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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뷰] 눈 마주치고 인사하는 버추얼 아이돌…플레이브, ‘송출사고’ 딛고 고척돔 달궜다

조은별 기자

플레이브 [사진=블래스트]

다채로운 들을거리를 찾고 계신가요? ‘디지털데일리’가 K팝 콘서트, 뮤지컬, 연극, 클래식 문화 공연 현장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플레이브 [사진=블래스트]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이하 고척돔)은 K팝 그룹들에게 ‘꿈의 성지’로 꼽힙니다. K팝 그룹들은 송파구 KSPO돔,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거쳐 고척돔을 찍고 해외 진출하는 게 일종의 성공 공식이 됐죠. 그만큼 ‘고척돔’은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최근 K팝 아이돌의 대기업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저연차 중소 아이돌이 고척돔에 서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에서, 그것도 데뷔 2년차밖에 안된 그룹이 고척돔을 채웠습니다. 바로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그 주인공입니다.

플레이브는 2023년 데뷔한 5인조 버추얼 아이돌 그룹입니다.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과 달리 2D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노래하고 퍼포먼스를 펼치죠. 여타 버추얼 아이돌과 다른 건 이들 뒤에 ‘본캐’가 있다는 점입니다. 특수장비를 장착한 실연자 멤버들이 보이지 않는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면 이들이 모습이 2D애니메이션으로 변환돼 송출됩니다.

플레이브는 데뷔 초부터 돌풍을 일으킨 그룹으로 꼽힙니다. 앨범 발매 첫 주 판매량 100만장 기록을 달성했고, 일본 오리콘싱글 차트 정상에 오르기도 했죠. 이는 최근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헌트릭스나 사자보이즈보다 무려 2년 빠른 행보입니다.

가요계에서는 타 아이돌 그룹보다 충성도 높은 팬덤의 힘이 이들 인기의 큰 축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궁금했습니다. 대체 어떤 점이 팬덤을 하나로 결집시켰을까요?

플레이브 [사진=블래스트]

지난 21~22일 고척돔에서 열린 플레이브 콘서트 ‘2025 플레이브 아시아 투어-대시:퀀텀 리프 앙코르’(2025 PLAVE Asia Tour DASH:Quantum Leap Encore)를 통해 플레이브 인기의 실체를 확인했습니다.

이날 1호선 구일역은 플레이브 바시티 재킷을 입은 플리(플레이브 공식 팬클럽)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가방에는 플레이브 키링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죠. 실용성이 강한 바시티 재킷은 아마도 이날의 ‘드레스코드’였던 듯 싶습니다. 흡사 지난 10월 일산 고양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아시스 콘서트 현장이 ‘아디다스 트랙톱’을 입은 이들로 가득 찬 것과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공연을 기다리는 플리들의 손에는 이날 현장에서 산 MD쇼핑백이 한가득 들려있었습니다. 통상 공연장 MD 매출은 공연 매출의 30%를 차지합니다. 티켓 가격이 15만 4000원이니 MD매출만 약 17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고척돔에 들어오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대형전광판과 돌출 무대였습니다. 전광판이 고척돔에서 공연하는 모든 가수들이 사용하지만 버추얼 아이돌이 돌출무대가 왜 필요할까, 궁금했습니다. 돌출 무대의 정체는 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었죠.

플레이브 공연 송출 사고 [사진=조은별 기자]

오후 6시. 전광판에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도달한 멤버들의 모습이 비추고, 오프닝곡 ‘왓치 미 우’(Watch Me Woo!)의 전주가 들리면서 대망의 콘서트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전광판이 ‘블랙 아웃’ 된 상태에서 무대 위 십수 명의 댄서들만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도 공연 연출의 일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네트워크 오류로 송출이 중단됐다’는 공지가 안내됐죠. 버추얼 그룹으로서 가장 약점으로 꼽히는 실수가 하필 가장 중요한 순간에 터진 것입니다.

하지만 장내에는 멤버들과 스태프들을 격려하는 팬들의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이내 스크린 송출이 시작되자 멤버들은 “이번이 진짜다”, “메이크 썸 노이즈”라고 분위기를 띄우며 무사히 첫 곡을 마쳤습니다.

이어지는 무대는 여타 K팝 아이돌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히트곡과 어우러진 퍼포먼스의 향연이 이어졌죠. 멤버들의 인이어 착용까지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건 무대전환과 의상 환복이 기가 막히게 빠르다는 점이죠.

이를테면 '디어. 플리(Dear. PLLI)'를 부를 땐 멤버들이 새하얀 설원에 누운 채로 등장하고 '크로마 드리프트(Chroma Drift)' 무대에서는 자동차를 탄 멤버들이 무대 위를 날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앗습니다.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이라면 ‘피지컬 자동차’가 무대 위에 등장해야 할텐데 그런 수고를 덜 수 있었죠.

궁금했던 돌출 무대는 ‘여섯번째 여름'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대 천정에서 다섯 개의 하얀 천이 내려오자 멤버들의 모습이 천에 비쳐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시각적 효과를 안겼죠.

플레이브 [사진=블래스트]

무엇보다 플레이브의 ‘진정성’은 왜 팬들이 이 팀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덕목 중 하나였습니다. 일례로 돌출무대에 선 멤버들은 바로 아래 좌석에 앉아있는 팬들에게 다정하게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어줬죠.

곡과 곡 사이 이어지는 토크 무대에서도 “100일 ‘라방’(라이브 방송) 때 고척돔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 모든건 플리 덕분”이라며 팬들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비록 멤버들과 팬 사이에는 2D라는 벽이 있지만 이들 사이에 인간적인 ‘온기’가 느껴질 수 있던 건 바로 팬들을 향한 멤버들의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과거를 되짚어보며 홍대 버스킹을 재연한 무대에서는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결의가 느껴졌습니다. 고척돔에 도달한 이 순간이 도착이 아닌 또다른 시작이라는 멤버들의 멘트가 와닿았습니다.

음악 역시 팬들이 플레이브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히트곡 ‘웨이포러브(WAY4LUV)’는 풀밴드의 시원한 사운드가 심장의 박동을 높였고 동방신기의 ‘주문’ 커버 무대에서는 각 잡힌 떼창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팬과 가수의 호흡만 놓고 보면 ‘버추얼’ 보다 ‘휴먼’에 방점을 둔 모양새였습니다.

연이어 ‘최초’의 기록을 갈아치운 플레이브. 이들을 롤모델 삼아 새로운 버추얼 그룹들이 연이어 탄생하고 있습니다. 과연 플레이브의 다음 도착지는 어디일까요?

조은별 기자
mulg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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