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높아지는 ESS용 LFP 배터리 기대감…美 대중 규제에 웃는 양극재 [소부장박대리]

고성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주 랜싱 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수요 둔화를 딛고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돌파구를 찾으면서 리튬인산철(LFP) 기반 국내 생태계에 기회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북미 시장 내 비(非)중국 LFP 배터리 수요가 높아지면서 탈중국 수요를 노리는 양극재 기업들의 적극적인 행보도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LFP 기반 ESS 배터리 수주 확보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7월 테슬라로 추정되는 미국 기업과 2027년부터 3년 동안 5조9442억원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공시했다. 이와 함께 테슬라의 2차 ESS 발주 추진에 맞춰 추가적인 협의도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6월 양산에 돌입한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의 LFP 파우치 라인을 증설하는 한편,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캐나다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에서 ESS용 전환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LFP 각형 셀 라인 증설을 위해 미국 미시간주 랜싱 공장의 전환 투자도 진행할 방침이다.

삼성SDI는 각형 LFP 배터리 생산을 위한 마더팩토리를 울산에 구축하고, 내년 말 미국 스텔란티스 JV '스타플러스에너지(SPE)' 전환 투자로 LFP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업계는 삼성SDI가 SPE 2개 라인 가량을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연산 12~14기가와트시(GWh) 수준의 생산능력 확보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근 논의 중인 테슬라와의 ESS 수주 논의에 따른 결정이다. 관련 납품 확정 시 삼성SDI는 테슬라에 최소 연 10GWh의 ESS용 LFP 배터리를 2027년부터 3년간 공급하게 될 전망이다. 이밖에 삼성SDI는 유럽 1곳, 미국 1곳 등 ESS 고객사와 추가적인 물량 공급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SK온은 지난 10월 미국 플랫아이언에너지 개발과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LFP 파우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와 함께 6.2GWh 규모 추가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 협상권도 확보했다. 그러는 한편 미국 추가 고객사 한 곳과 10GWh 규모로 추정되는 ESS 배터리 공급 협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SS용 배터리 생산은 현재 조지아 2공장을 전환해 생산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테스트 이력이 있는 포드 합작법인 '블루오벌SK(BOSK)'로 넓히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ESS용 LFP 배터리 수주에 집중하는 이유는 둔화된 전기차 성장과 높아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향 전력망 수요 때문이다. 국내 핵심 시장인 미국이 9월 말부터 전기차 소비자 세액공제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전기차 수요가 줄어 가동률이 떨어졌다. 반면 AI 인프라에 집중된 전력망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ESS용 배터리 공급 요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기회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ESS용 배터리에 50% 수준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점이 기회로 작용했다. 당초 ESS용 LFP 배터리는 중국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고율 관세 적용에 따른 중국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 약화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등 현지 생산 이점이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침투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가 제정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으로 해외우려기업집단(FEOC) 요건이 외국금지기관(PFE)으로 강화된 것이 큰 이점이다. PFE에 따라 2026년부터 비중국 소재 비중은 60%를 시작으로 2030년 이후 85%로 확대돼야 한다. 배터리 셀 제조사는 물론, 양·음극재·분리막·전해액 등 국내 소재 기업들 역시 관련 수혜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장기간 침체 중이었던 국내 양극재 업체들이 기회를 맞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극재가 배터리에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만큼, 이를 우선적으로 비중국 소재로 전환해야만 PFE 규정을 맞출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LFP 양극재를 개발해 양산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엘앤에프플러스 LFP 양극재 공장 신축공사 현장. [ⓒ엘앤에프]

현재 양산에 가장 가까워진 업체는 엘앤에프다. 엘앤에프는 현재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를 통해 초기 연산 3만톤, 향후 6만톤 규모 LFP 양극재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초기 양산 시점은 내년 3분기로, 높아진 수요와 고객사 측 공급 요청에 따라 2분기 등으로 앞당겨 생산할 계획도 세운 상황이다. 엘앤에프는 SK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본계약을 내년 중 추진하는 한편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과의 공급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공급을 논의 중인 잠재 고객사는 5~6곳으로 파악된다.

최근에는 PFE 규정 확대를 위한 생산 공급망 확대에도 나섰다. 리튬의 경우 이미 호주·남미 등으로 다각화한 상황이며, 모로코 등 광물이 풍부한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인산을 수급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CNGR·한국법인 피노와 업무협약(MOU)으로 LFP 양극재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자체 LFP 양극재 생산을 위한 CNGR과의 공법 제휴 논의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3사가 합작한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가 착공에 돌입해 LFP 양극재를 생산할 전망이다. 다만 PFE 규정에 따라 중국 지배지분을 낮춰야 하는 과제가 있어 이를 위한 지분 인수 등 다양한 안도 병행해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코프로비엠은 충북 오창에 LFP 양극재 파일럿 생산 라인을 연 4000톤 규모로 구축하고 고객사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아직 규모가 준양산 수준에 그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투자 확정 후 본격적인 양산 로드맵이 잡힐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ESS용 LFP 배터리 공급에 매진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려는 국내 양극재 제조사들의 추진력도 강해질 것"이라며 "ESS 투자 강세가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질 만큼, 단기간 내 양산 능력을 구축한 업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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