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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 성공률 5%의 한계 '액셔너블 AI'로 돌파"... 제논, '원에이전트' 첫 공개

이건한 기자
고석태 제논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자사의 액셔너블 AI 기술과 사업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고석태 제논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자사의 액셔너블 AI 기술과 사업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MIT 보고서에 따르면 AI 도입 기업 중 단 5%만 상용화에 성공한다고 합니다. 제논은 그 원인이 '기존 업무 프로세스와 AI 모델 사이 간극'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이는 주로 단일 업무에만 적용되고 있는 지금의 에이전트 AI가 업무 전반의 완결성을 지닌 액셔너블(Actionable, 실행형) AI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AI 전문기업 제논은 5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행 중심의 액셔너블 AI 시대를 선언했다. 고석태 제논 대표는 브리핑에서 "현재 기업용 AI는 주로 질의응답 형태의 채팅 인터페이스 수준이거나 부분적인 기능 수행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논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AI가 전체 업무의 실행과 완결까지 수행하는 차세대 AI 솔루션 '원에이전트(OneAgent)'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제논이 공개한 원에이전트의 핵심은 '브라우저 유즈(Browser Use)'와 '컴퓨터 유즈(Computer Use)' 기술이다. 각각 사용자 PC 내 웹브라우저와 PC 환경을 AI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에이전트 기능을 제공한다.

우선 브라우저 유즈는 AI가 VLM(시각언어모델)을 이용해 사람처럼 웹브라우저 화면을 시각적으로 인지·분석한 뒤 멀티태스킹 작업을 수행한다. 이와 관련해 고 대표는 현장에서 원에이전트가 실제 전자결재 시스템 '닥스웨이브(Docswave)'에서 문서 기안 절차를 자동 수행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사용자가 원에이전트에 "경비 7900원 상신해줘"라고 입력하자 AI는 스스로 닥스웨이브의 '문서 양식' 메뉴로 이동해 '개인 경비 양식'을 찾아냈다. 이어 경비 총액 란에 7900원을 입력하고 상신까지 완료하는 과정이었다.

제논 원에이전트 시연 中
제논 원에이전트 시연 中

다음으로 컴퓨터 유즈는 AI가 PC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까지 직접 제어하는 고급 제어 단계다. 관련 시연에서는 원에이전트에게 로컬 폴더의 판매 데이터(CSV 파일)를 읽어 분석하라는 지시가 입력됐다. 이에 에이전트는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서 초안을 만든 뒤 곧바로 PC에 설치된 문서 프로그램에 해당 내용을 붙여넣고 파일로 저장하는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고 대표는 이런 액셔너블 AI 기술은 기업 내 다양한 업무에 손쉽게 적용되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R·재무, SCM 관리, 리서치, 공공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완전한 업무 자동화'가 실현될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원에이전트는 사실상 인간 사용자를 대신해 직접 PC를 제어하는 인터페이스 기반이다. 도입 기업은 원에이전트 도입을 위해 기존 사내 시스템을 바꾸거나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사용자는 그 대신 원에이전트에게 업무 내용만 명확히 지시하면 된다. 제논은 현재 한국중부발전과 이 같은 원에이전트 상용화 과제를 진행 중이다. 고 대표는 이를 "국내 최초의 액셔너블 AI 상용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제논은 자사가 완전한 액셔너블 AI 구현 직전인 '워크플로우 통합(Workflow Integration)' 기술까지 도달했다고 본다. 이날 관련 사례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업무 과정도 시연했다. 이 시연에는 가상의 자동차 애널리스트가 '리서치 포털'을 이용해 특정 이벤트(공장 단속)가 발생하자 자동으로 이를 요약하고, 해당 이벤트가 '현대차' 주가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이후 보고서 작성 단계에서 AI는 주가에 미칠 다양한 요인을 제시하고 완성본을 미리 지정된 이메일로 보내는 과정까지 수행해냈다. 고 대표에 따르면 이는 제논이 실제 한 증권사와 직접 수행 중인 과제의 프로토타입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현장에서는 다양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먼저 고 대표는 "복잡한 수준의 AI 자동화 작업을 로컬 PC 성능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와 "업무 완결의 신뢰도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하이브리드 방식과 점진적 도입 확대를 언급했다.

고 대표는 "모든 자원을 로컬 PC에서 쓰는 방식과 LLM 모델 서빙은 서버에서, 실제 실행은 PC에서 적용하는 방식이 있다"며 "상용화 관점에서는 주로 후자(하이브리드)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민감정보를 직접 다루는 작업은 데이터 유출 위험이 없는 온디바이스(로컬)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복잡한 AI 연산이 필요한 일부 작업만 고성능 컴퓨팅 자원이 탑재된 PC 밖 서버를 이용하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해진다. 또한 명대우 제논 CTO(최고기술책임자)에 따르면 이때 서버 역시 대부분 기업 시스템 내에 구축된 온프레미스 방식이므로 정보가 외부 네트워크망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AI의 완결형 업무 실행 중 따를 수 있는 리스크(실수, 사고 등)에 대해서는 '단계적 접근'과 '거버넌스' 문제를 강조했다. 고 대표는 "기능적으로는 (결제 등) 업무 완결이 가능하지만 리스크가 큰 업무를 바로 완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며 "경비 신청이나 휴가 신청처럼 리스크가 작은 업무부터 완결형 자동화를 적용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종 결제 직전까지 AI가 수행하고 마지막 단계는 사람이 승인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방식, 사용자가 에이전트의 작업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다 오류 발생 시 즉시 중단시키거나 수정 지시를 내리는 방식도 사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도 제논은 액셔너블 AI를 기업 AI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고 대표는 AI 에이전트의 기술 로드맵을 단위 태스크를 완결하는 '에이전틱 AI'에서 소프트웨어를 제어하는 '액셔너블 AI'로, 나아가 로보틱스 등 물리적 세계와 연계되는 '피지컬 AI'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훈민(Hunmin)'을 컴퓨터 제어에 특화된 모델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플랫폼 '제노스(GenOS)'도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확대할 계획이다.

제논 기술 로드맵 (ⓒ 발표자료 갈무리)
제논 기술 로드맵 (ⓒ 발표자료 갈무리)

고 대표는 "제논의 롤모델 기업은 기업의 문제를 AI 전문가와 솔루션으로 해결하는 미국의 '팔란티어(Palantir)'라며 "액셔너블 AI로 더 많은 기업의 실질적인 업무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논은 현재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회사에 따르면 2024년에 매출 93억원, 영업이익 18억원을 기록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상태다. 특히 현재 AI 산업군 비상장 기업 중 흑자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액셔너블 AI 선점을 통한 향후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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