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ESS 입찰 화두는 국산화·안정성…'中 잠식' LFP 공급망 과제로 [소부장박대리]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국내 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이 다가왔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간 배터리 선정 경쟁에 불이 붙었다. 1차에서 대규모 이력을 확보한 삼성SDI가 유리한 고지를 잡은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리튬인산철(LFP) 기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추격하고 있다.
관건은 공급망이다. LFP 소재 대부분이 중국산에 의존하는 만큼 이를 얼마나 빠르게 해소하느냐가 이번 입찰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ESS 입찰 대응을 위해 양극재와 음극재·분리막 등 주요 소재에 대한 국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종전 중국산 소재 사용 비중을 줄이기 위한 절차다. 이와 함께 오창 공장에 LFP ESS 생산라인을 구축해 2027년까지 연산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입찰은 전력거래소가 추진하는 총 540메가와트(MW), 가격 추산 약 1조원 규모 ESS 중앙계약시장 2차 물량이다. 전력거래소는 이달 말 입찰 공고를 내고 내년 1월 사업자 설명회를 연 뒤 2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1차 입찰 당시 전력거래소는 가격 점수와 비가격 점수 비중을 6대4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LFP를 앞세운 LG에너지솔루션이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삼성SDI가 선정된 사업자 8곳 중 6곳의 배터리 공급을 따내며 사실상 승자가 됐다. 삼성SDI는 삼원계(NCA) 배터리를 유지하면서도 셀과 ESS 단계에서 원가 절감을 이뤄 가격 점수에서 선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2차 입찰에서는 비가격 점수의 비중과 변별력이 더욱 강화됐다. 전력거래소는 단가 중심의 기존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가격과 비가격 점수를 5대5로 조정했다. 또 기술 능력과 주민수용성·사업준비도·사업신뢰도 등 변별력이 낮은 항목 점수를 줄이고 계통 연계·산업경제 기여도·화재 및 설비 안전성 배점을 높였다.
삼성SDI는 이러한 비가격 영역에서 강점을 보여 1차 입찰에서 우위를 점했다. 울산 공장을 통해 ESS 셀을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고 셀 구성 소재도 대부분 국내 기업 제품을 활용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중국 생산 비중이 높았던 만큼 비가격 점수 경쟁에서 밀렸다는 후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지를 국내로 전환하고 소재 국산화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 같은 배점 조정의 영향이다. 비가격 점수의 무게가 커진 만큼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경쟁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소재 테스트가 시작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LFP 소재 공급망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는 만큼 이를 희석해야 적정 수준의 배점을 확보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 양극재를 중국 상주리원, 음극재를 BTR과 샨샨으로부터 조달해 난징과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해 왔다.
SK온도 국내산 소재 채택을 확대하며 2차 입찰에 대비하고 있다. 1차 당시 사용했던 중국 양극재 업체 대신 엘앤에프 양극재를 적용해 서산 공장 등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SBB 1.5. [ⓒ 디지털데일리]
배터리·ESS 업계에서는 이번 2차 입찰에서도 삼성SDI가 유리한 고지를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1차 입찰에서 삼성SDI의 배터리 셀을 채택한 컨소시엄이 대부분 선정된 덕에 이력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삼성SDI는 이번 입찰에서도 LFP 배터리가 아닌 NCA 배터리를 중심으로 공급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 ESS 설계·조달·시공(EPC) 업계 관계자는 "이미 1차 입찰 당시 삼성SDI 배터리를 채택한 컨소시엄이 대부분 선정되는 수혜를 본 사례가 있어 기존 체계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다소 남아 있다"며 "삼성SDI 역시 NCA 배터리에 대한 가격 제시(bidding) 기조를 높게 책정하지 않고 있으며, 삼성SDI를 채택한 컨소시엄이 많아질수록 가격 경쟁력도 높아지는 기존 구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2차 입찰에서 배점이 높아진 안전성 부문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력거래소는 화재 및 설비 안전성의 경우 종전 22점이던 배점을 3점 높인 25점으로 개선해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화재 예방과 조치 계획의 사업자별 변별력이 미미한 반면 배터리 유형별 특성에 따라 화재 안전성에 대한 차별성, 최근 ESS 화재 등 안전성 제고 필요성 등이 고려된 여파다.
통상 ESS 배터리의 안전성은 배터리 소재 구조와 폼팩터 안정성, 사후 관리를 위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항목이 종합적으로 평가 받는다. 소재 측면에서는 LFP가 삼원계와 비교해 안정적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폼팩터 측면에서는 각형이 열·가스 배출, 열전이 방지(NP) 특성에서는 유리하다. 따라서 전력거래소가 LG에너지솔루션·SK온의 LFP 파우치, 삼성SDI의 NCA 각형 배터리 중 어떤 것에 손을 들어줄 지가 중요한 요소로 평가 받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1차 입찰과 비교해 비가격 점수 배정과 변별력이 강해지면서 실제로 어떤 배터리 셀을 채택한 업체를 선정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내년 중 3·4차 입찰도 진행될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배터리 3사가 모두 선정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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