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속도…차세대 경쟁 대비 나선다 [소부장박대리]

LG에너지솔루션 오창사업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초입 단계에 들어섰다. 삼성SDI가 고객사 대상 샘플 테스트와 공정 최적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속도를 높이는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이 오창 내 파일럿 라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대전 미래기술원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준공하고 본격 시생산에 나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시공은 대부분 마무리 단계로 드라이룸 구성과 장비 셋업을 거쳐 내년 중 본격 가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음극 사이 리튬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변경한 배터리다. 액체 전해질은 유기용매를 사용한 인화성 물질로 내부 단락 발생 시 화재 위험이 크지만, 고체는 액체와 비교해 불이 붙을 확률이 낮아 높은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 또 액체가 차지한 비중을 줄이거나 고체전해질이 음극 역할을 병행하는 무음극(Anodeless) 구성이 가능해 에너지 용량, 무게 측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 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마곡 R&D캠퍼스에서 10Ah급 이상 용량 전고체 배터리 셀 시제품을 완성하며 연구소 레벨의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파일럿 라인 구축에 따라 기존에 계획한 2028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에 한걸음 다가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을 가장 일찍 구축한 삼성SDI도 점차 상용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2023년 수원사업장 내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고객사 샘플 테스트를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생산속도와 제품 성능 개선을 위한 R&D를 지속하는 한편, 생산 거점을 울산 등 국내로 지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BMW, 솔리드파워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실증을 위한 3자 업무협약도 맺었다.
SK온은 지난 9월 15일 대전 유성구 미래기술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준공하고 시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이를 토대로 기존 2030년에서 1년 앞당긴 2029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개화할 경우 프리미엄급 전기차와 전기 수직이착륙비행체(eVTOL)와 같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영역에 탑재될 전망이다. 높은 초기 가격으로 통상의 전기차 탑재는 어려우나, 고성능과 안전성을 요하는 차세대 모빌리티용에 채택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배터리 업계는 국내 배터리 3사가 목표한 일정대로 양산에 돌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난제와 생산 공정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SDI가 전시한 전고체 배터리 모형
현재 국내 배터리 3사는 대부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중심으로 R&D를 진행 중이다. 황화물계는 고분자·산화물계와 비교해 계면 형성이 유리해 높은 이온전도도 구현이 가능하다. 단 통상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서는 고체인 탓에 계면 저항이 높아 내구성·수명에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수분에 취약하고 높은 계면 저항을 해결하기 위한 공정이 확립되지 않은 것도 까다로운 요소 중 하나다. 높은 계면 저항을 낮추려면 높은 압력으로 전극을 눌러 소재의 계면이 압착되도록 하는 방식이 중요한데, 생산성과 수율을 이유로 여러 방안이 다층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밀폐된 용기 안에 물이나 기름을 넣고 파우치 필름 안에 밀봉된 전극을 모든 방향으로 누르는 온간등압프레스(WIP) 방식이 대표적이다. WIP는 전극을 빈틈없이 강하게 눌러 계면 저항을 낮출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전극을 파우치 필름 안에 넣고 뜯기를 반복하는 과정 상 생산속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또 WIP 공정 후 파우치 필름을 개봉하는 과정에서 필름 표면과 붙어 이물질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 중 하나다.
반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공정에 채택된 롤프레스 방식은 롤에 감겨 이동하는 전극을 고온·고압으로 고속으로 눌러준다는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단 WIP와 비교해 고체전해질과 양·음극재를 눌러주는 과정이 균일하지 못한다는 점이 해결해야 할 난제로 꼽힌다. 현재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은 WIP보다 생산 속도가 높은 롤 프레스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SK온은 WIP 방식을 토대로 시생산과 R&D 개발을 진행 중이다.
상용화 소식이 더딘 건식 전극 방식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의 걸림돌이다. 건식 전극은 기존 액체 슬러리 형태였던 전극을 고체 파우더로 바꿔 코팅하는 방식으로, 이온 전도도와 생산 원가 측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한 '꿈의 공정'으로 꼽힌다. 당초 배터리 업체들은 올해까지 이를 양산 공정에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더딘 개발과 양산성 문제로 실제 적용이 밀린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더라도 실제 수율, 높은 생산 비용을 이유로 당장 침투율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2030년 이전까지 생산 공정에 대한 혁신이 이뤄진다면 신규 시장을 겨냥한 국내 배터리 업체의 주도권도 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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