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리더십③] 위기 속 빛난 총수 리더십…반도체·로보틱스 격전지로

고성현 기자

이재용 회장이 젠슨 황 CEO를 만나기 위해 한 치킨집에 가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사업지원 T/F의 상설화, 정현호 부회장 용퇴로 경영 전면에 나섰던 이재용 회장 중심의 체제 기반이 마련됐다. 최근 불거진 미중 갈등과 제조산업 공급망 재편이 국가전 양상을 띠고 있어, 어느 때보다 그룹 총수의 리더십이 중요해진 데 따른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지원 T/F 명칭을 '사업지원실'로 변경하고 상설 조직으로 변경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사업지원실장에는 박학규 사장이, 전략팀장에는 최윤호 사장이 각각 보임했다. 이밖에 주창훈 부사장이 경영진단팀장을, 문희동 부사장이 People팀장을 맡게 됐다.

특히 이번 인사로 삼성전자 경영 전반을 살펴왔던 정현호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삼성전자의 전반적인 실적이 안정권에 진입하면서 퇴임 의사를 밝혔고, 이 의사를 존중해 이재용 회장 보좌역으로 임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의 퇴진으로 이재용 회장은 사실상 삼성전자 경영 전반의 핵심 의사결정과 비전을 세우는 최종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 국가전 된 반도체·AI…네트워크 강화·대외 경영 활발

글로벌 기업 총수의 핵심 리더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심화된 미중 갈등과 커진 상호관세 리스크,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및 국가중심주의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 됐다. 특히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로 소프트웨어·첨단 제조 산업 경쟁이 범국가적인 경쟁으로 넓어지자 주요 기업의 대외 경영 행보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SK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자 이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지속했다.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지속적으로 만나며 협력 강화 의지를 다지는 한편, 오픈AI·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수요 기업과의 네트워크 확대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부문에서 이룬 성과 역시 최 회장의 리더십을 비롯한 경영진 신뢰가 굳건한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SK하이닉스는 2022년 IT 수요 둔화로 막대한 침체기에 돌입한 상태였다. 당시 기준 근 4~5년 간 개발해왔던 HBM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거론될 뿐, 당장의 수익성이 없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랬던 HBM이 성과를 거둔 것은 최 회장을 비롯한 SK하이닉스 경영진이 이에 대한 사업 가능성을 믿고 추진한 덕이었다.

최 회장이 중심으로 있던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정부와 협력하는 동반자 역할을 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지난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서밋 의장을 맡았고, 관련 행사와 외교적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반면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전면에 나서지 못한 기간의 삼성전자는 휘청였다. 주요 인수·합병(M&A) 계획이 차일피일 밀렸고 사업은 현상 유지에 그쳤다. 주력인 반도체 역시 HBM에서의 초기 진입 기회를 놓쳤고 기술 리더십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다 이 회장이 올해 7월 대법원서 무죄를 선고받고 사법 리스크에 벗어나면서 대외 활동 반경이 더욱 크게 확대됐고, 국내외 국가 정상을 비롯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오픈AI 등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반등에 성공할 수 있게 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진행된 회동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용 체제' 굳혀진 삼성전자, AI·로보틱스 사업이 숙원 과제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로 이재용 회장의 대외 행보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과거 QD-디스플레이 등 한정된 분야에 국한됐던 사업 점검 행보를 넘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반도체·로보틱스·AI·바이오 등 전반을 두루 살필 계기가 마련됐다는 의미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밀렸던 HBM의 경쟁력을 빠르게 부활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특히 삼성전자가 HBM4의 성능을 JEDEC 대비 높일 정도로 공들인 만큼, 이에 대한 뚜렷한 성과가 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MX)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칩 성능 향상 및 안정화도 중요환 과제다. 삼성은 스마트폰에 퀄컴의 AP와 자체 AP '엑시노스'를 병용해왔지만, 2022년 이후부터는 그해 성과에 따라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여왔다. 내년 갤럭시S26에 탑재될 '엑시노스 2600'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야만 장기적인 수익 안정성과 반도체 설계 경쟁력, TSMC와의 파운드리 경쟁에 제대로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차세대 사업인 AI, 로봇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각광받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해 제조용 AI, 로봇에 대한 리더십을 확보해야만 전사 사업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5만장의 GPU를 확보하기로 한 것은 제조용 로봇,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AI'로 꼽히는 영역의 기회로 꼽힌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인수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통해 산업용 로봇 등 원가 절감·생산성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 용퇴로 이재용 회장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2022년 거론한 '뉴 삼성'의 체계가 비로소 바로잡힌 모습"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대외 환경을 고려해보면 재판 리스크로 소극적인 예년과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