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보고·찾고·고치는 일, AI가 먼저"… SAP가 말하는 차세대 ERP란?

이상일 기자

SAP 비즈니스 스위트 제품 전략 총괄 로라 마우드(Laura Marwood)가 SAP ERP와 AI의 접목에 대해 설명 중이다.

[베를린(독일)=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SAP가 “AI를 나중에 덧붙이는 기능”이 아니라 “처음부터 ERP 속에 녹아 있는 기본 설계”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SAP 비즈니스 스위트 제품 전략 총괄 로라 마우드(Laura Marwood)는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중인 테크에드 2025에서 “ERP가 더 이상 뒤에서 장부만 처리하는 백오피스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한가운데에서 데이터를 이해하고 결정을 돕는 지능형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우드는 “모두가 AI를 말하지만, 진짜 기회는 더 똑똑한 ‘툴’이 아니라 더 똑똑한 ‘비즈니스’에 있다”며 “그 출발점은 실제로 사람이 일하는, 바로 그 ERP 시스템”이라고 짚었다. 그는 고객사들과의 대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과제로 ▲중복·파편화된 레거시 시스템 ▲AI·데이터 인력뿐 아니라 일반 비즈니스 사용자의 역량 부족 ▲맥락이 빠진 불량 데이터 ▲복잡한 상업·라이선스 구조▲지정학·규제 리스크 확대를 꼽았다.

SAP가 제시한 해법의 중심에는 SAP 비즈니스 스위트(SAP Business Suite)와 이를 떠받치는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플랫폼(Business Technology Platform, BTP),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Business Data Cloud)가 있다.

BTP는 통합·확장·분석·AI를 담는 기술 기반이고,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는 재무·공급망·지출·인사·고객경험 등 스위트 전반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하나의 의미 있는 레이어로 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 위에 클라우드 ERP가 핵심 프로세스를 담당하고, 쥴(Joule)과 쥴 에이전트(Joule Agents)가 장부 마감, 공급망 중단, 공급업체 리스크 같은 엔드투엔드 업무를 가로지르며 오케스트레이션하는 구조다.

마우드는 “우리가 말하는 ‘스위트 우선(Suite First)’ 전략은 ERP를 더 이상 고립된 백오피스가 아닌, 연결되고 인텔리전트하며 탄력적인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데이터와 비용이다. 그는 “SAP AI를 쓸 때 내 데이터가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SAP AI로 처리되는 비즈니스 데이터는 대규모 언어모델 학습에 사용되지 않으며, 파트너들과의 계약에도 이를 명시해 두고 있다. 데이터는 고객의 비즈니스를 위해서만 쓰이며 격리·보호된다”고 강조했다.

비용에 대해서는 “SAP S/4HANA 클라우드(SAP S/4HANA Cloud)에는 기본 AI와 프리미엄 AI 두 가지가 있다”며 “스마트 요약, 간편 필터링 같은 기본 AI는 AI 약관만 수락하면 추가 비용 없이 구독에 포함되고, 일부 고급 기능은 소비 기반의 프리미엄 AI로 AI 유닛 단위로 과금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션에서 소개된 기능 대부분은 기본 라이선스 또는 현재 2508·2502 버전 베타 프로그램을 통해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SAP가 이날 집중적으로 보여준 것은 “AI가 제품 속에서 실제로 어떻게 느껴지는지”였다. 첫 번째 사례는 SAP 포 미(SAP for Me)에서 제공되는 AI 지원 스마트 개인화 기능이다. 사용자는 자연어로 “지난 분기 독일 법인의 수익성 KPI를 보고 싶다”와 같은 요구를 적으면, 시스템이 필요한 필터와 열을 파악해 인사이트 카드 형태로 구성해 준다.

두 번째는 SAP S/4HANA 클라우드 퍼블릭 에디션(SAP S/4HANA Cloud Public Edition)에 도입된 AI 지원 간편 필터다. 사용자는 필터 조건을 일일이 설정하는 대신 “3000유로 이상, 블록된 판매 주문만 보여줘”처럼 문장으로 입력하면 된다. 시스템이 이를 해석해 적절한 필터 조합을 생성하고, 자주 쓰는 조건은 즐겨찾기·최근 검색으로 다시 불러올 수 있다.

곧 제공될 기능으로는 AI 지원 오류 해결과 AI 지원 간편 입력이 소개됐다. 오류 해결의 경우, 사용자가 판매 주문 화면에서 난해한 기술 오류 코드를 마주쳤을 때 “AI 설명 보기”를 클릭하면,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 자연어로 해석해 보여주고, 문제를 고치기 위한 단계별 조치까지 제안한다. 마우드는 “단순 오류 때문에 티켓을 만들고 전문가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간편 입력은 동료나 고객이 보낸 메시지를 그대로 붙여넣으면, 시스템이 텍스트를 분석해 어떤 필드를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제안하는 방식이다. 화면에는 현재 값과 제안 값이 나란히 표시돼 사용자가 최종 승인만 하면 된다. 그는 “복잡한 구조를 몰라도 자연어만으로 ERP 데이터를 갱신할 수 있는 예”라고 소개했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ERP 한가운데에 맥락적이고 안전한 AI를 심어 넣음으로써 고객들이 더 빠르고 명확하게, 그리고 더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돕겠다”며 “이것이 SAP가 생각하는 다음 시대의 ERP”라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2401@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