러스에 맞출지가 관건이다. 기존에 각 사가 부담하던 할당 대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법도 있다.

주파수를 대하는 사업자들의 태도가 달라진 점도 변수다. 과거에는 사업자들이 먼저 추가 할당을 요구했지만, 5G 상용화 이후 사업자의 주파수 수요가 정체되면서 정부가 과도하게 높은 대가를 요구할 경우 재할당을 포기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이에 학계에선 6G 시대를 앞두고 사업자의 네트워크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시장 친화적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SKT vs LGU+…‘2.6㎓ 격차’가 재할당 쟁점

2021년 당시 경매 대상 주파수.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내달 초 3G·LTE 주파수 재할당 방안을 발표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3G·LTE 주파수 370메가헤르츠(㎒)폭 전체 재할당을 예고했다. 전파법상 정부는 사업자에게 이용기간 만료 1년 전 주요 변경사항을 통보해야 하고, 사업자는 만료 6개월 전 재할당을 신청해야 한다. 3G와 LTE 이용기간이 각각 내년 6월과 12월까지임을 고려하면 전체 일정이 다소 지연된 셈이다.

이번 재할당의 최대 관심사는 2.6㎓ 대역이다. SK텔레콤은 2016년 해당 대역 60㎒폭을 1조2777억원에 낙찰(㎒당 약 213억원)받아 이용 중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2013년 동일 대역 40㎒폭을 4788억원(㎒당 약 120억원)에 확보해 8년간 사용했다. 이후 2021년 재할당에서 LG유플러스는 5G 투자 인센티브 적용을 통해 재할당 대가가 약 2169억원(㎒당 약 54억원)으로 낮아지며 SK텔레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에 SK텔레콤은 단연 LG유플러스 수준으로 재할당 대가가 조정되길 기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과거 낙찰가가 아니라 할당 시점의 주파수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로, 최근 5G 매출 비중이 커지고 LTE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합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2016년 할당 당시 자사 낙찰가가 존재하지 않아 LG유플러스의 과거 낙찰가가 참고됐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자칫 SK텔레콤 수준으로 재할당 대가가 올라갈 수 있는 만큼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다만 과거 경매 결과는 당시 시장이 평가한 그 대역의 가치인 만큼, 주파수 경매제도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과거 경매가 기반의 산정이 이뤄지는 게 맞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 동일 대역, 다른 대가?… “일관성 없는 산정방식이 논란 키워”

SK텔레콤의 입장에서 다소 억울한 측면은 있다. 이른바 ‘K-민즈(means)’ 군집화 알고리즘을 통해 LG유플러스가 보유하던 2.6㎓ 구간과 ‘동일 가치를 가진 동일 대역’으로 분류됐음에도 불구, 실제 경매에선 두 사업자의 낙찰가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2011년 주파수 경매제 도입 이후 동일 대역·대역폭·용도의 주파수 간 대가를 다르게 산정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논란의 배경으로 재할당 대가 산정방식의 일관성 부족을 꼽는다. 실제 역대 재할당 사례를 살펴보면 기준이 일관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예컨대 사업자가 과거에 직접 낙찰받은 이력이 있는 경우에도 정부가 이를 적용하는 방식은 매번 달랐다.

2016년 재할당 당시 SK텔레콤과 KT의 2.1㎓ 대역은 전파법 시행령 별표3 단위가격과 과거 낙찰 단위가격의 평균값이 적용됐다. 반면 2021년 KT의 1.8㎓ 35㎒폭 중 15㎒폭은 KT의 과거 경매 이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의 낙찰가를 참고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전까지 재할당은 '동일 대역=동일 대가'를 원칙으로 하거나 과거 낙찰가가 존재하면 그 값을 기반으로 산정했다”며 “하지만 SK텔레콤의 사례는 기존의 두 원칙을 모두 벗어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시기 KT도 동일 대역에 대한 자사 경매 이력이 있음에도 불구 SK텔레콤 낙찰가를 참고해 재할당 대가가 산정됐다”며 “당시 KT보다 SK텔레콤의 낙찰가가 더 높았는데 정부가 재할당 대가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SK텔레콤의 낙찰가를 참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학계에선 재할당 대가 산정을 정부 재량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하는 한편 현재 국내 재할당 대가 수준이 합리적인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재할당에는 경쟁적 수요가 존재하지 않고 신규 할당되는 주파수에 비해 경제적 가치가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정작 정부는 ‘재할당’과 ‘할당’에 구분을 두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 장윤정 국회예산처 예산분석관은 한국전자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경제학적·공학적 방식을 결합한 복합모형을 기반으로 산정한 LTE 주파수의 대역별 재할당 대가를 발표했다. 전체 이동통신 매출 중 LTE 매출 비중을 재할당 대가 산정에 반영한 점이 특징으로, 재할당이 신규 할당과 동일할 수 없다는 의견에 힘을 싣는 결과로 해석된다.

◆ 주파수 용도 변경도 허용X…기금 충당이 주파수 정책 왜곡해선 안 돼

주파수 대가가 ICT 기금과 연동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정보통신기술(ICT) 기금은 수입보다 지출이 크게 앞서고 있어, 그동안 정부는 주파수 할당 대가나 대출 등을 통해 부족분을 메워온 상황이다. 적자가 수조원대에 이르는 가운데 기금 보전을 위해 주파수 정책이 압박을 받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산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이번 재할당과 함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5G 주파수 추가할당 계획에서는 기금 재원을 확보하고자 주파수 할당기간을 줄이고, 용도 변경(리파밍)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글로벌 추세가 리파밍 허용과 유연한 주파수 운용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반대 흐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재할당은 서비스 유지가 주된 목적인 만큼 이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주파수의 할당 목적과 서비스 기술 생애주기에 따른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며 “고평가된 경매 대가 대신 기술 수명과 주파수의 실제 시장가치, 주파수 이용 및 기술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가치를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자별 주파수 할당 현황.

물론 정부가 임의로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높게 매길 순 없다. 가격 부담이 커 사업자의 할당 수요가 낮아지면 기금을 확보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도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결국은 정부와 사업자가 모두가 만족할만한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실제 업계 일각에선 SK텔레콤이 2.6㎓ 대역 재할당을 포기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현재 SK텔레콤은 통신3사 중 가장 많은 LTE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145㎒폭, KT는 85㎒폭, LG유플러스는 100㎒폭이다. LTE 속도도 압도적으로 빨랐다. 지난해 기준 LTE 다운로드 속도는 SK텔레콤 238.49Mbps, KT 166.81Mbps, LG유플러스 128.85Mbps 순이었다.

지금까진 5G 서비스를 LTE 코어망과 연동해 제공했지만 단독모드(SA) 전환 시 5G 코어망만 사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2.6㎓ 대역을 포기해도 품질 유지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는 사업자가 주파수를 쉽게 반납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설령 반납하더라도 그로 인한 서비스 품질 저하는 사업자 책임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28기가헤르츠 주파수 할당 당시에도 사업자들은 ‘투자 대비 수익이 없다’고 호소했지만 정부는 ‘무조건 구축하라, 하면 서비스가 따라올 것’이라며 압박했다”며 “결국 정책 실패로 귀결된 사례를 반복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 기금 확보냐, 투자 촉진이냐…주파수 정책 분기점

학계에선 주파수 이용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이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에는 재할당 욕구가 컸던 것과 달리 이제는 수요 자체가 없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고려한 법 조항은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해외국가의 경우 재할당 대가를 부과하지 않거나 전파사용료만을 부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할당 대가를 부과하는 경우에도 국내와 달리 과거 주파수의 경매 대가(시장가치)를 제한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G 시대를 앞두고 이동통신사의 막대한 투자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이동통신 산업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현재 산정 방식이 타당하냐는 의문이 존재한다”라며 “5G라는 새로운 주파수가 나온 가운데 주파수의 수요는 예전과 같지 않다. 과거 가치를 그대로 반영할지, 새로운 가치를 반영할지가 이번 재할당 관건”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재할당 대가를 최저 경쟁가격이 아닌 최종 경매낙찰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다보니 통신사업자가 주파수 경매에서 경쟁을 하지 않게 됐다. (비싼 낙찰가는) 다시 재할당대가로 돌아오게 되기 때문”이라며 “사업자가 재할당 대가에서 아낀 만큼 투자로 다시 이어지는 선순환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 구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LTE 재할당 방안 공청회에선 5G 주파수 추가할당 여부도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발표한 ‘스펙트럼 플랜’에서 2025년 하반기까지 3.70~4.0㎓ 대역의 5G 추가할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추가 할당과 관련해 정부가 일정 수준의 ‘할인 옵션’을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SA 전환 의무 이행, 5G 인빌딩 투자 확대, QoS(서비스 품질) 제고 등 조건을 부과하는 대신, 할당 대가를 낮춰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LTE 주파수 재할당 당시에도 정부는 5G 기지국 투자 확대를 조건으로 재할당 비용을 인하한 전례가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추가 주파수는 6G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3GPP 표준화 일정, 6G 장비 개발 속도, WRC-27(세계전파통신회의) 논의 등 6G 도입과 연계해 검토돼야 한다”며 “통신사업자가 AI, 6G 등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해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국가 전략산업의 성장과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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