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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설비 승부수 던지는 SK하이닉스…'1C 공정' 전환 준비 본격화 [소부장반차장]

배태용 기자
SK하이닉스 HBM4 16단 실물. / 사진 = 배태용 기자
SK하이닉스 HBM4 16단 실물. / 사진 = 배태용 기자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SK하이닉스가 내년 반도체 투자 전략의 중심을 차세대 1C(6세대 10나노급) D램 공정으로 맞추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의 성능·원가 경쟁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이 1C 전환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다.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3E 중심의 라인 효율화를 마무리한 뒤 1C 공정 도입을 위한 설비 조정과 장비 배치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1C 공정은 10나노급 6세대 노드로 회로 선폭을 더 줄이고 전력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기존 1B 대비 생산 수율과 속도를 개선하면서 원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회사 내부에서는 1C 전환을 위해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 레이어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공정 미세화 전략을 세우고 포토·식각·세정 등 핵심 장비의 정밀도를 높이는 설비 재배치(Line Rebalancing)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 증설이 아닌 기존 생산 라인의 일부를 HBM 및 고성능 서버용 D램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 1B 한계 넘는 차세대 노드…EUV 다층화·공정 단순화로 수율 향상 기대

현재 SK하이닉스의 주력은 10나노급 5세대(1B) 공정이다. 1B는 HBM3E와 DDR5 양산을 견인했지만 회로 미세화 한계로 인해 더 높은 속도와 집적도 확보에는 제약이 있었다. 이에 비해 1C는 회로 구조를 단순화하면서도 트랜지스터 성능을 높인 설계로 전력 효율과 생산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는 1C 기반 16Gb DDR5 개발을 완료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양산 확대를 위한 램프업(Ramp up)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는 EUV 다층화와 공정 단순화의 결합이 1C 공정의 경쟁력을 높일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기존 1B 공정이 4~5개 수준의 EUV 레이어를 사용했다면 1C에서는 이보다 많은 층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이천 M16과 청주 라인의 일부 장비 재배치를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EUV 노광기·식각 장비·코터-디벨로퍼 장비의 재배치와 함께 케미컬·포토레지스트 공정 최적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이천 행복문.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행복문. [ⓒSK하이닉스]

또한 차세대 미세화 대응을 위해 ASML의 하이-NA(High NA) EUV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하이-NA 시스템을 시험 조립 단계에서 테스트 중이며 향후 HBM4E 이후 세대의 D램 생산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하이-NA EUV는 기존 대비 해상도를 1.7배 높여 단층 노광으로 미세 패턴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다.

◆ HBM4E·AI 서버 대응 위한 핵심 전환 노드…2026년 양산 가능성

1C 공정은 단순 세대 교체가 아니라 HBM4E 및 AI 서버용 D램 대응의 기반 플랫폼 노드로 활용될 전망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다이를 수직 적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별 D램의 속도·전력 효율이 전체 성능을 좌우한다. 1C 공정은 이러한 구조에서 전력 절감과 속도 향상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HBM4E 세대의 최적 노드로 꼽힌다.

이미 HBM4 양산 체제를 갖추고 주요 고객사들과의 공급 협의를 마무리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부터 HBM4E 8단·12단·16단, 커스텀 HBM4E를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1C 공정 기반 D램 양산 확대도 비슷한 시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장비업계 관계자는 "1C 전환은 글로벌 장비사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며 "램리서치, TEL(도쿄일렉트론), ASML 등 글로벌 협력사뿐 아니라 국내 케미컬·세정업체들과의 공동 최적화도 함께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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