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루브르 박물관 보안카메라 비번은 'Louvre'…"기본도 못지켜"

백지영 기자

사다리차 타고 루브르 박물관 침입, 보석 털어간 4인조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기본 보안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1500억원 규모의 왕실 보석 절도 사건을 수사하던 당국이 과거 감사에서 영상감시시스템의 비밀번호가 'Louvre'로 설정돼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며 문화유산 보안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과 현지 보안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프랑스 국가사이버보안국(ANSSI)은 루브르 박물관 영상감시시스템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접근 비밀번호가 'Louvre'로 설정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방문되는 박물관의 핵심 보안망이 사실상 누구나 쉽게 추측 가능한 단어로 보호되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후에도 루브르 내부와 문화부 산하 기관의 후속 감사에서 20년 이상 된 노후 보안 소프트웨어를 여전히 사용 중이었으며 해당 소프트웨어는 이미 개발사 기술 지원이 종료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공사 기간 중 옥상 접근 통제가 느슨했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지적됐으나 실질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프랑스 보안 전문가는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적 문화기관이 '기본 비밀번호'를 유지했다는 건 조직적 부주의를 넘은 관리 실패"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왕실 보석 도난 사건의 피의자 중 한 명이 프랑스 지역사회에서 유명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르파리지앵과 BFMTV 등 현지 언론은 프랑스 사법당국이 이번 루브르 보석 절도 사건의 주요 피의자로 특정한 인물은 '압둘라예 N'으로 온라인에서는 '두두 크로스 비튐(Doudou Cross Bitum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지역 유명 인플루언서라고 보도했다.

그는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오토바이 묘기 영상과 근육 단련 노하우를 공유하며 팔로워를 모아온 인물이다. 이에 따르면 압둘라예는 파리 교외 지역에서 친절하고 성실한 청년으로 통했다. 실제로 그는 한때 글로벌 물류기업 UPS와 장난감 매장 토이저러스에서 일했으며 퐁피두센터 보안요원으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

그러나 그의 이면은 달랐다. 약물 소지, 무면허 운전 등으로 총 15건의 범죄 전과가 있으며 2014년에는 보석 강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는 공범 3명과 함께 지난달 19일 새벽 루브르 박물관의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해 1499억원(약 8500만유로) 상당의 왕실 보석 8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엔 나폴레옹 1세가 두 번째 부인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 나폴레옹 3세의 부인이 소유했던 진주 212개·다이아몬드 2000개가 박힌 왕관 등이 포함돼 있다. 프랑스 검찰은 압둘라예 등 4명을 조직범죄 및 공모 혐의로 예비 기소하고, 1명을 추적 중이다. 다만 도난품은 아직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프랑스 검찰은 이번 사건이 기존의 '프로 조직범죄'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압둘라예 등은 전문 절도단 출신이 아니라 범죄 경험은 있지만 계획적이지 않은 인물들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언론은 "이들이 제3의 배후 세력에 고용돼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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